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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무림家 3세 이도균, 캐피탈 얽힌 재산증식 비화

  • 2023.06.05(월) 07:10

[중견기업 진단] 무림④
2009년 설립 당시 오너 父子 140억원 출자
2017년 자금수혈 무림P&P·무림SP 몫
이듬해 이도균 112억등 일가 266억에 회수

‘돈 벌기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제지·펄프 중견그룹 ‘무림(茂林)’의 오너 일가 얘기다. 추가적인 자금 투입은 계열사들 몫이었을 뿐 개인자금을 더 들이지 않고도 알토란같은 수익을 챙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찌 보면 습관 같은, 무림가(家) 지배구조에 감춰져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도균 무림그룹 사장

2代 이동욱, 출자 3년 뒤 18% 전량 가족증여

무림그룹의 2대(代) 오너 이동욱(75) 회장 일가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이자 제지부문 주력사인 무림에스피(61.41%), 무림페이퍼(33.21%) 말고도 예전에는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가 수두룩했다. 산업용 잉크업체 옛 무림켐텍, 사무용품 유통업체 옛 무림오피스웨이 등등. 현 무림캐피탈도 그 중 하나다. 

무림이 금융업에 진출한 때는 2009년 5월이다. 자본금 500억원으로 여신금융업체 무림캐피탈을 설립한 게 이 때다. 열병합발전 및 지역냉난방 업체 무림파워텍과 표백화학펄프 및 인쇄용지 업체 무림피앤피가 주도했다. 각각 210억원(42%), 150억원(30%) 총 360억원(72%)을 투입했다.  

오너 일가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 회장이 90억원(18%)을 출자했다. 현 경영 실권자(實權者)이자 이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이도균(45) 사장도 50억원(10%)을 투자했다. 부자(父子)가 도합 140억원(28%)을 댔다. 

다만 2012년 11월에 가서 주주들의 면면이 대폭 교체됐다. 이 회장이 개인지분 18%를 가족에게 전량 증여했다. 이 사장이 1.8%를 물려받아 11.8%로 확대했다. 부인 정자경(70)씨와 장녀 이승은(40)씨가 각각 8.6%, 5.1% 주주로 새롭게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금융, 투자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무림캐피탈은 현재 자기자본(2022년 말)이 1350억원이다. 2018~2022년 영업수익 410억~500억원대에 순익으로 적게는 60억원, 많게는 147억원을 벌어들였다. 총여신 1730억원 중 요주의이하여신비율 7.77%, 연체율(1개월 이상)은 0.04%에 불과하다.  

원래부터 벌이와 자산건전성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설립 이후 2011년 87억원을 찍기도 했던 순익은 거의 매년 예외 없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6년에는 233억원의 대손비용까지 발생, 4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 27.6%. 연체율은 22.85%로 뛰었다. 굴욕의 성적이었고,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했다.  

무림캐피탈 주주 변동

3세 실권자 이도균, 9년 만에 62억 잭팟

한데, 당시 무림캐피탈 지분을 28%나 보유하고 있던 오너 일가는 외면했다. 대신에 2대주주인 무림P&P와 새롭게 모태기업인 무림SP가 총대를 멨다. 2017년 4월 제3자배정 방식으로 각각 50억원 총 100억원을 무림캐피탈에 수혈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외부자금 100억원을 조달한 것도 이 무렵이다. 

짧은 기간 제 궤도에 올라섰다. 2018~2022년 재무실적은 반전의 수치들이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전량 팔아치웠던 때가 무림캐피탈이 자본확충을 하고 난 이듬해다. 2017년 순익 55억원 흑자 전환 뒤 3배 넘게 불어난 140억원을 찍었던 해다.   

2018년 12월 무림P&P가 무림SP(6.54%․보통주 기준)를 제외하고 오너 일가 주주(24.34%)와 무림파워텍(36.51%) 소유의 60.85%를 사들였다. 무림캐피탈의 안정적 성장 지원과 신용도 향상을 통해 수익성 확대와 배당수익 등 자본이득을 기대한다는 게 추가 지분 취득의 명분이었다. 현재 무림P&P가 93.46%(2019년 9월 우선주 상환) 1대주주로 있는 이유다. 

어찌됐든, 당시 무림P&P의 지분 인수액이 666억원이나 됐다. 주당가격은 9510원(액면가 5000원)이다. 1년8개월 전 출자가(6650원)와 비교하면, 오너 일가는 이 보다 43%(2860원) 비싼 값에 지분을 넘길 수 있었다. 

잭팟이 터졌다. 이 사장이 손에 쥔 돈이 112억원이다. 출자 9년 만에 부친의 증여주식을 합해 62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계산이다. 같은 해 2월 이 사장이 부친에게 무림캐피탈의 이사회 자리를 물려받은 직후다. 정자경․이승은 모녀는 증여받은 주식으로 각각 82억원, 49억원을 챙겼다. 

무림캐피탈 재무실적

습관?…오피스웨이 추가 출자도 계열사 몫

이쯤 되면 습관이었지 싶다. 앞서서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사무용품 유통업체 옛 무림오피스웨이다. 1996년 5월 설립된 뒤 1998년 2월 무림 계열(무림스피드쇼핑)로 편입된 업체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1990년대 말부터 2013년까지는 이 사장 일가와 물류업체 무림로지텍이 대략 80%대 20%의 비율로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뉴페이스’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2004년 무림페이퍼 13억원, 2006년 무림SP가 20억원 도합 33억원을 출자했다. 즉, 무림오피스웨이 추가 자본확충은 계열사들의 몫이었지 오너 일가는 아니었다.

2012년에 가서는 이 사장 등은 손을 털었다. 지분 44.4%를 2대주주(33.76%)로 있던  무림SP에 넘겼다. 당시 넘긴 주당 가격이 액면가(1만원)의 140%인 1만4000원, 액수로는 18억원을 건졌다. 

2012년은 무림오피스웨이가 매출 709억원에 순익적자 9억원을 기록했던 해다. 적자 누적으로 결손금이 40억원이 쌓여있었다. 자본잠식비율도 87%(자본금 29억원·자기자본 4억원)에 달했다. 

무림이 무림켐텍 등 신통치 못한 계열사들을 하나 둘 계열사를 정리할 무렵이던 2019년 1월 무림오피스웨이도 문구·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코리아에 매각했다. 그 해 7월에는 흡수합병돼 지금은 법인의 존재가 사라진 상태다. (▶ [거버넌스워치] 무림 ⑤편으로 계속)

무림오피스웨이 재무실적(2006~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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