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以後]①에버랜드·SDS..변화는 시작됐다

  • 2013.10.08(화) 08:31

에버랜드, 패션 인수..SDS, SNS 합병
후계구도 둘러싼 변화에 관심

삼성그룹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등 지배구조와 연관된 회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을 놓고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변화, 현황, 그리고 전망에 대해 정리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에버랜드·SDS..변화는 시작됐다 
②얽힌 실타래의 실마리 '건설부문'
③삼성 '삼분지계' 걸림돌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도 아니고, 삼성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물론 세간의 시선이 온통 이 두 회사로 쏠리고 있다.
 
이 회사들이 삼성의 후계구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내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는 향후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때문에 그동안 조용했던 이 회사들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그룹 전체 구도, 특히 3세 경영을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부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전보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 '한지붕 두가족' 에버랜드
 
지난달 23일 제일모직은 패션부문을 분리,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대금은 1조500억원. 제일모직은 이번 매각을 통해 패션과 소재사업으로 분리돼 있던 역량을 소재쪽으로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버랜드 역시 의식주 종합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이건희 회장의 셋째딸인 이서현 부사장 때문이다. 그동안 이서현 부사장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지휘해왔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지만 사실상 이부진 사장이 경영에 관여해왔다.
 
이부진 사장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에버랜드로 이서현 부사장의 영역이던 패션이 옮겨간 만큼 두 자매간 역할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각각  8.37%의 에버랜드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선 이번 매각이 패션사업을 이서현 부사장에게 확실하게 챙겨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제일모직 지분이 없는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에서 패션사업을 분리해 내는 것은 소요자금 등을 고려했을때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일정지분을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로 패션사업을 옮긴 후 분리하는 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삼성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정리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로 옮겨 패션사업을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는다. 결국 에버랜드 내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의 영역을 관장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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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S, 다목적 흡수합병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매각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역할배분과 관련된 것이라면 삼성SDS의 삼성SNS 인수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삼성SDS는 이번 합병이 해외사업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사업성격을 고려하면 이같은 설명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가장 큰 수혜를 얻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8.81%이지만 합병후 지분율은 11.26%까지 올라간다. 이 부회장이 흡수대상인 삼성SNS의 지분 45.6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합병후 지분율도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에 이어 여전히 삼성SDS의 3대 주주다. 반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당초 4.18%에서 3.90%로 줄어든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을 그룹 승계를 위한 재원(財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SDS가 상장될 경우 보유지분을 매각, 그룹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경영권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합병후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5조8000억원 가량으로 평가했다. 삼성SNS와의 합병에서 적용된 주당가치 7만5220원을 통해 산출한 숫자다. 만일 삼성SDS가 상장되고, 주가가 오른다면 이 부회장이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삼성SDS의 주식은 주당 12만원대를 넘어섰다.
 
다만 삼성SDS의 상장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삼성은 삼성SDS 상장에 대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고,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상장은)오랜 동안 안한다고 보면 된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상황에 따라선 삼성SDS의 지분을 굳이 매각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높인 후 현물출자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장과 관련된 규정 역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은 사업연도 종료 3개월 이전에 합병을 진행한 기업의 경우 다음해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무리 빨라야 내년 하반기 이후에 상장과 관련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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