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그늘]1-②'과징금+벌금+손해배상금'

  • 2013.08.06(화) 16:03

하도급법,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벌금 외에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지난 1992년 한 할머니는 동네 맥도날드에서 구입한 뜨거운 커피 뚜껑을 열다 실수로 다리에 엎질러 화상을 입었다. 2년간 치료비로 1만1000달러 가량이 나왔고, 할머니는 맥도날드를 대상으로 2만달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법정으로 간 이 사건은 결국 맥도날드의 패소로 끝났다. 법원은 10여년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됐지만 맥도날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할머니에게 피해액의 260배가 넘는 27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커피 컵에는 주의 경고문이 부착됐다.

 

미국에서 벌어진 이 사례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거론할때 빠지지 않는 '맥도날드 사건'이다. 이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물리는 제도다.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고액의 배상을 노린 과도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말 국회에서 통과된 하도급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우려 역시 같은 선상에 서 있다.

 

◇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 확대

 

'경제민주화 1호 법안'. 하도급법 개정안에 붙여졌던 명칭이다. 주로 원청업체인 대기업과 하도급업체인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의 고리를 시정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그 골자다.

 

기존 하도급법안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규정돼 있다. 다만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하도급 대금의 부당 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행위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간에도 규정은 적용된다.

 

이 사례에 해당될 경우 피해를 입은 하도급업체는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납품단가에 이견이 있을 경우 그 조정권한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부여했다. 하도급업체가 신청을 하면 조합은 직접 나서 원청업체와 납품단가를 협의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받아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상당부분 시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손해배상을 둘러싼 소송이 많아지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재계 "과잉규제 아니냐"

 

재계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과잉규제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해선 공정위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할 경우 벌금을 내는 구조인데 여기에 손해배상 소송 부담까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과징금 제도가 징벌적 손해배상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실제 원청업체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만일 A라는 대기업이 협력업체인 B사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B사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신고할 경우 대기업인 A사는 일단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직접 소명해야 한다.

 

A사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부당성을 인정할 경우 B사 피해액의 2배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공정위가 검찰에 신고할 경우 A사는 다시 피해액의 2배를 벌금으로 낸다. 여기에 B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근거로 소송을 청구하면 피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과징금과 벌금, 그리고 손해배상금으로 이어진다. 재계가 "과잉처벌"이라고 반응하는 배경이다.

 

일부에서는 하도급업체와 문제가 생긴 원청업체의 경우 거래선을 해외로 돌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국 중소기업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지난 4월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도급법이 통과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크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이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됐지만 만일 원청기업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일 경우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별도의 대응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하도급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경우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관련 전경련은 원청사업자의 75%가 중소기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납품단가 조정 등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청업체인 수출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부진이 다시 하도급업체로 전이되는 등 경제적인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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