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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그늘]1-③연봉공개, 흥미거리 전락

  • 2013.08.07(수) 13:14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개인별 내역 공개
"실익보다 부작용" 우려 목소리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

 

'52억원' 엄청난 금액이다. 봉급 생활자들은 평생 만져보기도 어려운 돈이다. 하지만 이 돈을 1년 연봉으로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등기임원들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등기임원들에게 평균 52억원을 지급했다. 평균금액인 만큼 개인별로 얼마씩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경우 개인별 연봉을 모두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찬반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5억원 이하 등기임원이나 미등기임원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강경론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반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 5억원이상 등기임원 연봉 공개

 

지난 4월말 국회에서 통과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은 내년 사업보고서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들의 개인별 내역과 산정기준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기본 연봉뿐 아니라 성과급 등도 모두 포함해야 한다. 그동안 사업보고서에는 등기임원의 총연봉과 평균연봉만 기재해 왔다.

 

기업, 특히 대기업일수록 많은 임원들이 있다. 하지만 같은 직급의 임원중에서도 등기임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등기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고,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의 투자 등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사실상 기업 경영의 방향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막강한 권한이 있는 반면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자본시장법이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을 대상으로 한 만큼 연봉 공개대상은 주로 최고경영자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약 200여개 기업의 620여명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등 그룹 총수들도 등기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봉이 공개된다.

 

가령 정몽구 회장의 경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파워텍 등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정 회장의 연봉을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등기임원이 아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 '득보다 실'..무용론도 등장

 

등기임원 연봉공개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존재한다. 공개에 찬성하는 쪽은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불투명한 보수체계를 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구조에서는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경영성과에 정확하게 연동되고 있는지 주주나 투자자들이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성과보다 그룹 오너들에 대한 충성도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도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연봉 자체는 개인의 문제인데,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라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주장이다. 특히 등기임원이 이사회에서 내리는 '경영상 의사결정'을 일반 근로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보다 자칫 일반 사람들의 흥미거리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며 "주주총회에서 승인하는 이사보수한도 등의 조정을 통해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성과주의 체계가 정착된 미국 등의 기업문화와 한국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익보다는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법은 경영 책임자를 숨게 만들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기업에 비용을 강요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강제하자, 기업들이 이사수를 줄였던 사례처럼 등기임원의 수를 줄여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실질적이고 중요한 업무는 미등기 임원들이 결정하고, 등기이사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사례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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