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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불친절한 삼성SDI, 960억은 어디 있나요?

  • 2014.06.23(월) 14:09

연구개발비 1129억 중 169억만 비용 처리..나머지는?

많은 사람들이 회계는 어렵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숫자들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지고, 각각의 숫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모두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계는 중요합니다. 회계의 결과물인 재무제표가 바로 기업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주주나 채권자는 물론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재무제표는 기업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주주들이 전문가가 아닌 만큼 기업들은 가급적 통일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구성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가 좀 어렵게 느껴지거나 헷갈리는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돈이 지출되었어도 해당기간에 모두 비용처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돈이 안 나갔는데도 비용처리를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연구개발비 같은 것입니다. 어떤 자동차 회사가 신차 연구개발과 관련해 일정기간에 500억원을 사용했다고 하면 이를 모두 연구개발비용으로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400억원 정도는 비용으로 처리를 하고 100억원 정도는 일단 자산항목으로 처리를 합니다. 그리고 자산으로 처리한 개발비용은 추후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비용처리를 합니다.

 

손익계산서에서 비용반영을 할 때 그 항목은 ‘제조경비’나 ‘판매관리비’(판매관리비 항목 중 연구개발비)로 합니다. 일단 자산으로 잡아놓고 추후 분산해서 비용으로 반영할 때는 '재무상태표'의 자산계정에 ‘개발비’라는 항목으로 처리합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연구개발에 소요된 지출 중 얼마를 해당기간의 비용(제조경비나 판매관리비)으로 반영하고, 얼마를 자산(개발비)으로 처리할지 하는 문제는 좀 까다롭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비록 당기에 지출됐지만 ‘자산성’을 인정해 자산으로 반영하는 비용을 많이 잡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보수적 회계처리’의 원칙에 입각한 회계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큰 이유로 보입니다. 또 하나, 개발비 자산을 과다하게 잡으면 일단 당기의 손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칫 분식회계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일부 기업들이 개발비 처리 문제로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대기업들은 연구개발비 중 당기에 비용처리하는 비중이 자산처리하는 비중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삼성SDI의 연구개발비 처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아래에서 보듯 삼성SDI가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1분기 1129억49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9.95% 수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보통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는 두가지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판매관리비, 제조경비 등 비용으로 해당 분기에 처리하거나,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면 개발비로 처리합니다. 판매관리비나 제조경비로 처리했다면 비용, 개발비로 처리했을 경우는 자산으로 평가합니다.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에서 이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중 3조8775억38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고, 개발비 자산화로 인식한 비용은 1866억9400만원입니다. 나머지 3조6908억원은 당기비용으로 회계처리했다고 적시해놨습니다. 대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한 셈 입니다. 이런 결과는 연결검토보고서상 판매관리비 항목의 숫자와 일치합니다. 아래 그림이 삼성전자 연결검토보고서상 판매관리비 항목중 연구개발비 부분입니다.
 
 
삼성전자의 분기보고서상 연구개발비 숫자와 연결검토보고서상 숫자가 일치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계입니다. 삼성전자만 그럴까요. 같은 전자계열사인 삼성전기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다음은 삼성전기 분기보고서에 나온 연구개발비 내역입니다.
 
 
삼성전기는 연구개발비 내역에 대해 더 자세하게 설명해놨습니다. 원재료비,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총 1355억7900만원을 지출했고, 이중 판매관리비와 제조경비로 대부분을 처리했습니다.
 
개발비로 넘긴 부분은 단 8억5000만원에 불과합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한 겁니다. 삼성전기의 연결검토보고서상 판매관리비상 연구개발비는 832억9800만원으로 역시 분기보고서 판매관리비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삼성SDI의 처리방식은 삼성전자나 삼성전기와 달랐습니다. 앞서 본대로 삼성SDI의 분기보고서상에는 연구개발비 총액만 기재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연결검토보고서상 판매관리비 항목입니다.
 

 

삼성SDI가 지난 1분기 연구개발비로 1129억원 가량을 썼지만 판매관리비 항목에서 연구개발비로 처리한 금액은 169억8700만원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판매관리비로 처리한 기업들과 달리 총액과 약 960억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차액중 제조경비가 얼마인지, 개발비로 처리된 부분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삼성SDI와 같이 분기보고서에서 연구개발비 총액만 기재한 회사들도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표적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에 총 3728억70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했습니다. 분기보고서상으로 이 금액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삼성SDI와 같습니다. 하지만 연결검토보고서 항목에서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연결검토보고서 판매관리비에서 연구개발비 항목입니다. 3728억7000만원 모두를 비용으로 처리했습니다. 비록 분기보고서에서는 총액만 기재했지만 세부적인 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을 했는지 설명한 겁니다.

 

그렇다면 삼성SDI가 지출한 연구개발비 총액중 판매관리비로 처리한 금액을 제외한 약 960억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비용으로 처리한 걸까요, 아니면 개발비로 넘겨 자산으로 처리한 것일까요.

 

연구개발비를 해당기간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당장 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익을 내고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부담이 됩니다.

 

반면 개발비로 넘겨 자산화한 것이라면 장기간에 걸쳐 상각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많은 코스닥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비용처리하지 않고, 개발비로 넘겨 당장의 수익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3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영업손실 안에 연구개발비는 얼마나, 개발비는 얼마나 반영돼 있는 것일까요? 삼성SDI의 공식적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은 비용으로 처리했다. 개발비로 처리한 부분은 (극히 낮은) 다른 기업들의 비율과 비슷하다. 다만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조경비와 판매관리비내 연구개발비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으로 분산했다"

 

유독 삼성SDI만이 이같은 회계처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성SDI의 보고서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자만의 문제일까요?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넘은 대기업입니다. 다음달이면 제일모직과 합병도 앞두고 있습니다.

 

당장 연간 매출이 10조원으로 불어나고, 앞으로 덩치는 더 커질 겁니다. 합병된 삼성SDI는 2020년 매출 2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SDI의 재무제표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알림>

 

삼성SDI는 위 기사와 관련해 2015년 9월16일 재무그룹, 외부감사법인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적인 설명을 했습니다. 재무그룹 담당자는 그동안 삼성SDI 연구개발비의 경우 모든 금액을 판매관리비로 처리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개발비로 넘기거나 하는 방식으로 비용처리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연구개발비중 판매관리비로 처리한 부분중 일부 재료비를 제외하고, 다른 삼성 전자계열사들과 같이 별도표기하지 않은 점은 삼성SDI의 사업상황,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 이는 분기보고서와 감사보고서의 각 특성에 따른 작성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부분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삼성SDI는 특히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과거 연구개발비 처리 표시방법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 올해부터 회계표시 처리방법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개발비로 지출된 금액을 판매관리비에서 처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 표시했습니다.

 

이같은 사항은 지난 9월1일 제출된 삼성SDI 반기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반기 2765억95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고, 이를 보고서상 판매관리비 항목에서 연구개발비라는 과목으로 분류해 전액 반영했습니다. 다음은 삼성SDI 반기보고서상 연구개발비 지출 총액과 판매관리비 항목에서 처리된 연구개발비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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