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품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던 주인공은 돌연 잘 나가던 회사를 팔고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망가진 건강을 추스르려 했다. 농사를 짓고, 약재를 키우며, 죽염을 굽는다.
해피콜(현 에이치씨컴퍼니) 창업자 이현삼(57) 전 회장이 6년 전 해피콜을 매각한 이후의 삶을 농부로만 각인된다면 당신은 이 전 회장을 반쪽만 아는 것이다. 경영 보폭 결코 좁지 않았다.
이현삼, 거액 투자 계기 이사회 합류
‘김고은 멀티밤’ 가히(KAHI) 판매업체 코리아테크의 이동열(51) 창업자는 2003년 5월 창업 이래 대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1대주주로서 확고한 오너십도 쥐고 있다. 초기 99.25%에서 줄기는 했지만 현 보유지분이 67.31%다.
한데, 코리아테크 현 이사진 명단에 낯익은 이름 석 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현삼 전 해피콜 회장이다. 이사회에 첫 출근 도장을 찍은 때가 2019년 12월이다. 거액을 투자했으니 경영 참여는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거버넌스워치] 코리아테크 ②편’에서 얘기한대로. 당시는 이 전 회장이 코리아테크에 407억원을 투자한 시점이다. 우선주(254억원) 및 이 창업자의 개인지분 11.27%(우선주 발행가 기준 153억원) 인수를 통해 현재 30.05% 지분을 보유 중인 이유다. 단일 2대주주다.
뿐만 아니다. 후속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관계사인 팩토리아홀딩스에도 이 전 회장 등장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발굴해 유통하는 업체다. 이지(Easy) 시리즈의 탈모 치료 기기 ‘이지헤어풀(Hairfull)’, 요실금 치료기 ‘이지케이(K)’, 척추 마사지 매트 ‘이지에스(S)’ 등이 주요 제품이다.
원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IT업체였지만 이 창업자가 2013년 말 인수, 업종을 갈아탔다. 개인 지배주주로서 2015년 12월 직접 대표를 맡아 경영을 챙겨왔다. 이 전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가진 것도 2019년 말이다.
즉, 이 회장이 투자를 계기로 코리아테크는 물론 관계사까지 이 창업자 소유의 회사의 경영에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재무적투자자(FI)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업적으로도 씨줄과 날줄처럼 꽤 긴밀하게 얽혀 있다.
해피콜 매각 후 다채로운 경영 행보
해피콜 창업자 이현삼 전 회장은 해피콜 매각 후 강원도 홍천 공작산 기슭에 들어가 농부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6월 에세이집 ‘농부 하는 중입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사업도 한다. ‘산(SAAN)’이란 브랜드로 비누를 만들었다. 식물성 약재와 죽염으로 만든 천연비누다. 삼푸, 트리트먼트도 만들었다. 회사도 차렸다. 2018년 3월 홍천에 설립한 천연비누, 삼푸, 치약 등 생활용품 및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 ‘하늘바람’이다. 2019년 8월 간판을 바꿔 단 현 리팜이다.
이 전 회장은 리팜 창업 이래 지금껏 대표이사 명함을 가지고 있다. 출자도 적잖이 했다. 리팜은 자본금이 설립 당시 5000만원에서 2018년 4월(9억5000만원), 2020년 2월(30억원) 두 차례 유상증자 통해 지금은 4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산’의 유통·판매를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코리아테크다. 뿐만 아니다. 창업자인 이동열 대표 또한 2019년 12월 리팜의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즉, 2019년 말 투자 유치를 계기로 이 전 회장과 이 대표가 긴밀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산’ 브랜드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는 게 코리아테크측의 전언이다.
한가지 더. 이 전 회장이 해피콜 매각 후 경영 행보는 다채롭다. 충북 중·북부 지역 종합유선방송인 상장사 씨씨에스(CCS)충북방송의 대주주다. CCS충북방송이 상장 폐지와 재허가 무산 위기에 몰렸던 2019년 11월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현재까지 총 78억원을 출자했다. 현재 1대주주로서 지분 24.24%를 소유 중이다. 2019년 12월 이사회 합류와 함께 회장으로 취임해 활동 중이다. (▶ [거버넌스워치] 코리아테크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