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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그늘]3-③소버린·아이칸 잊었나

  • 2013.08.16(금) 17:39

집중투표제 의무화..이사회 구조 '흔들'
헷지펀드 피해 등 부작용..해외도 소수국가만 도입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

 

법무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이 재계의 강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각각의 제도는 물론, 이 제도들이 서로 결합할 경우 기존 구조가 해체될 정도의 변화를 몰고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실제 경영을 맡고 있는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참석, 사내·사외이사들과 함께 기업경영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집행임원제도가 의무화되면 감독과 실제 경영을 하는 임원이 분리된다. 의사결정 속도와 집행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이뤄지면 의결권을 분산시킨 투자자들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칫 1대 주주보다 적은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선임한 이사들이 감사위원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함께 집중투표제 도입까지 의무화될 경우 주요 대기업들은 이사회 구성을 놓고 적지않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집중투표제가 뭐길래?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이후 상법을 개정하면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다만 정관에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집중투표제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아니라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라도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그만큼 이사회 진입이 수월해지는 셈이다.

 

예를들어 발행주식이 100주고 대주주인 A가 65주, 소액주주인 B가 35주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회사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3명을 선임하기로 했다. 지금의 경우라면 각 이사마다 결의를 거치는 만큼 과반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A가 선임하고자 하는 인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A의 의결권은 195개(65주x이사 3인), B의 의결권은 105개(35주x이사 3인)가 된다.

 

A는 자기가 원하는 이사 3인 A-1, A-2, A-3을 모두 뽑기 위해선 각각에게 의결권 65개씩을 분산해서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B는 B-1 한명에게 105개를 몰아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득표순에 따라 B-1이 선임되고 나머지 두자리를 A가 원하는 이사들이 맡게 된다.

 

집중투표제는 원칙적으로는 소액주주의 의사를 반영, 대주주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주간 갈등으로 이사회의 효율적인 경영이 어려워지고, 심할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흐를 수도 있다. 헷지펀드들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이같은 부작용때문에 현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뿐이다. 처음 강행규정으로 출발했던 미국도 이후 임의규정으로 전환하며 현재 5개주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다.

 

◇ 감사위원 분리와 결합시 이사회 '흔들'

 

특히 집중투표제는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는 상법 개정안과 맞물릴 경우 그 파급력이 더 커진다. 기존 의사결정 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을 받는 만큼 헷지펀드는 의결권을 분산하거나 외국인 주주들의 결합을 통해 대주주 의사와 관계없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감사위원회 장악후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경우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이사회와 경영을 분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끌고 갈 수도 있다.

 

지난 2006년 아이칸은 KT&G의 지분 6.6%를 확보하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회사측에 인삼공사 매각과 부동산 처분 등을 요구하던 아이칸은 KT&G의 주가가 상승하자 10개월만에 1500억원의 차익을 챙기고 손을 털었다. SK그룹의 경영권을 흔들었던 소버린도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났다.

 

재계는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이같은 사례들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처럼 제도 도입여부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적어도 대주주에게 의결권을 차등적으로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나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가 있을 경우 신주를 무상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할 수 있는 포이즌필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서 박수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모두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우선 외국의 투기펀드들에 의해 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볼 것"이라며 "집중투표제 의무화보다는 현 제도의 범위안에서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자투표제 의무화도 논란

 

지난 2010년 도입된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둘러싼 우려들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특정날짜에 몰리는 만큼 전자투표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보다 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지만 입법을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 증가를 떠나, 해외에서도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회사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할 정도로 관련 인프라가 안정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시스템 오류나 해킹, 본인확인 오류 등으로 인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전자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그 결정의 효력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승렬 한국상장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전자투표제를 스스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의무화해 부담을 주는 것보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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