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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파업]③ 현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

  • 2013.08.13(화) 15:39

2009~2011년 3년간 무파업 영향
.파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높아

과거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참 잘 하는' 조직이었다. 특유의 결속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매년 대규모 파업을 이끌어냈다. 규모나 파급력면에서도 그 어떤 노조도 따라올 수 없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현대차 노조의 조직력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 무파업의 경험,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현대차 노조의 전직 간부였던 A씨는 현대차 노조가 변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당연했던 파업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늘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을 결의했던 현대차 노조다. 그만큼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했고 그것이 현대차 노조의 힘이었다. 집행부가 결의하면 조합원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맹목적인 조직문화를 가졌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2011년 3년간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경험하면서 현대차 노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년간의 무파업 경험은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셈이다.
 
A씨는 "사실 처음에는 무척 혼란스러웠다"며 "하지만 조금씩 파업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노조 내에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무파업 임단협 타결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는 무분별한 파업에 대한 노조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도 파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됐다. 워낙 규모가 큰 파업이어서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도 부담을 느꼈다.
 
또 다른 전 노조 관계자도 "파업을 좋아하는 노조원은 아무도 없다"면서 "다만, 예전에는 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그런 목소리들이 가감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 현대重·쌍용차 노조에서 배워라

다른 기업 노조들의 임단협 움직임도 현대차 노조의 변화를 이끌어 낸 원인이 됐다. 특히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모습은 현대차 노조원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노사 상생'의 대명사로 불린다. 노조가 사측에 지나치게 협조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과거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였다.

하지만 노사가 극한 대결 이후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로 19년째 무파업 임단협 타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런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파업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체로 거듭났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옥쇄 파업'을 벌이며 회사를 붕괴직전까지 몰아갔다. 하지만 이후 쌍용차 노사는 화합과 상생을 통해 지난 2분기 6년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동종 업종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09년 '옥쇄 파업'을 벌이며 회사 붕괴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이후 회생과정을 거치며 노사가 서로 협력키로 하고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쌍용차는 올해로 4년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뤘다. 노조는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30년 장기 근속자 포상 여행 조항 신설 등 당초보다 축소된 임단협안에 만족했다. '잔치보다는 흑자 전환이 우선'이라는 라는 사측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대신 내년 1월 올 한해의 성과를 분석, 성과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노조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그 덕에 쌍용차의 경영실적은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6년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 무분별한 파업, 제2의 디트로이트로 가는 지름길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의 결과는 언제나 처참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로 각광 받았던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GM 등의 본사가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이제 폐허가 돼가고 있다.

자동차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와 연일 계속되는 파업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디트로이트발(發) 미국 자동차 산업은 무너졌다. 최근 들어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때의 상처와 손실은 너무 컸다.

[한때 세계 최대 자동차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미국 디트로이트. 하지만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 으로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가 됐다.]

디트로이트는 빈곤율 38%로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전락했다. 지난 2009년에는 '살인의 수도(murder capital)'로 선정될 만큼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급기야 파산을 선언했다. 강성 노조의 파업이 남긴 상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현재 각종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면서 "노조 스스로 변화의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변화 해야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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