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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비하인드 스토리] 신격호 "불내지 마라"

  • 2014.03.14(금) 11:10

제철업 진출 뜻 품기도..日롯데, 한국에 자본공급 역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현장을 둘러볼 때 직원들에게 '불조심'을 강조했다. 자신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호텔이나 백화점, 롯데월드 등을 불쑥 찾아 구석구석 둘러보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야밤이나 새벽에도 종종 순시를 했다. 그가 근무자에게 자주 하는 말이 "불내지 마라"였다. 직원 통로에 담배꽁초라도 떨어져있으면 날벼락이 떨어졌다. 스무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처음 차린 공장(선반용 커팅오일 공장)이 미군의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고 뒤이어 문을 연 공장도 폭격으로 불타면서 불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이 누구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 자정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47층. 철재로 만들어진 용접기 보관함 내부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25분만에 진화됐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관할소방서는 이번 사고 피해금액을 7만원으로 추산했다. 롯데로선 가슴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자칫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에 오점을 남길 뻔했다.

 

서울시는 이번 화재 등을 이유로 오는 5월 롯데월드타워 저층부 판매시설 임시개장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신격호의 꿈


신 총괄회장은 원래 한국에서 중화학공업을 일으키고 싶었다.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제과·무역·부동산) 말고 다른 분야를 찾았다고 한다. 마침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재일동포의 모국투자를 권유해 제철업에 뜻을 뒀다. 제철공장 설계도와 자금조달방법, 세부운영계획을 담은 '제철공장 설립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 설립을 염두에 둔 정부가 곤란하다는 뜻을 밝혀 제철업 진출계획을 접었다.

당시 롯데가 제철업을 했다면 지금의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롯데의 이미지도 많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롯데의 사명은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인 '샤롯데'에서 따왔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신 총괄회장의 바람이 담겨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나빠질 때면 곤욕을 치르는 기업이 롯데다. 일본이 역사왜곡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주요 지역 롯데백화점 앞에선 항의집회가 벌어진다. 인파가 많은 곳에 롯데백화점이 있는데다 그룹의 뿌리가 일본에 있다는 상징성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 롯데에 대한 오해

실제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100% 일본계 자본으로 구성돼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이다. 특히 호텔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유통, 식음료, 건설화학, 금융 등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점에 있다.

그렇다고 한국에 정착한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볼 수 있을까. 그간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로부터 도움을 받는 쪽에 가까웠다. 호텔롯데만 해도 1973년 설립 이후 약 30차례의 증자를 통해 한국에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 주주에 대한 배당은 2005년(배당기준일 기준)부터 시작했다. 평균배당성향(2005~2012년)은 6% 안팎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롯데는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하는데 많이 썼다"며 "젊었을 때 일본에서 고생하면서 조국을 그리워하던 신 총괄회장의 사명의식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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