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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③핵심자산은 '직원 존중'

  • 2014.05.21(수) 13:00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철학·비전없으면 사상누각..직원존중이 장수의 토대

'거짓말하지 않기, 과욕 부리지 않기…'

2010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JAL)에 구원투수로 투입돼 회사를 회생의 길로 이끈 이나모리 가즈오(일본 교세라그룹의 창업자)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다. 그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존경받는 3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 이나모리의 경영철학

"경영도 인간이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다. 해야할 것과 해선 안될 것 역시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규범에서 어긋나선 안된다." (이나모리 가즈오 著, '카르마 경영')

이나모리는 1980년대 중반 통신업체인 DDI(현 일본의 2대 통신업체인 KDDI의 전신)를 설립하기에 앞서 매일 밤 자신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NTT를 민영화했다. 이나모리는 NTT에 대항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면 비싼 전화요금도 내려갈 것으로 봤다.

'정말 국민을 위해서인가? 내 이익을 꾀하려는 사심은 없는가? 세상에 잘 보이려는 과시적 행동은 아닌가?' 6개월간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린 이나모리는 사업진출의 순수성을 직원들에게 설명했고 최약체로 평가되던 회사를 일본 2위의 통신회사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나모리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동기가 선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했다. 그는 JAL에서 직원 2만명을 해고하는 악역을 맡았지만 남아있는 3만2000명을 지켜내려고 애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 철학없는 장수기업 없다

100년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직관적이면서 단순한 비전과 미션, 행동기준을 제시한다. 이나모리의 '거짓말하지 않기'는 다섯살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직원들이 귓등으로 흘리게 되면 회사는 허위보고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기업을 관통하는 철학이나 이념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일본의 신용조사업체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2008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장수기업의 약 80%가 가훈이나 사훈, 사시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훈이나 사시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을 존속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70%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은 어떨까. 전용욱 세종대학교 대외부총장 겸 경영대학장은 "모 회사 임원들에게 백지를 나눠주고 회사 비전을 적어내라 했더니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서른명 중 서너명밖에 안됐다"며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만 앞세웠지 임직원들의 생각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데는 소홀한 게 국내 기업들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장수기업도 변한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장수기업 가운데 50% 이상이 주력사업을 바꿨고, 판매상품이나 서비스를 변경한 곳도 70%가 넘는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일수록 시대변화와 함께 변신이 필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서도 두산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사업구성 자체를 바꿨고, 한우물 경영으로 유명한 동화약품이나 정식품 등 중견기업들도 판매품목을 다양화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 미래를 공유하라

100년 기업들은 임직원들과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인간의 이동성 향상'을 기업의 사명으로 삼았다. 사업초기부터 단순히 타이어를 파는게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파는 것으로 목표를 한단계 높이 설정하고 주요 도로에 번호 부여, 안내표지판 설치, 지도와 가이드북 공급 등 차별화된 시도를 했다. 자동차가 많이 팔려야 타이어도 팔리고, 그러려면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자전거 타이어에서 시작해 자동차나 항공기 타이어에 금속을 넣은 래디얼 타이어, 펑크나지 않는 트윌 타이어 등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혁신제품을 100년 이상 내놓은 것도 장기 목표와 미션 아래 제품혁신에 몰두했기에 가능했다. 미쉐린은 6000여명의 개발인력을 두고 매출액의 4%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직원 존중의 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설립된 지 180년 가까이 되는 P&G는 오랄비·질레트·페브리즈·SK-II 등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 가치만 수백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P&G는 회사의 핵심자산을 '직원(P&G people)'이라고 소개한다.

 

P&G의 첫 전문경영인으로 18년간 최고경영자로 일했던 리처드 듀프리 전 회장은 "누군가 우리의 돈, 건물, 브랜드를 가져간다고 해도 직원들을 남겨둔다면 우리는 10년 안에 모든 것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P&G는 철저한 내부승진, 낮은 이직률, 자유로운 기업문화 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앨런 래플리 P&G 회장은 2013년 경영실적을 설명하는 연차보고서에서 "우리의 직원들은 P&G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힘과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 위기극복 밑바탕 '노사신뢰'

국내에서도 유한양행, 삼양사, 동국제강, 한국타이어 등 역사가 비교적 오래된 장수기업들은 직원존중과 노사간 상생 문화가 자리잡은 곳이 많다.

일례로 유한양행은 1930년대 중반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공이 있는 사원에게 주식 일부를 분배하고 주택자금과 자녀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혁신적인 복지혜택을 시행했다.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는 "연마된 기술자와 훈련된 사원은 기업의 최대 자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렇게 쌓인 노사간 신뢰관계는 외환위기 당시 직원들 스스로 상여금을 반납하고 30분 더 일하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위기극복의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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