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평판]⑫좋은 기업 되려면 ‘연봉+α’

  • 2014.08.18(월) 16:38

연봉 불만족...직원들 회사 떠난다
SK그룹 계열사 '보상과 복지' 우수

“연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서울의 한 투자은행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박영준씨(가명·27)는 얼마 전 취업포털 싸이트에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다.

 

그의 연봉은 5000만원 초반대. 회사의 연봉과 복지에는 만족하지만 문제는 일 자체다. 원치 않는 업무를 맡아 밤 늦게까지 매달리다보니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다. 딱딱하고 꽉 막힌 회사 분위기도 숨이 막힌다. 

 

연봉과 복지는 ‘좋은 직장’의 기본 요건이다. 회사의 연봉과 복지에 불만이 생기면 직장인들은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연봉과 복지’가 전부는 아니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 중 잦은 야근과 술자리, 군대같은 사내 분위기에 질린 직원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이들은 대기업의 ‘보상과 복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일할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섬세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외국인 “국내 대기업 연봉 만족”

 

미국 취업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오른 30대 대기업 ‘보상과 복지’ 부문 평균 점수는 3.2점(5.0점 만점)이다. 1.0점은 ‘불만족’ 3.0점은 ‘만족’ 5.0점은 ‘매우 만족’을 의미한다. 30개 대기업 중 19개사는 3.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국내 30대 대기업 '보상과 복지' 분야 점수. (18일 기준)

 

‘보상과 복지’ 분야는 SK그룹 계열사들이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SK텔레콤이었으며 SK건설, SK에너지도 그 뒤를 이었다. 

SK텔레콤에서 매니저로 일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경쟁사에 비해 연봉을 2만5000달러(약 2570만원) 정도 더 준다”고 밝혔다. 글래스도어에 오른 SK텔레콤 매니저 연봉은 5000만~9200만원이다.
 
기아자동차(4.0점)와 두산인프라코어(3.7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글래스도어에 오른 기아자동차 연봉은 ▲매장 관리 매니저 10만2500달러(1억500만원) ▲애널리스트 4만8500달러(5000만원) 수준이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지니어 6만5000달러(6700만원) ▲생산매니저 11만2000달러(1억1500만원) 수준이다.
 
아시아나, 넥슨, 대한항공, CJ, 현대모비스 등은 30대 기업 중 보상과 복지 부문 최하위권으로 꼽혔다. 후기에는 “한국에서는 연봉이 꽤 괜찮다고 들었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기대 이하”(현대모비스)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지만 급여가 오르거나 보너스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넥슨) 등이 올랐다. 
 

특히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한항공은 복리후생 면에서 2.5점을 받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직원들은 “임금이 너무 적게 오른다” “일을 시작할 때는 괜찮지만 연차가 쌓이면 연봉이 업계 평균 이하다” 등의 후기를 올렸다.

 

◇ 좋은 복리후생은 ‘회사’를 위한 것

 

국내 대기업은 직원들의 연봉을 올리는 등 눈에 보이는 복리후생 제도에만 ‘올인’하다시피 한다. 반면 유명 글로벌 기업들은 높은 연봉은 물론 직원들의 전반적인 행복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히 배려한다.
 
구글의 복지 제도는 파격적이다. 구글은 직원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 매월 월급의 50%를 10년간 지급한다. 또 자녀들에게는 19살이 될 때까지 매월 1000달러(103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사내병원, 물리치료, 요리 강좌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은 기본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인 페라리는 직원들을 꼼꼼하게 챙긴다. 지난 2007년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유럽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히기도 했던 페라리는 직원들에게 심혈관 질환 예방 프로젝트, 피트니스 클럽, 무료 교과서 배급, 영화 시사회,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티켓 등을 제공한다. 지난 2010년부터는 직원 자녀를 무상으로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도 문을 열었다.

▲ 루카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회장이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의 직원 자녀 보육 시설인 페라리 서머 센터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페라리 제공)

 

세계적인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경쟁사에 비해 월등한 수당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 기준 미국의 시간당 최저 임금은 7.25달러(7400원)다. 코스트코의 직원들은 시간당 평균 20.89달러(2만1500원)을 받으며 일한다. 경쟁사인 월마트의 12.67달러(1만3000원)에 비해 40% 정도 더 많다.


크레이그 젤리넥 코스트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수당은)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이직을 최소화하고 생산성과 헌신은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보수가 높고 안정적인 대기업은 ‘꿈의 직장’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8월 대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27·여)는 “늦깎이로 졸업해서 취직하려니 서류 통과도 힘겹다”며 “그래도 첫 직장은 연봉과 복지가 좋은 대기업을 선택하고 싶어 취업 준비 기간이 늘어져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외국인 직원들에게 기피 대상이다. 잦은 야근, 술자리, 군대 문화 등의 경직된 사내문화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래스도어에 오른 ‘보상과 복지’ 부문 점수가 3.6점으로 높지만 “회사를 친구에게 추천하겠다”는 비율은 56%(18일 기준)에 머물렀다. 연봉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기업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등에서 2점대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실 돈만 많이 주면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에 가깝다. 미국 심리학자 프레드릭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에 따르면 연봉이나 지위는 직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주지는 못한다. ‘연봉과 지위’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그저 불만 없는 상태를 만드는 조건일 뿐이다. 일하고 싶은 동기는 상사로부터의 인정, 도전적인 일거리, 책임감 등에서 나온다.

 

미국의 취업전문사이트 커리어블리스의 하이디 골리지 대표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봉이나 복지 혜택을 높여 주면 일시적으로는 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만족도는 보상에만 달려 있지 않다”며 “돈이 적게 들더라도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내의 작은 변화가 회사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글래스도어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 대한 후기와 평가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다. 모든 후기는 익명으로 처리되므로 솔직한 평가들이 올라 와 직장인과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약 30만개 기업의 리뷰와 평가를 볼 수 있다. 글래스도어에는 ‘전체 평점’과 ▲기업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상사(관리자) ▲보상과 복지 ▲경력 기회 등 5가지 세부 부문 평점을 매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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