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페인트 외길을 걷고 있던 중견 도료업체 삼화페인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신(新)시장 개척에 열을 올렸다. 2008년 인조잔디 시장에 진출했다가 접은 뒤로도 확장 기조는 이어졌다. 모태 삼화페인트공업㈜ 등 4개사에 불과했던 계열사가 17개사로 불어난 이유다. 다만 정밀화학을 중심으로 한 삼화페인트의 미래 먹거리는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

영업이익률 8%대→0.13%의 현실
삼화페인트의 계열 지배구조는 건축용 페인트 1위의 종합도료업체 삼화페인트공업㈜를 정점으로 화학제품(삼화대림화학·이노에프앤아이), IT(에스엠투네트웍스·코아네트), 물류(삼화로지텍), 해외 부동산 개발 및 금융투자 자문(유씨에이치파트너스), 페인트 인테리어(홈앤톤즈) 분야의 계열사들이 포진한다. 중국, 베트남, 인도 생산법인 등 9개 해외법인도 지배한다.
따라서 삼화페인트공업㈜의 연결재무실적이 계열 전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삼화페인트는 2013~2014년 매출(연결기준) 5000억원 안팎에 영업이익률이 연속 8%대를 찍었던 적이 있다. 그 뿐이었다. 2017~2020년에는 1~2%대로 주저앉았다. 급기야 작년에는 0.13%로 추락했다.
4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이 1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든 뒤 다시 8억원 남짓으로 벌이가 영 시원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력인 도료·화학 부문은 작년에 아예 21억원가량 적자를 냈다. 지난해 6320억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빛이 바랬다.
(참고로 삼화페인트의 작년 계열 전체(8억원) 영업이익은 관계사 이노에프앤씨(14억원) 보다도 적다. ‘[거버넌스워치] 삼화페인트 ④편’에서 언급했지만, 오너 김장연(65) 회장의 1남1녀 중 맏딸 김현정(37) 상무가 1대주주(지분 31%)로 있는 곳이다. 적잖은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알짜배기로 변신 중이어서 향후 대물림 지렛대로 쓰일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3세 회사’ 이노F&C 작년 벌이 보다도 ‘영~’
스마트폰용 플라스틱 도료의 공급 물량 증가로 호황을 누렸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2015년 이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요 소재가 메탈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엎친데 덮쳤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 값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좀 나아진 분위기다. 1~9월 영업이익이 180억원이다. 1년 전 4억원 적자에서 흑자 반전한 수치다. 매출은 4840억원으로 5.5%(264억원) 성장했다. 유가 안정 및 단가 인상에 힘입었다. 다만 이익률이 3.7%로 화려했던 2010년대 중반 때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친다.
삼화페인트가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에 부쩍 공을 들이는 이유다. 재무실적에서 보듯 주력분야가 전방산업 업황이나 유가 등에 따라 벌이가 요동치는 것과 무관치 않다. KCC(실리콘), 노루페인트(농생명), 강남제비스코(합성수지), 조광페인트(2차전지 소재) 등 도료 업체들이 영토 확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도 맥이 닿아있다.
하지만 삼화페인트의 신사업은 갈 길이 멀다. 2008년 ‘필드그라스’라는 브랜드로 체육시설 등에 인조잔디를 까는 사업을 벌였다가 재미도 못보고 접은 게 3년여 만인 2011년 말의 일이다.

자산 기껏해야 120억…고만고만
게다가 현재 새 먹거리로 분류되는 계열사들 또한 아직은 기업볼륨 자체가 고만고만하다. 총자산이 많아봐야 120억원(9월 말 기준) 정도다. 주력 중의 주력 삼화페인트공업㈜(별도 5440억원)에 비할 바 못된다. 제법 돈이 되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먼저 삼화페인트가 최근 공을 들이는 특수정밀화학 업체 삼화대림화학(옛 대림화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2018년 9월 법정관리 상태에서 계열 편입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79억원을 출자, 현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전자재료 소재, 의약품 중간체, 촉매 등 특수기능성 화학소재 등을 생산한다. 2018년 매출 43억원에서 확대 추세지만 작년 수치가 61억원 정도다. 영업이익 또한 2019년 흑자 전환했지만 매년 4~5억원가량을 벌어들이는 수준이다. 순익은 4억원 안팎이다.
이노에프앤아이(옛 대운테크)는 아예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2020년 10월 삼화페인트와 삼화대림화학이 각각 5억원(지분 50%), 4억원(40%)을 주고 인수한 폴리에스터필름 제조업체다. 2021년 매출 53억원에 순익적자가 8억원이다. 자산(103억원) 보다 부채(111억원)가 7억원가량 많다. 지난달 자본금을 10억→18억원으로 확충한 이유다.
완전자본잠식 계열사 또 있다. 홈앤톤즈다. 삼화페인트가 2013년 12월 론칭한 페인트 인테리어 브랜드 ‘홈앤톤즈’를 떼어 내 2015년 12월 설립한 100% 자회사다. 전국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7~2021년 순익적자가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2억원이다. 삼화페인트가 16억원을 출자했지만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0억원이다.
IT나 물류는 좀 낫지만 도긴개긴이다. IT 서비스업체 에스엠투네트웍스, 원자력 계측제어설비 및 플랜트․수처리 분야 자동화 업체 코아네트, 물류 계열사 삼화로지텍 등이 면면이다. 2021년 매출이 각각 적으면 54억, 많아야 187억원이다. 순익은 1억~4억원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