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파격할인, 현대·기아차는 왜 못할까

  • 2013.06.05(수) 11:43

직장인 이 모씨는 최근 도요타 캠리를 구입했다. 당초 현대차 그랜저를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도요타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차값 대폭 할인에 구미가 당겼다. 같은 값이면 수입차를 타고 싶다는 한국인 특유의 로망이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착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무서운 도요타의 파상 공세


 
도요타가 엔저를 등에 업고 국내 내수 시장에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여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월판매 실적을 거뒀다. 도요타는 이 여세를 몰아 6월에도 차종별로 최저 300만원에서 최고 700만원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도요타가 '파격적인' 할인에 돌입해 내수 시장을 잠식하자 현대·기아차도 비상이 걸렸다. 과거에는 수입차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내수 시장을 평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로 지난 5월 도요타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53%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0,2%, 3.1% 감소했다. 엔저에 힘입은 도요타의 국내 시장 공략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다.





◇ 현대·기아차, 가격 내렸지만...
 


지난 5월 기아차 영업본부와 재경본부는 고민에 싸였다. 6월부터 출시될 K5와 쏘렌토R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의 가격 결정 때문이었다. 새로운 연식으로 내놓는 만큼 각종 편의사양들이 대거 탑재됐다. 또 예전에는 옵션이었던 사양들을 '기본 탑재'로 전환했다. 그런 만큼 가격 인상 요소가 많았다.


 
기아차 영업본부와 재경본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분명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가 없었다.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의 가격 할인 공세가 거센 마당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차는 사양은 올리고 가격은 '내릴 수 밖에 없는' 정책을 택했다. 기아차의 '더 뉴 K5'는 종전보다 55만원, '2014년형 뉴 쏘렌토R'은 최대 170만원까지 할인 판매키로 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요타의 할인 폭이 워낙 커서다.


 
◇ 도요타 파격할인의 비결은 '높은 마진율+엔저'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왜 도요타처럼 제품 가격을 대폭 할인할 수 없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그 해답을 마진율에서 찾는다.


 
수입차는 일반적으로 현대·기아차에 비해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같은 급의 차량이라도 수입차의 판매 가격이 현대·기아차의 판매 가격보다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입차 프리미엄인 셈이다. 이는 곧 가격 인하 여지가 현대·기아차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엔저 현상 지속에 따라 일본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여지는 더욱 커졌다. 도요타가 과감히 가격 인하를 단행한 이유다.


 
실제로 미국에서 생산·판매되는 도요타 캠리의 경우 2만2235달러(한화 약 2500만원)에 판매된다. 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캠리는 3370만원이다. 약 8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물론, 미국 생산·판매분은 미국에 공장이 있어 더욱 쌀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다르다.


 

[도요타의 주력 모델인 캠리. 도요타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캠리를 300만원 할인 판매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가격이 높게 책정된 이유에 대해 관세와 한국 내 서비스망 구축 등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또 한국에 출시되는 모델들은 '풀옵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비교적 높다는 주장이다. 결국 수입차 업체들 스스로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차 업체들이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도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도요타를 필두로 한 일본차 업체들은 여기에 엔저까지 호재로 작용하면서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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