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재계 핫&쿨]⑤CEO 월급봉투 개봉!

  • 2014.07.08(화) 09:14

연봉 5억원이상 등기임원 보수 공개
실효성 놓고 논란..제도 보완 목소리

 

지난 3월말 재계에서는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요기업 등기이사들의 연봉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 연봉을 많이 줬던 기업도, 적게 줬던 기업도 모두 안절부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경영진들의 연봉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일부 오너들이 기업규모나 경영상황에 관계없이 고액의 연봉을 받아 세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연봉 공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도 대립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5억원 이상 등기이사 연봉만이 공개대상이 되면서 역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오너들이 등기이사를 사임하거나 아예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서 연봉 공개를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 샐러리맨 신화 확인

 

주요기업 경영진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짐작만 하던 그룹별 급여 차이도 드러났다. 예상대로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연봉은 독보적이었다. 이들은 어지간한 그룹의 오너들을 뛰어넘는 보상을 받고 있었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 적용된 삼성전자 등기임원들은 '샐러리맨 신화'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등기임원은 모두 4명. 이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지난해 67억원을 받아 가장 많았다. 스마트폰 담당인 신종균 사장이 62억원, TV와 가전을 맡은 윤부근 사장이 50억원을 받았다. 경영지원담당인 이상훈 사장의 연봉은 37억원이었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권오현 부회장은 급여로만 17억8800만원을 받았고, 상여금으로 20억3400만원을 수령했다. 기타 근로소득은 29억5100만원에 달했다. 급여보다 상여금이 더 많았고, 특별상여와 복리후생 개념으로 지급되는 기타 근로소득이 이보다 더 많은 구조였다. 신종균 사장이나 윤부근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신종균 사장은 권오현 부회장을 추월한다. 삼성 스마트폰의 성과에 따른 특별상여금이 지급된 결과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총 96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중 특별상여금 성격으로 지급된 금액만 90억8800만원이었다.

 

전문경영인 보수 순위를 봐도 삼성 계열사들은 독보적이었다. 현대차나 SK, LG 등 다른 그룹사 최고경영진들의 연봉은 10억 초중반대에서 형성된 반면 삼성의 사장급은 10억원 후반대에서 20억원대, 다른 사내이사들이 10억원 초반대에서 중후반까지 분포됐다.

 

◇ 오너들 연봉은?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3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40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3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허동수 GS칼텍스 이사회 의장이 퇴직금을 포함해 101억원을 받았고.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9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각각 57억원과 53억원을 받았다. 최신원 SKC 회장과 신명자 롯데장학재단 회장도 50억원이 넘는 연봉을 기록했다.

 

그밖에 이재현 CK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의 연봉이 4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오너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를 포기하거나 올들어 연봉을 받지 않는 사례도 생겼다. 현재 수감상태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보수 전액을 포기하기로 했다. 올해 SK와 SK하이닉스 비상근 회장으로 재직하는 보수 역시 받지 않기로 했다.

 

허창수 GS 회장도 올해 GS건설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GS건설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7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비판을 받았다. 허 회장은 올해 GS건설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후 무보수를 결정했다.

 

최근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등 정상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무보수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연봉공개, 실효성 논란 여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서 5억원 이상 등기이사들의 개별연봉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라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재계에서는 최고경영진들의 연봉이 자칫 흥미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앞으로도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 공시 시점에 이들의 연봉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오너들이 경영성적에 관계없이 과도한 연봉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유효하다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문제는 연봉 공개로 인해 실제 경영을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나 정용신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지난해 담철곤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은 총 9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들의 연봉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등기이사에서 사임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실상 그룹을 경영하고 있지만 등기이사는 맡지 않고 있다. 연봉 공개로 인해 불거질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기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가 자칫 오너들을 이사회에서 떠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처럼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 그리고 등기, 미등기 여부를 떠나 보수가 높은 사람 5명을 일괄 공시하거나 일본처럼 1억엔이 넘는 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내역을 공개하는 등 형평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오너나 전문경영인 보수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적과 급여를 비교하는 등의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적자를 본 기업의 오너가 고액의 급여를 받아가는 상황을 견제하자는 차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고액 연봉을 둘러싼 논란은 소모적이라는 측면도 있다"며 "형평성 있는 연봉공개도 필요하지만 오너일가나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