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규제 돌파구] ①현대오토 10년의 변신

  • 2013.06.14(금) 11:34

정의선 부회장, 닷컴붐 당시 설립 관여…現지분 20%
계열의존 90% 매출 1兆 눈앞…일감 축소 방향 촉각

대기업들이 사업확장의 욕망이 몰고 온 업보를 업보를 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富)의 대물림과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늘려온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너도나도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여온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의 항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밀고나갈 기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부터 현실화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도 ‘발등의 불’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앞다퉈 내놓고 있는 외부수주와 일감개방 대책은 난관을 넘기 위해 선택한 정공법이다.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등을 통한 물타기 전략도 동원되고 있다. 방계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인위적으로 내부거래 물량을 줄이는 곳도 있다. 계열거래가 잦은 시스템통합(SI), 광고, 물류, 건설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서로 다른 변신의 동선(動線)을 따라가 봤다.

 

닷컴 붐이 일었던 2000년초 정의선(43·사진) 현대차 부회장은 인터넷 사업에 손을 댔다. 이에이치디닷컴(e-HD.com), 오토에버닷컴 등 인터넷 벤처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재용(45) 삼성전자 사장이  ‘e삼성’을 설립하는 등 재계 2, 3세들이 앞다퉈 e비즈니스에 뛰어들던 때다. 당시 나이 30대 초반으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던 정 부회장으로서도 ‘디지털 경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쌓기에 안성맞춤인 기회였다.


◇이에이치디닷컴의 몰락


이에이치디닷컴은 2000년 4월 현대우주항공의 위성영상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업체로 자동차의 인공위성 자동항법장치 관련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원격교육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IT기업들에게 닷컴 버블 붕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자 정 부회장은 서둘러 지분을 정리했다. 설립 1년만인 2001년 4월 이에이치디닷컴의 출자지분 16.0%(32만주)를 19억2000만원(주당 6000원)에 현대차에 매각한 것.


이로인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그룹 계열사에 지분을 떠넘겼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 공정거리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이치디닷컴은 결국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2003년말 결손금이 127억원에 이르면서 2004년 4월 현대위아에 흡수됨으로써 자취를 감췄다.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양상을 달리한다. 지금의 현대오토에버는 정 부회장에게 존재감 있는 계열사로 변신했다. 반전의 계기는 그룹의 넘쳐나는 SI 일감이 가져다줬다. 부진했던 인터넷사업을 정리하고, 주력사업을 그룹 계열사들의 SI사업으로 전환하면서 2002년 이후 매출이 급증, 지금은 정 부회장의 재산증식에 일조(一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I사업이 가져온 반전


이에이치디닷컴과 같이 2000년 4월 오토에버닷컴으로 세워진 현대오토에버는 당초에는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부품 전자상거래와 중고차 경매 사업을 벌였다. 초기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2001년 매출 485억원에 순이익은 8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SI사업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은 현대오토에버는 이듬해 매출 1108억원, 순이익은 5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등 23개 계열사들의 일감(878억원·계열매출 79.2%)의 뒷받침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듬해 2003년 6월 중고차 부문을 한국로지텍(현 현대글로비스)에 양도한뒤 그룹 관계사들의  IT아웃소싱, SI, IT인프라 구축, 컨설팅, e러닝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오토에버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현재 현대차, 기아차 등의 해외생산공장이 나가 있는 현지에 7개 법인까지 두고 있는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9220억원(연결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정확히 10년만에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매출액증가율 20.7%에 이어 지난해에는 25.9%로 뛰었다. 매출 거의 대부분을 관계사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2010~2012년 계열매출 비중은 한 해 평균 89.4%에 달한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현대차(2760억원, 개별기준), 기아차(800억원) 등은 물론 현대카드(523억원), 현대캐피탈(391억원) 등 금융 계열사들까지 나서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경영 승계 요긴한 재원


폭풍성장으로 곳간에는 돈이 넘쳐난다.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3년간 매출액의 5%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499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인해 2009~2011년 주주들에게 매해 100억원의 결산배당을 하고도 지난해 말 현재 1145억원의 현금성자산이 쌓여있다. 풍족한 현금을 쥐고 있는 만큼 외부로부터 차입을 할 필요가 없는 탓에 차입금이 24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은 탄탄하다.


그룹 계열사들의 풍족한 일감 덕에 기업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황태자’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재원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밖에 없다. 부친인 정몽구(75) 현대차그룹 회장의 10.0% 외에 정 부회장도 현대오토에버의 지분 20.0%를 소유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현대오토에버에는 늘상 정 회장 부자의 재산을 불리는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란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현대차그룹이 올 4월 계열사간 거래를 축소하고 외부 개방을 확대키로 한 것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새 정부 들어 재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물류·광고부문에서 6000억원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키로 한데 이어 현재까지 이 중 30%를 달성했다. 이어 건설 및 SI분야도 경쟁입찰을 늘려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일감 개방은 이제 현대오토에버가 그동안 맛봤던 달콤한 과실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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