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오너 일가와 계열사들이 총동원돼 주식을 쓸어 담는 곳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사돈가인 대원강업그룹이다.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사인 지분을 끊임없이 늘려가는 속내를 알 길 없는 2대주주에 맞서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4일 금융감독원 및 업계에 따르면 대원강업 최대주주인 허재철(사진) 회장 및 특수관계인 소유지분은 지난 3일 현재 33.2%(2055만주)를 나타냈다. 이는 허 회장과 일가들이 올들어서도 끊임없이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 우리사주조합을 합한 우호지분이 마침내 50%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 회장에게 지분 확보가 필요한 이유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고려용접봉이란 존재 때문이다. 용접봉업체인 고려용접봉은 2007년 4월(5% 대량보유 첫 신고) 최대주주인 홍민철 사장과 함께 대원강업 지분 8.2%를 취득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로도 끝 모르게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까지 사들인 지분이 현재 25.4%(1575만주)에 달하고 있다.
허 회장에게는 경영권 안정이 ‘발등의 불’일 수밖에 없었다. 2009년 12월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등장했다. 허 회장의 맏사위인 정 부회장이 ‘백기사’를 자처한 것. 정 부회장은 허 회장의 큰딸 허승원 씨의 남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됐다. 백기사가 쓸 수 있는 카드도 다양하게 활용했다. 현대홈쇼핑이 2009년 12월 대원강업 자기주식 7.7%를 넘겨받았고, 현대쇼핑은 꾸준히 장내에서 1.6%를 매입했다. 대원제강, 대원정밀공업, 세윤철강 등 대원강업 계열관계사들이 보유한 주식은 금강에이앤디 몫(장내매수주식 등 포함 5.4%)이었다. 현재 현대홈쇼핑 등의 소유한 대원강업 지분은 14.6%(906만주)에 달한다.
맏사위가 든든하기는 했지만 장인 또한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허 회장 일가는 물론이고 계열사들도 대원강업 지분을 현대백화점그룹 판 돈으로 다시 대원강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33.2%는 지분 확보에 공들인 결과다. 우호세력이랄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은 2.8%(올 3월말 기준) 가량을 보유중이다.
대원강업그룹 주력사인 대원강업은 차량용 스프링 제품과 차량용 시트를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원(연결 기준)에 영업이익 627억원을 올린 알짜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 비중이 49.9%에 이를 정도로 든든한 매출처를 가지고 있어서다. 계열사도 삼원강재를 비롯해 10개사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