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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그늘]2-①'뜨거운 감자' 통상임금

  • 2013.08.09(금) 08:32

통상임금 범위놓고 노동계·재계 첨예한 대립
수십조 추가 소요 전망..대법원 전원합의체 주목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당장 끌 수 있는 단순한 불이 아니다. 바로 통상임금 문제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가 물러설 수 없는 대치를 하고 있다. 많게는 30조원 후반, 적어도 20조원 초반의 돈이 걸려 있는 싸움이다.

 

재계가 올 하반기 중요한 이슈중에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는 아직 누구도 먹을 수 없는 '뜨거운 감자' 상태다. 최근 노동계의 주장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던 법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이 문제를 넘겼다.

 

◇ 통상임금이 뭐길래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의 퇴직금이나 휴일·연차수당 등을 산정할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준금액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근로자들의 수당은 증가한다. 반면 기업들의 부담은 커진다.

 

노동계에서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수입과 마찬가지인 만큼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기업들은 반대입장에 서 있다.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정의돼 있다. 예를들어 통상 분기마다 한번씩 지급해온 상여금이 있다면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있을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들이 제기돼 왔고, 지난해 법원이 이를 용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도중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대니얼 에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진 상태다.

 

현재로선 노동계의 주장이 지지를 받는 모습이다.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한국GM 근로자 1025명이 회사측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상여금 성격인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그에 앞서 작년 3월 대법원 소부(小部)에서 "정기적인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100여개 기업 노조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도 야당의원의 발의로 2건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이다.

 

◇ '인건비 감당 안된다' 재계, 난색

 

재계는 무엇보다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1%의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지급해야할 임금차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평균 15%의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응답기업중 22.5%는 고용감축이나 신규채용 중단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만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추가부담이 3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도 40만개로 추산했다. 반면 노동연구원은 이 비용을 21조9000억원으로 산정했다. 경총의 계산과 격차가 있지만 보수적으로 봐도 수십조원의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만일 통상임금 산정범위가 확대되면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투자와 고용창출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노사정 등의 대화나 시행령 개정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이 나서 이 문제에 대한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법원은 최근 이 문제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거나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소집된다. 전원합의체는 내달 5일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하반기내에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이 결정이 내려지면 어느 한쪽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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