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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난청' 근본적 치료…신약 개발전 뜨겁다

  • 2025.10.24(금) 10:00

K-바이오, RNA·유전자·항체 기술로 개발 도전
청력 '보조' 넘어 '복원'으로 패러다임 전환 시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난청'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난청 가운데 감각신경성은 보청기나 인공와우(코클리아 임플란트)로 대응할 수 있지만, 최근 '유전자·RNA·항체' 기술의 발달로 근본적 치료 가능성이 열리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美 리제네론, 세계 최초 난청 신약 허가 임박 

난청은 유전적 또는 환경적 원인으로 발생하며 크게 전음성, 감각신경성, 혼합성 세가지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외이, 고막,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태로, 주로 수술적 치료를 통해 청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까지 소리 전달이 잘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귀에서 뇌로 소리를 전달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데 유전성 요인이 많다.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로 최근 주목받는 기업이 미국의 리제네론(Regeneron)이다. 리제네론은 지난 12일 감각신경성 난청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오토페를린(OTOF)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한 유전자치료제 'DB-OTO'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OTOF 유전자는 귀 안의 달팽이관에서 털세포와 청신경을 연결해 소리를 신호로 바꾸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달팽이관이 소리를 감지하더라도 그 신호가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지 않아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소리가 전달되는 과정 /이미지=분당서울대병원

DB-OTO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벡터를 이용해 정상 오토페를린(OTOF) 유전자를 달팽이관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임상에서 평가 가능 환자 12명 중 11명에게서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 리제네론은 올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라이릴리(Eli Lilly)가 인수한 아쿠오스(Akouos) 역시 리제네론과 유사한 방식의 OTOF 유전자 난청 치료제(AK-OTOF-101)를 개발 중으로, 지난해 임상에서 1회 투여 후 30일 내 청력 회복이 관찰된 사례가 보고되며 난청의 유전자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시오노기는 지난해 프랑스 제약사 실케어로부터 달팽이관의 시냅스(신경 연결) 손상을 치료하는 난청 치료물질 2개에 대한 독점 기술이전 옵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시오노기는 실케어의 두 약물의 임상 결과에 따라 향후 정식 라이선스 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K-바이오, RNA·유전자·항체 신약 개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존 항암제·면역질환 중심에서 벗어나 청각세포 복원 및 신경 회복이라는 고위험·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알지노믹스(Rznomics)는 잘못된 리보핵산(RNA)을 정상으로 바꾸는 'RNA 치환효소 플랫폼(Trans-splicing ribozyme)'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 지난 5월 기술이전하면서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알지노믹스가 감각신경성 난청을 포함한 청각세포 손상 질환을 대상으로 초기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일라이릴리가 후속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한다. 회사는 RNA 치환효소를 통해 난청 질환 관련 유전자의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절단해 치료용 RNA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청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라클사이언스(Neuracle Science)는 항체치료제 'NS101'을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귀에서 뇌까지 소리를 전달하는 신경세포를 회복시킴으로써 청력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각신경성 난청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NS101은 현재 북미에서 임상 1a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국내에서 1/2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신약개발 전문회사 아이온테라퓨틱스는 이온채널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난청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온채널은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단백질로, 청각 신호를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온테라퓨틱스는 손상된 청신경의 이온채널 기능 이상을 표적으로 삼아 신경 신호 전달을 정상화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아이씨엠(ICM)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사용한 유전자치료 기술을 통해 난청 유전자치료제 'ICM-403'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한 유전자(SLC26A4) 변이 난청을 표적으로 한다. SLC26A4는 귀의 달팽이관에서 산-염기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펜드린(pendrin)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SLC26A4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난청을 유발한다. ICM-403는 달팽이관에 유전자 치료물질을 투입해 SLC26A4 변이를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다.

치료제 없는 난청 시장서 '퍼스트 인 클래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난청 치료제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난청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요법이나 인공와우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난청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치료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시장성이 큰 것도 난청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세계 난청 치료 시장은 2023년 약 133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에는 18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보청기·인공와우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유전자·RNA·항체 기반 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각기관은 두개골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해 유전자나 RNA 물질을 정확히 전달하기 어렵고, 면역 반응·장기 안전성·벡터 생산 비용 등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희귀질환 중심의 초기 시장인 만큼 보험 급여 체계와 경제성 평가도 중요한 숙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결함을 교정, 치료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난청 치료의 패러다임이 '보조'에서 '복원'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아직 글로벌 시장도 개발 초기 단계인데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유전자치료제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뒤지지 않는 만큼 향후 난청 치료제 개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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