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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현대시멘트…레저, 그 위기의 씨앗

  • 2014.03.03(월) 09:59

2000년대 중반 레저사업 무리한 확장 화근
설상가상 성우종건 부실전이 완전자본잠식

성우(星宇)그룹의 본가(本家) 현대시멘트가 격랑을 만났다. 외환위기 당시 시멘트업체들이 우수수 무너질 때도 굳건하게 버텨냈던 현대시멘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성장 동력을 잃으며 201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이어 급기야 완전자본잠식(2013년 자본총계 –2770억원)으로 상장 폐지의 위기에 직면했다. 성우그룹 오너 정몽선(60) 회장이 적통을 이은지 17년만의 일이다.

◇2010년 워크아웃 이어 상장폐지 위기

현대그룹의 방계가(家)들이 대부분 그렇듯 고 정순영 명예회장의 성우그룹도 ‘왕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덩치가 커진 그룹의 일부 사업을 사업 동지였던 동생에게 떼 주면서 시작됐다. 왕회장의 둘째 동생인 정 명예회장이 1970년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가 전신인 현대시멘트 사장을 맡아 홀로서기를 한 것.

경제개발 호재를 안고 있을 때라 출발은 순조로웠다. 오로지 시멘트 한 품목만 파고들어 무난히 사업을 안착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1975년 현대종합금속, 1985년 현대종합상운, 1987년 서한정기(현 현대성우오토모티브코리아) 등을 잇따라 세우는 등 파죽지세로 외형을 불려 1990년 마침내 성우그룹을 출범시켰다.

정 명예회장은 비교적 일찍 대물림을 했다. 부인 박병임 씨와의 슬하에 4남2녀를 둔 그는 1997년 큰아들 몽선씨에게 회장 자리를 내주고 후계 승계를 사실상 매듭지었다. 그룹 모태인 현대시멘트와 당시 강원도 횡성의 현대성우리조트(현 웰리힐리파크)를 운영하던 성우종합레저산업(1999년 현대시멘트에 흡수합병), 성우종합건설, 성우이컴(현 성우오스타개발·IT), 하나산업(레미콘) 등 5개 계열사가 정 회장 몫이었다.
 
정몽선 회장이 이끄는 성우그룹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형편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주택경기가 급속하게 살아나면서 주력사인 현대시멘트가 시멘트시장 4위의 안정적 지위를 바탕으로 돈을 쓸어 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2003년 실적만 보더라도 매출 4320억원에 영업이익이 1170억원으로 이익률이 27%에 달할 정도였다.

◇이익 냈지만…순손실 2012년의 9배

계속될 것 만 같던 영화(榮華)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점점 빛을 잃기 시작했다. 전방(前方) 수요산업인 건설경기 둔화로 사업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레저사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레저사업 초기 스키장과 콘도 사업만 했던 성우그룹은 오스타CC(충북 단양)와 현대성우퍼블릭(강원 둔내) 등 골프장을 잇따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외부 돈까지 끌어다 썼다. 2008년까지 투입된 자금이 총 2200억원에 달했다. 재무안전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5년말 160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이 2008년말 44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부채비율은 72%에서 229%로 수직 상승했다. 영업실적 또한 3480억원 매출에 680억원 적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회사인 성우종건이 어려움에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서울 양재 복합유통센터 등의 대규모 사업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그간 외부차입을 통해 성우종건에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지급보증을 섰던 현대시멘트가 부실을 떠안았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현대시멘트는 나름 재무개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2010년 워크아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성우종건이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현대시멘트도 수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현대시멘트는 2012년 매출 2990억원(연결기준)에서 지난해 326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91억원에서 457억원으로 57% 증가했다. 그러나 양호한 실적은 여기까지 였다. 순손실이 3470억원에 달하며 적자 규모가 2012년의 9배로 불어났다. 성우종건에 대한 지급보증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 부실로 털어내야 했던 탓이다. 4년째 계속되는 현대시멘트의 적자는 자회사의 부실 전이가 멈추지 않는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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