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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②혁신 또 혁신, 변해야 산다

  • 2014.05.21(수) 11:26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듀폰·두산의 승부수, 사업 포트폴리오 확 바꿔
코닥 등 장수기업, 뒤늦은 변화에 쇠락의 길로

포춘이 1990년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2010년까지 500대 기업으로 남은 곳은 121개사로 75%가 탈락했다. 액센츄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기업의 평균수명이 1990년 50년에서 2010년 15년으로 단축됐고 2020년에는 10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의 평균수명은 12.3년, 대기업은 29.1년에 불과하다. 지금은 한창 뜨고 있는 기업도 30년 뒤에는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100년 기업들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핵심은 끊임없는 체질개선이다.

◇ 때론 돈되는 사업도 버려라

20세기 초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듀폰은 2004년 섬유사업을 매각한다. '듀폰 20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도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듀폰의 합성섬유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듀폰이 섬유를 버리고 주목한 분야는 옥수수와 콩이다. 전세계 인구구조와 환경변화을 감안할 때 식량관련 사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 회사는 1997년 세계최대 종자기업인 파이오니어 지분 20%를 17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몇년 뒤 나머지 지분 80%도 77억달러에 사들였다. 섬유나 석유화학 사업을 매각한 돈으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바꾼 것이다.

현재 듀폰의 농업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360억달러)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 듀폰 스스로도 섬유나 화학회사가 아닌 '과학 회사(science company)'로 소개한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기업들이 볼륨(사업규모)을 중시할 때 듀폰은 버릴 건 버리고 새롭게 키울 건 과감히 투자하는 질적 변화를 택했다"며 "그 결과가 매년 15~20%의 엄청난 영업이익률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듀폰은 시장 지위가 안정적이고 수익이 나는 사업임에도 미래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존 사업을 정리했다. 당장 돈이 됨에도 버릴 건 버린 것이다.

 

▲ 듀폰은 사업구조의 적극적 변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주목하는 산업은 식량, 환경, 건강문제와 관련한 영역이다.


◇ 테세우스의 배 '두산'

두산그룹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 재도약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두산은 맥주와 식음료 등 소비재 사업에 주력하다가 지금은 중공업그룹으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 초 낙동강 페놀 누출사고로 그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를 겪은 뒤 창업 100주년(1996년)을 맞아 주력사업 자체를 바꾸는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다.

이 회사는 1997년 음료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는 주력사업인 OB맥주도 팔았다. 이렇게 마련한 돈을 바탕으로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등을 차례로 인수해 지난해 2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재계순위 12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두산의 변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에 비유되기도 한다. 아테네 사람들이 영웅 테세우스가 탔던 배를 보존하려고 낡은 널빤지를 뜯고 새로 붙이기를 계속하다보니 원래 배를 이루고 있던 판자는 모두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배가 됐다는 얘기다.

'테세우스의 배'는 과거의 그 배일까? 두산의 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두산이 '사람이 미래다'라며 인재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사업구성이나 방식은 얼마든 변할 수 있고, 기업의 영속성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가치)일 수밖에 없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후지의 성공, 코닥의 몰락

변신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이를 거부하면 글로벌 기업도 쇠락의 길로 빠져들기 쉽다.

코닥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필름과 인화지사업을 잠식할 것을 우려해 이를 외면했다. 2000년대 들어 디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때는 늦었다. 코닥은 필름 매출이 떨어질 때조차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필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코닥은 결국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반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던 후지필름은 필름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기반으로 지금은 필름 회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사업구조를 갖춰 살아남았다.

 

지난해 후지필름의 카메라와 필름 등 전통적 사업의 매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화장품이나 의료장비 등 헬스케어와 산업용 소재 사업이 차지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 변신에 소극적이었던 기업과 현실을 직시해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했던 곳의 운명은 이렇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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