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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통상임금 판결..불씨 꺼지지 않았다

  • 2014.06.02(월) 17:11

법원, 통상임금 엇갈린 판결
신의칙, 경영상 어려움 판단 달라
향후 임금협상도 진통 예상

 

예상대로 혼란이다. 정기성을 가진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법원의 엇갈린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 이후 예상됐던 부분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정기성을 가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단서들이 붙었다. 신의성실의 원칙과 함께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되면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 '신의칙'·'경영상 어려움' 쟁점

 

대법원이 지난해 제시한 조건은 ①노사가 동의 하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를 합의했고 ②소급분을 지급할 경우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첫번째는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기업이라면 노사합의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또 상호 합의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만일 근로자측에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생긴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둘러싼 시각차도 적지 않다. 당시 대법원은 ①실질 임금인상률이 교섭당시 예정한 인상률을 훨씬 초과하고 ②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이 예상되며 ③순이익의 대부분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사정 등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기준 자체가 노사간 입장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령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부분을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 한국GM·아시아나 판결 엇갈려

 

실제 최근의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오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 전직 승무원 27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을 반영한 추가수당 9959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아시아나항공은 이같은 결정이 이뤄질 경우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에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센터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낸 소송에서 비슷한 판결이 이뤄졌다.

 

반면 한국GM의 소송에서는 반대의 결정이 이뤄졌다. 대법원는 지난달 29일 한국GM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통상임금의 액수가 노사합의로 정한 액수를 훨씬 초과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특히 회사측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는 만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신의칙 위반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새로운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관련 후속 소송건이 최소 300여건에서 최대 6000여건에 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과거 아닌 미래도 문제

 

과거와 함께 앞으로도 문제다.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얼마나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현장근로가 많은 분야에서는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노동자 측은 정기상여금외에 수당 등 통상임금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측은 이 범위가 확대되면 결국 경영상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순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사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한국적 정기상여금 제도는 기본급과 성과상여금, 명절보너스 등 생활지원형 급여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체계가 단순화되면 근로자의 시간당 기준임금도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노사간 타협을 통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경우도 있다. 동국제강 노사는 지난달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시간외 근로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를 주기로 합의했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임금협상안을 논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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