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존의 기술이전(L/O) 중심 전략에 더해, 글로벌 빅파마처럼 기술도입(L/I)을 활용한 신약 개발 방식을 병행하며 전략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기술이전은 자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외부에 넘기고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연구개발(R&D) 리스크를 낮추고 자금을 조기에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기술도입은 외부에서 유망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들여와 자체적으로 임상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파이프라인 확장과 수익 극대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과거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을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해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외부에서 유망 자산을 도입해 임상 개발을 직접 수행하고, 이후 재이전 또는 상업화까지 염두에 둔 접근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외·LG·셀트, 외부서 신약 후보물질 도입
1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며 기술도입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9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와 2주 간격으로 한번 주사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LG화학도 지난 1일 미국 프론티어 메디신즈와 임상 1상 진입을 앞둔 항암 신약 후보물질 'FMC-220'의 글로벌 독점 개발 및 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고바이오랩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장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KC84', 'KBL382', 'KBL385'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후보물질의 독점적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임상 초기 단계에서 신속한 효능 검증(PoC)에 집중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3월 지투지바이오 및 에피스넥스랩과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및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미립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해 약효 지속성을 높인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미국 노바락 바이오테라퓨틱스와 ADC 항체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착수했다. 확보한 항체 기술에 자사의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을 접목해 신규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초기 연구 리스크 줄이고 수익 가능성 높이고
기술도입이 활발해진 배경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축적해온 '인바운드 R&D' 전략을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 개발 역량과 사업화 경험이 축적되면서, 단순 기술 수출을 넘어 도입한 자산의 가치를 직접 끌어올릴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기술도입은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파이프라인을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높은 불확실성이 집중되는 초기 연구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는 수천~수만 개 물질 가운데 유효 후보를 선별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으로, 통상 3~5년이 소요된다. 질병 메커니즘 규명과 표적 발굴, 후보물질 탐색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임상 단계(세포·동물실험) 성공률도 약 3% 수준에 불과해 대표적인 고위험 구간으로 꼽힌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외부 자산을 활용해 초기 리스크를 낮추고, 임상 개발 이후 고부가가치 구간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도입은 신약 개발의 고위험·고비용 구조를 극복하면서 효율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도입 이후 임상 개발을 통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이전하거나 직접 상업화로 이어가는 등 수익화 경로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