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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코리아나 오너 일가의 ‘믿는 구석’ 자사주

  • 2022.01.04(화) 07:10

상장 당시 대주주 지분 29%→15% ‘뚝’
오너 2세들 증여세用 7.6% 매각 한 몫
자사주 무려 22.5%…지배력 보완 안전판

가업 대(代)물림의 대가는 컸다. 후계 승계를 위해 지분을 물려주는 데는 으레껏 세금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2세들은 증여세를 물기 위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2대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지금 오너 일가의 지분은 반 토막이 났다. 

경영권이 불안할 법 하지만 ‘믿는 구석’이 없지는 않다. 현 발행주식의 4분의 1에 가까운 자사주가 취약한 지배기반을 메워주는 일종의 안전판 노릇을 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 코리아나 얘기다.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창업주 5차례 주식증여의 후폭풍

코리아나는 1988년 11월 설립된 ‘사랑스화장품’을 전신으로 한다. 증시 상장이 이뤄진 때는 1999년 12월이다. 당시만 해도 창업주 유상옥(90)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지분은 28.92%였다. 반면 현재 지분은 15.10%에 머문다. 

2015년 4월 유 회장은 지분 9.00%(360만주)를 증여했다. 이를 계기로 2003년 7월 2.50%로 시작된 지분 증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슬하의 2남1녀와 손자 4명 등 총 7명이었다. 상장 무렵 21.74%에 달했던 유 회장 개인지분이 현재 2.75%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총 5차례에 걸친 지분 증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때가 2015년 4월이다. 액수로도 당시 주식시세로 총 352억원어치나 됐다. 아울러 2세들 몫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분 6.93%, 271억원어치였다. 

장남 유학수(63) 현 코리나아 대표와 장녀 유승희(59) 코리아나 화장박물관·미술관(관장)이 각각 2.50%(100만주·98억원)를 물려받았다. 차남 유민수(61) 스위치코퍼레이션 대표의 1.93%(77만주·75억원)였다. 

유학수 코리아나화장품 대표이사

증여세 140억 짊어진 3남매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장 당시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은 증여세와 맞물려 있다. 6년 여 전 7%에 가까운 지분을 물려받은 3남매가 짊어진 증여세가 적잖았다. 대략 140억원가량이다. 상속·증여세법상 최대주주 할증(증여재산의 20~30%·2020년부터20% 일률적용)과 세율(30억원 초과 50%)에 각종 공제 등을 제외하고 어림해 본 수치다.  

자금압박이 컸다.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쪼개서 냈다.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세금의 6분의 1 이상을 기한 내에 먼저 내고 나머지 금액을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거저는 아니다. 연부연납 신청세액 만큼 담보물을 맡겨야 한다. 분할 납부 재원으로는 주식담보대출도 활용했다. 

다만 지분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매년 따박따박 증여세 물기에는 후달렸다. 토지·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야 알 길 없지만, 배당소득이나 급여 등 금융자산만으로는 힘에 부쳤다. 2세들의 연쇄적인 지분 매각이 뒤따랐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증여세 완납전까지 3남매가 처분한 지분만 해도 7.62%나 된다. 액수로는 153억원이다. 

유 대표가 스타트를 끊었다. 대략 50억원의 증여세를 물어야 했던 유 대표는 분할납부 2년차인 2017년 5월 증여세를 모두 갚았다. 이유인 즉, 지분 1.75%를 장외매각을 통해 50억원으로 현금화 했다. 증여 이후 6.35%였던 지분이 4.49%로 축소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0.76%를 매입, 지분을 보강했지만 5.25%에 불과하다. 

유민수 대표와 유승희 관장의 경우에도 시기만 다를 뿐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연부연납 종료시한(2020년 7월) 전까지 팔아치운 지분이 각각 3.89%(63억원), 1.98%(40억원)에 이른다. 증여세를 완납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결과적으로 한 때 4.85%, 5.15%였던 지분은 현재 0.89%, 2.97%로 축소된 상태다. 

오너 2세 연쇄 지분 매각의 ‘뒷배’ 

한편으로는 2세들이 연쇄적인 주식매각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의지할 만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코리아나가 갖고 있는 900만주의 자사주다. 현 발행주식의 22.50%나 되는 규모다. 

코리아나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시기는 상장 초기인 2003년이다. 이후 2004년에 걸쳐 4개 자사주신탁을 통해 20.62%(824만8822주)를 매입했다. 계약금액은 각각 30억원씩 총 120억원(환산 주당매입가 1576원)에 이른다. 코리아나는 작년 8월 신탁계약을 모두 해지하고 지금은 실물로 직접 보유 중이다. 

2017년에는 장내에서 직접 사들이기도 했다. 6~7월, 9~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10%(40만주), 0.78%(31만1167주) 총 1.88%(75만1167주)어치 매입한 것. 투입자금은 도합 43억원(주당 5725원)이다. 공교롭게도 2세들의 주식 매각 시기와 일정부분 맞물린다. 

자사주는 자금 조달은 물론 오너 지배구조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가령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 부양은 물론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다. 만일 코리아나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 유 대표 등 오너 일가 지분은 15.10%→19.49%로 높아진다. 

우호세력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 2015년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엔씨소프트는 자사주를 넷마블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기도 했다. 코리아나의 자사주는 오너 일가의 취약한 지배기반을 받쳐주는 일종의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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