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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③ 삼성家 3세, 에버랜드로 불린 2조원

  • 2014.03.07(금) 10:53

지분승계 사실상 끝내..에버랜드 중심 지배구조 형성
'현행 출자구조 깨질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은 미뤄

삼성그룹의 승계 작업에는 빛과 그림자가 한 몸처럼 따라다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는 적은 비용으로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 회장 본인은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고 삼성은 '뭇매'를 맞았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탓인지 삼성은 소문내지 않고 한단계 한단계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매입 등 지배구조 변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삼성은 계열사간 시너지와 수익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 "거함(巨艦)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수를 두고 증권가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및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 삼성의 아킬레스건 ‘지분승계’

삼성은 2세(이건희)에서 3세(이재용·이부진·이서현)로 지분 승계를 사실상 끝냈다. 벌써 16년전(1998년) 일이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대였다. 현재 이 부회장 등 세자녀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4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의 지분이 없더라도 그룹을 지배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인 1997년부터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였다. 이듬해는 이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인수해 그룹지배구조의 정점(삼성생명 지분 20.7% 보유)에 올라섰다. 지금의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기타 계열사'로 이뤄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이 때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가 에버랜드 지배권을 확보하는데 들인 금액은 100억원이 안된다. 이 부회장은 4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은 각각 16억원을 댔다. 이들은 1996년 말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들이 실권(失權)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들여 이 회사 지분을 60% 이상(현재는 41.8%) 확보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SDS 유상증자에서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삼성SDS 주주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성SDS는 그로부터 2년 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에 발행, 이 부회장 등에 매각해 논란을 빚었다.

100억원이 안되는 돈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편법적 부의 승계라는 비난여론이 커졌다. 삼성은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사상초유의 특검수사까지 받는 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대법원이 지난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혐의에 무죄(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건은 유죄)를 선고하면서 10여년간의 법률적 다툼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3세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는 지금도 삼성의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자산평가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의 주식을 주당 217만원(액면가 5000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 아슬아슬한 줄타기, 지주사 전환의무 벗어나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가 관심이 된 것은 공정거래법과 관련이 깊다. 삼성은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는 지배구조를 짰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정거래법은 총자산의 50%를 초과해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는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총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해당하는 조치다. 지주회사가 되면 부채비율 200% 이하, 자회사 주식 최소 보유 의무(상장사 20% 이상, 비상장사 40% 이상), 금융회사 소유금지 등 여러 제약을 받는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출자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 에버랜드는 2004년 삼성생명 지분이 총자산의 50%를 넘어 지주회사에 해당됐으나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식으로 지주회사 전환 규정을 피해갔다.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면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삼성특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 차명주식을 2008년 말 실명전환하면서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의무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최대주주일 때를 전제로 한다. 이를테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다면 지주회사 전환 의무가 발생하지만, 2대 주주라면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회장은 실명전환으로 4.5%였던 지분을 20.8%로 늘려 에버랜드(19.3%)를 대신해 최대주주가 됐다. 동시에 에버랜드는 지주회사 전환 의무에서 벗어났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삼성은 삼성특검으로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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