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受難]②손발 다 묶일라

  • 2013.10.22(화) 15:33

상법 개정안, 지주회사 경영권 위협 가능성
증손회사 지분규정 묶여 합작투자 좌초 위기

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새로운 지배구조 형태로 도입된 지주회사 체제가 난관에 봉착했다.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법 개정안에 따라 의결권을 제한 받을 가능성이 커졌고 지주회사 관련 규정에 묶여 합작투자도 좌초될 위기다. 최근에는 브랜드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지주회사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 등을 정리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불거지는 역차별 논란

②손발 다 묶일라

③브랜드사용료 세금 터진다

(그래픽)주요 지주사 상표권 및 임대수익 비중

 

지난 7월 법무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본 재계는 그야말로 사색이 됐다. 이사회와 집행임원의 분리, 감사위원 별도선임,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등 현재 경영체제를 흔들 정도의 위력을 가진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중 지주회사들이 가장 반발했던 것은 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의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걸음 물러선 상태지만 아직 상법 개정안은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다.

 

외국기업과의 대규모 합작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도 지주회사 규제 때문이다. 이를 허용해줄 관련법은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야당의 반발로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해당 지주회사들은 손발이 묶인채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에 '비상'

 

통상 기업의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는데 이중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감사위원회를 만든다.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이사회의 결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들어 삼성전자 이사회의 경우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으로 이뤄져 있다.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설립을 위해 감사위원을 겸하는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선임하도록 했다. 대주주가 보유지분을 활용해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감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30~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감사위원 선임과정에서는 3%의 지분밖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다른 기업들은 물론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만일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GS리테일의 지분 65.7%를 보유한 지주회사 GS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때 3%의 의결권 밖에 행사할 수 없다. 3.2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역시 3%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보유한 지분은 지주회사인 GS가 20배 가량 많지만 감사위원 선임시 행사하는 의결권은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

 

지주회사 SK 역시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을 33.4% 보유하고 있지만 GS와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LG전자 지분 33.7%를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 LG 역시 같은 처지다.

 

순환출자 구조라면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의결권 추가 확보가 가능하지만 자회사들이 수직적으로 포진된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투기성향이 강한 헷지펀드 등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이른바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의결권을 분산한 후 공격해온다면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다.

 

한 지주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시책에 호응했던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자칫 현재 경영체제 방어에만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

 

지난 8월28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과 1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투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자리에서 구체적인 법안을 지목하며 해결을 요청한 것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SK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가 외국기업과 손잡고 울산에 각각 9600억원, 3100억원 규모의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와 외국기업과의 지분율은 50대50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현재 규정으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SK계열사들이 새로 설립하는 공장의 지분을 모두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외국과의 합작투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GS칼텍스가 여수에 추진중인 1조원 규모의 합작공장 설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총 2조3000억원 가량의 투자가 묶여 있는 셈이다.

 

당초 정부는 투자유치 차원에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을 통해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지분율 규정을 50%로 완화해주기로 했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해당 기업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특히 야당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고 제동을 걸면서 이번 정기국회 통과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합작투자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대한상의가 지난 8월말 국회에 제출한 건의서에 따르면 SK와 GS의 합작투자 규모는 전남지역 연간 설비투자의 17%, 울산지역 연간 설비투자의 20%에 달한다. 직접 창출되는 고용효과가 1100명, 간접고용창출 효과는 3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지주회사가 많은 만큼 규제완화는 이들의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3개 일반 지주회사중 중소·중견 지주회사가 75개사로 집계되고, 손자회사와 증손회사를 보유한 곳도 58개에 달하는 만큼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확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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