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의 이메일, 그 3가지 의미

  • 2013.06.03(월) 10:57

①불가피했으나 ②내가 책임지겠다 ③미안하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길지 않은 분량의 메일에서 이 회장은 최근의 사태를 둘러싼 소회를 밝혔다.

 

이재현 회장의 이메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절실했던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취해졌던 조치"라는 표현이다. 과거 CJ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던 의사결정들은 이재현 회장 개인의 사익(私益)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통상 지주회사 전환시 오너는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회사(CJ제일제당)의 지분과 신설되는 지주회사(CJ)의 지분을 바꿔 지주회사의 지분을 얻게 된다. 사업자회사의 주가는 높을수록 그리고 지주회사의 주가는 낮을수록 오너의 손에 들어오는 지주회사 지분은 많아진다.

 

오너가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수록 지배구조가 안정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주회사 주가가 하락하거나, 교환대상인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올라야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 측이 비자금을 동원,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표현한 "절실한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조치"는 이같은 과정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 대신, 그룹의 경영자로서 부담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실제 "그룹이 성장하는 사이, 최고 경영자로서 느낀 무게와 책임감도 그만큼 컸음을 고백합니다"라고 메일에 썼다.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 주목되는 표현은 "저를 도와준 임직원들의 과오가 있다면 그 또한 저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힌다"는 부분이다. 그룹의 오너로서 최고 경영자로서 모든 허물을 책임지고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 실형을 받은 오너들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결부됐다는 점을 줄곧 부인했다. "나는 모르고, 아래사람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오너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판결을 내놨다.

 

다시 말해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들이 줄줄이 실형을 받는 과정에서 반면교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오너를 살리고 임직원들이 희생하는 일종의 '꼬리 자르기'식의 대응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변화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한 부분이다.

 

마지막은 '조직 내부 추스리기'로 보인다. 이 회장은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메일에 썼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 정말 가슴 깊이 사죄합니다"라고도 했다. 거대그룹을 이끌어 가는 오너가 임직원들에게 쉽게 내놓을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일련의 사태가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국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질테니 조직원들은 흔들리지 말라는 의미다. "개인의 안위를 모두 내려놓겠다. CJ가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달라"는 부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은 이재현 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회장 이재현입니다.

 

최근 저와 우리 그룹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임직원 여러분이 느꼈을 혼란과 실망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그룹의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임직원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게 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할 뿐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제가 CJ그룹의 경영자로서 가졌던 첫 행사가 93년 신입사원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때 신입사원들의 희망찬 눈빛과 열정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당시 불과 1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신입사원 온리원 캠프 참가자가 1000명이 넘습니다. 그룹 출범 당시 6000여명에 불과했던 임직원도 4만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렇게 그룹이 성장하는 사이, 최고 경영자로서 느낀 무게와 책임감도 그 만큼 컸음을 고백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히 무엇보다도 절실했던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취해졌던 각종 조치들 중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질 것 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도와 준 임직원들의 과오가 있다면 그 또한 저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힙니다. 저의 잘못과 부덕의 소치로 인해 임직원과 회사가 더 이상 고통 받고 피해를 겪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CJ그룹은 회장인 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매일 출근을 하고, 회의를 하고, 현장을 누비며 우리 제품과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여러분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의 꿈과 여러분의 일터가 이번 일로 상처 나서는 안됩니다. 저 개인의 안위는 모두 내려놓고, 우리 CJ와 임직원 여러분들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CJ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 하나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작은 설탕 공장에서 시작해 한국경제의 주춧돌로 성장해 온 CJ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영원히 간직해주십시오. 저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리더인 제가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점, 정말 가슴 깊이 사죄합니다. 여러분이 받은 상처와 아픔은 마음 속에 간직하고 두고 두고 갚겠습니다.

 

회장 이재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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