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 빅3 업체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삼성중공업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일종의 '수업료' 탓이라고 했다. 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심각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전망과 달리 해양플랜트 부실 여파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수업료 톡톡히 치른 삼성重
삼성중공업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1.7% 감소한 3조4311억원을 기록했다. 충격적인 것은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적자전환한 3625억원을 나타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빅3 업체 중에서도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업체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2~3%를 기록할 때도 삼성중공업은 7%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었다.
그랬던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급격하게 안 좋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삼성중공업은 "일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예상됨에 따라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 충당금을 1분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2년 수주한 Ichthys CPF와 작년 수주한 Egina FPSO 등 2건의 해양플랜트 공사를 꼽았다. Ichthys CPF는 삼성중공업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상세설계 등 후속공정에서 사양 변경으로 작업 물량과 비용이 증가했다. 일종의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Egina FPSO는 초대형 해앙플랜트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이 수주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규모와 금액면에서도 FPSO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현지 생산 스케줄 등에 차질이 생기며 비용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다른 해양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는 경영 실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
해양플랜트 부문은 삼성중공업이 제일 강점을 가진 분야다. 지난 2010년 이후 지속된 조선업황 침체 속에서도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비중을 늘리며 살아남았다. 즉 해양플랜트는 지금의 삼성중공업을 있게 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버팀목이었던 해양플랜트가 이제는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으로부터 경영진단을 받고 있다. 당초 지난 달에 끝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달까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한 상태다. 당초 지난 달 끝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달까지 3개월째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정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그 과정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부문이 부실 덩어리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저가 수주' 이야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터무니 없는 억측"이라며 "조만간 경영진단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룹의 경영진단 도중에 해양플랜트로 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부문 자체 설계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며 "대부분 외국 전문회사들에게 외주를 줘야한다. 또 선주사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 "올 것이 왔다" vs "불확실성 제거"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가진 저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향후 빠른 시일 내에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재원 동양중권 연구원은 "생산설비 부문의 경험부족을 선제적으로 실적에 반영하고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충당금 적립이 과연 일회성으로 끝날지는 아직 불투명하고 특히 에지나 FPSO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이번 1분기 실적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감춰져있던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을 입었다"며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중공업은 해양 공사지연과 인도량 감소로 매출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박 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대규모 일회성 비용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지만 향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