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파업]①'8월의 악몽'

  • 2013.08.12(월) 13:13

노조 선거 앞두고 강경투쟁
현대차 "해외생산 확대" 맞불

매년 6~8월 현대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하다. 자동차 생산 때문이 아니라 노조의 파업 때문이다. 노사간 임단협 개시부터 현대차의 신경은 온통 노조에 가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7년 노조 출범 이래 22차례 파업을 했다. 무파업으로 지나간 해는 단 4차례 뿐이다. 현대차에게 노조의 파업은 곧 실적 하락으로 직결된다. 그래서 현대차에게 8월은 '잔인한 달'이다.

◇ "1인당 1억원씩 달라"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지난 7일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한 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결과가 나오는 20일쯤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총 18차례 협상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75개 조항 180개 항목에 이르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파업 수순을 밟게 됐다.


노조는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상여금 800% 지급, 61세 정년 보장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노조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기술 취득 비용으로 1000만원씩을 지

급하라는 내용도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현대차는 노조원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해야한다. 현대차의 지난해 평균연봉이 94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작년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추가로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 노조, 유난히 강하게 나오는 까닭은

현대차 노조의 위력은 대단하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 각 지부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꼽힌다. 그동안 금속노조가 진행해온 각종 정치투쟁에서도 선봉에 섰던 것이 현대차 노조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성을 보이고 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재 현대차 노조 내에는 총 7개 계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계파간 선명성 확보를 위한 물밑 작전이 치열하다. 현 노조 집행부가 사측을 상대로 '강력한 요구안'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유례없는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총 180여개에 달하는 요구사안을 사측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각 계파간 선명성 확보를 위해 예년보다 더욱 강력한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를 뽑아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략이다.

전직 현대차 노조 간부는 "일단 지르고 보자는 생각이 강하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어차피 사측과 물밑으로 비공식 교섭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용될 것을 예상하고 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 "2년마다 한 번씩 있는 위원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소위 '재집권'을 위해서라도 강한 압박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차 "더 이상 안밀린다" 강경

현대차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비정규직 전면파업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있다. 비정규직 파업에 정규직 파업까지 겹칠 경우 최악의 한 해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온건 집행부가 들어섰던 지난 94년과 2009년~2011년의 무파업 타결 때와는 확연힌 달라진 분위기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해 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 현대차의 반응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지난 5월 첫 협상때부터 난항을 예상하기는 했다"며 "하지만 협상이 진행될수록 요구 사항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늘어나더니 180개까지 확대되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은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회사를 화수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해외 생산 확대'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지난 상반기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기아차는 40%대다.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에 대해 밀어붙일 카드다. 더 이상 노조의 생산 물량을 볼모로 한 압박에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다.

◇ "올해 파업이 현대차 미래 가늠자"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대차는 내수에서는 수입차에 쫓기고 해외에서도 주춤한 상황이다. 올해를 잘 넘기지 못하면 현대차는 부진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의 파업 여부에 따라 기아차 노조의 향후 방향성이 정해진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에게는 악재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동반 파업에 돌입할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노사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여부와 그 진행 상황은 올해 현대차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사측도 이번 만큼은 순순히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조 위원장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조가 장시간 이 문제를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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