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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고록]③'신흥관료'들과의 갈등

  • 2014.08.22(금) 17:16

청와대 비서실장 회동..김우중 "그만 참지 못하고···"

다음은 신장섭 싱가포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대화를 통해 구성한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중 ‘신흥관료’들과의 갈등 관련 부분 발췌.

신장섭
당시 신흥관료들은 IMF식 ‘구조조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김 회장님은 수출을 늘려서 빨리 IMF체제를 벗어나자는 입장이었으니까 서로 격돌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김우중
정재계 간담회 때에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나는 말을 안 하고 있었는데 DJ가 자꾸 ‘김 회장이 한마디 하라’고 해요. 그래서 얘기를 했지요. 그때 제일 중점을 두고 얘기한 것이, ‘IMF 사태 당하고 나니 전부 자신감을 상실했다. 그래서 자꾸 된다는 쪽으로 생각을 안 하고 어렵다는 쪽으로만 얘기가 나온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제일 큰 문제이다. 정책이다 뭐다 떠나서 자신감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할 텐데, 자신감이 없으니 매사에 부정적이다.

 

은행인, 관료 할 것 없이 다 그렇다. 이러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겠나? 그렇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자신감을 되찾고 빨리 수습해야 한다. IMF체제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런 요지로 준비도 없이 즉흥적으로 굉장히 열을 내서 얘기했어요. 다 조용하고 아무 말 안 해요.

신장섭
DJ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 있었던 관료들은 많이 싫어했을 것 같습니다.

김우중
어느 공개석상에서 연설한 적이 있어요. 원고 써간 것도 아니고 내가 평상시 생각하는 것을 그냥 얘기했어요. 구체적인 것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2005년에 귀국한 뒤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들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검찰조사관이 나에게 ‘DJ와 친해서 관을 무시했다’는 거예요. ‘그런 적 없다’고 하니까 ‘DJ와 어떻게, 왜 그렇게 친하냐’고 다시 물어봐요. 내가 ‘그런 것 없다’고 하니 녹화한 것을 틀어줬어요.


(녹화한 것을) 내가 들어도 DJ와 엄청나게 가까워서 그렇게 얘기한 것 같았어요. 나의 선의로 한 건데···. 그때 내가 한 말이 ‘관리들이 열심히 안 한다. 자기 할 일을 안 하고 핑계만 댄다. 이래서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들이 못하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그러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데, 안 비켜줘서 할 일도 못하게 한다’ 그런 거였어요.

 

내가 들어봐도 관리들을 상대로, 그것도 방송카메라도 다 와 있는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얘기한 건··· ‘야~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검찰조사관이 ‘당신이 대기업 회장이지만 관에, 특히 경제 관리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데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다그쳐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는데···. 나라 걱정하다 보니 정리 않고 (얘기가) 쏟아져 나온 거지···.

신장섭
제가 들어도 너무 세게 하신 것 같은데요.

김우중
그래 놓고 나니 우리 회사 사장들이 자꾸 찾아와서 ‘얘기 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거예요. ‘내가 잘못 얘기한 게 뭐가 있냐?’ 하니까, ‘그래도 얘기 안 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해요. 그때가 우리 회사 사장들과 아는 사람들이 장관 하고 다 그럴 때였어요. 그러니 그쪽 얘기들이 들어오는 거지···.

 

내가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격식을 갖춰 대우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 했어요. 그때는 내 후배들이 다 장관이었어요. 이규성 장관(당시 재정경제부 장관)도 나보다 1~2년 아래였어요. 강봉균 수석(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그전에 노동부 차관 할 때부터 알았고···. 이헌재 씨(당시 금융감독위원장)는 대우에서 일하기도 했고···. 나는 그동안 항상 나보다 10년, 20년 위의 사람들과 상대했어요. 내가 한참 일하던 때에 그 사람들은 국장이나 차관보 정도였어요. 내가 그 시절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한번은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연락이 왔어요(1998년 4월). 대통령께서 강봉균 수석과 함께 김회장의 의견을 들어보고 앞으로 경제정책에 대해 상의하라고 했다며 같이 만나자는 거예요. 그래서 (셋이서) 힐튼호텔에서 만났지요.

신장섭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김우중
강 수석에게 그랬어요. ‘우리가 금년도 수출을 조금만 더 하면 500억 불 흑자 난다. 그것으로 IMF에서 빌린 돈 다 갚고도 남고, 내년에 500억 불 흑자 나면 리저브(외환보유액)가 된다. 3년째 500억 불 흑자 또 내면 1000억 불 리저브 갖고 갈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귀속해서 가는 것은 말이 아니다. 이것을 벗어나지 않으면 엉켜서 모든 것을 풀기 어렵다.

 

최선의 방편은 빚을 빨리 갚고 우리 리저브를 쌓는 것이다. 수출을 도와달라는 것은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얘기지 특혜 달라는 것이 아니다. 옛날 박 대통령 때는 수출확대회의를 해서 어려운 것까지 풀어주면서 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될 때까지는 대통령이 수출에 관심을 갖고 (기업인들을) 불러서 얘기하고 협조해야 한다.’

신장섭
강 수석이 뭐라고 답변합니까?

김우중
‘어떻게 500억 불 흑자를 냅니까?’라고 물어요.

신장섭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김우중
‘우리나라 시설재 수입액이 연간 400~500억 불이다. 꼭 필요한 것들은 들어오겠지만···.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지금 어느 기업이 돈이 있나? 시설 확장을 못한다. 지금은 발주한 것조차도 선적을 연기하고 있다. 나도 연장하고 있다. 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우선은 시설재가 못 들어온다. 그것이 (수입에서 줄어드는 것이) 300~400억 불이이라고 치자. 수출도 늘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 지금 시설재 들어와 있는 게 1조 불이 된다. 이것들을 어떻게든 가동하자. 환율이 두 배 정도 올랐으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수출이 늘면 무역흑자 500억 불 쉽게 채울 수 있다’ 그런 얘기를 했지요.

신장섭
강 수석이 어떻게 반응합니까?

김우중
그랬더니 ‘이제 시장경제 중심으로 하니 정부가 나서서 그런 것 못 합니다’라고 해요. 그 얘기를 듣고 내가 그만 참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그러면 강 수석은 시장경제 하는데 무엇 때문에 거기 앉아 있나? 어떤 역할하고 있나? 정책이 있어서 뭔가 한다면 필요하지만···. 그런 원칙으로는 내가 보기에 안 되는데···. 시장 중심이면 청와대 경제수석이고 비서관이고 필요 없겠네’라고 말해버렸어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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