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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고록]⑥워크아웃과 자산실사

  • 2014.08.22(금) 18:01

"부실경영 뒤집어씌워…"

다음은 신장섭 싱가포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대화를 통해 구성한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중 워크아웃과 자산실사, 출국 관련 부분 발췌.

 


신장섭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빅딜이 무산된 뒤 1999년 7월19일 김 회장님은 사재 출연 1조3000억원을 포함해 13조원의 자산을 채권단에 맡기고 자동차 부문, ㈜대우 등 일부 계열사 회생에만 전력하겠다는 '7/19 대우 유동성 개선을 위한 자구방안'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아무 효력이 없었습니다. 이 계획을 내놓을 때 어떤 생각이었습니까?

김우중
자구계획을 내라고 정부에서 먼저 얘기한 거예요.

신장섭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대우측에서 제안한 것이 아니고요?

김우중
(정부가 내 재산이 얼마인지) 다 조사해서 (자구계획을) 내라고 하니까 깨끗하게 다 낸 거지요.

신장섭
그렇게 하면 대우가 회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김우중
자동차를 포함해서 8개 계열사는 우리가 경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10조원을 지원해주겠다고도 하고. 그래서 우리도 13조원을 내놓았어요. 그러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신장섭
그런데 왜 잘 안 됐습니까?

김우중
그때까지 우리가 발행한 채권, 수표, 어음 등 합해서 연말까지 갚아야할 돈이 10조원이었어요. 그중 은행에 돌아와 있어서 당장 갚아야 할 것이 4조원 됐고요. 정부가 처음 약속대로 10조원을 그대로 지원해줬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겁니다. 4조원을 딱 갚아버리고 6조원을 들고 있으면 신용이 살아나 시장에서 거부 없이 리볼빙(revolving, 만기연장)이 이루어졌을 테니까요. 그런데 4조원만 돈을 줘요. 그것도 1주일간 시간을 끌다가…. 은행에 돌아와 있던 4조원이 그대로 결제 나가고 우리에게는 현찰이 다시 없게 되어버린 거지요. 그러니까 시장에서 아무 인정을 못받고 똑같은 형태로 (유동성 위기가) 다시 시작됐어요.

신장섭
이헌재 씨는 "김우중 회장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나섰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고 말하는데요.

김우중
자기들이 나서서 (대우를) 해체한 거지, 어떻게 시장이 해체한 겁니까? 10조원을 약속대로 줬으면 시장이 알아서 자금회수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10조원 준다고 시장에는 알려놓고 4조원만 줬으니 더 역효과가 난 거지요. 거기다가 '대우 해체된다', '김우중 물러나야한다'고 앞장서서 얘기하니 대우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지요. 시장이 자금 회수를 하도록 그 사람들이 계획적으로 더 나쁘게 만든 거예요.

신장섭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자구계획을 내놓았으면 유동성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도와줘야지, 왜 돈도 약속대로 주지 않고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대우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즉각 내놓은 겁니까?

김우중
그때는 바로 그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 지분을 다 내놓게 한 뒤 자기들 맘대로 대우계열사들을 처리하려고 한 거예요. 통상적인 워크아웃에서는 기존 경영진을 인정해주고 경영진과 채권단이 협력해서 기업을 살리면 경영권을 돌려주잖아요? 그걸 하기 싫었던 거지요.

삼성은 법정관리를 허용하고 우리가 법정관리 들어가려고 할 때에는 절대로 못하게 막았던 것도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에 따른 거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법정관리로 가면 법원에서 법절차에 따라 계열사들을 처리하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못하게 되지요. 통상적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는 자기들 마음대로 못하니까 '8개 계열사를 경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 '10조원 자금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뒤, 우리가 순진하게 사재도 출연하고 담보를 다 내놓으니까 자금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부정적인 얘기를 언론에 계속 해서 우리가 경영권을 잃고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워크아웃으로 갈수밖에 없도록 만든 거예요.

'뇌관을 제거했다'는 것이 채권시장 안정 핑계를 댔지만 결국은 나를 대우그룹에서 제거했다는 얘기지요. 단순히 기업 살리고 금융시장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사재 출연 하고 담보를 내놓자마자 처분권 얘기 같은 건 꺼낼 필요가 없는 거예요. 금융시장이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읽었으니까 우리 자금을 더 회수해간 겁니다.

신장섭
국내에서는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오너가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등의 압력이 나옵니다. 김 회장님도 위기가 올 때마다 사재를 내놓으면서 돌파하려고 했고요. (중략) 지금 돌이켜볼 때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더라도 사재 출연을 할 용의가 있습니까?

김우중
(굉장히 강한 어조로) 하지~. 나야 (그동안) 돈 생각해서 일하지 않았는데…언제라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잖아요? 지금도 돈 벌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벌지… 못할 게 뭐 있어요? (돈 버는 길이 눈에) 다 보이는데… 명예가 중요한 거지.

신장섭
김 회장님은 결국 7월25일 대우의 경영을 정상화시킨 다음에 명예퇴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그리고 채권단은 7월27일 '대우 구조조정 전담팀'을 만듭니다. 채권단과 대우그룹 간의 '불안한 동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 회장님은 그때 어떤 일을 했습니까?

김우중
은행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장 부품 사는 것도 오케이 하지 않아요. 자동차를 계속 공급하려면 A/S(after service)도 해주고 부품도 계속 사야 해요. 운영자금이 필요해요. 그래야 손해가 덜나지…. 그게 안 되는데 누가 자동차를 사겠어요? 그래서 청와대에 전화 걸고, 은행장에게 항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김 회장이) 채권단의 말을 안 들으니 도저히 못하겠다'고 얘기가 나와요. 영업이 안 되고 손실이 커지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신장섭
채권단이 운영자금 같은 기본적인 것은 지원해주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우중
채권단이 관리팀을 보낼 때 원칙을 정해서 보내줘야 해요. 돈이 돌아야 공장이 돌아가지 않나요? 자동차는 딜러가 다 있는데 부품이나 자동차를 보내줘야 (딜러가) 우리에게 줄 돈도 주고 돈이 돌게 돼요. 돌아가는 것을 잘라놓으면 거기에서 오는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감당하지 못하게 돼요.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인데….

신장섭
대우는 법정관리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정부 측의 압력에 못 이겨 8월26일 워크아웃에 들어갑니다. 그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김우중
부평 공장에 많이 있었어요. 자동차가 제일 중요하니까…. 운영자금을 대주겠다고 했는데 그 다음에 또 안 나와요. 이것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가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시간은 가고 계속 이자는 늘고…,, '해준다고 하면서 왜 안해주냐'고 항의도 하고…. 그러다보니 싸움도 하고….

신장섭
그 기간에 회계법인들이 대우계열사를 실사했고, 바로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김 회장님도 그 결과를 들었다고 하는데요.

김우중
실사 얘기를 듣고 나도 깜짝 놀랐어요. 자산이 30조원 넘게 줄어든 걸로 나왔으니까요.

신장섭
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난 겁니까?

김우중
멀쩡한 기업을 다 죽었다고 해놓고 청산가치로 평가한 거지요. 받을 수 있는 채권도 받지 못한다고 해놓고…. 금감위가 (회계법인들에) 지시해서, 어떤 것은 제로(zero,영), 어떤 것은 50%로 평가하라고 했다고 해요. 보증받은 것조차 그랬다고 하더군요. 기계설비는 고철값으로 톤당 얼마로 계산하고. 공장건물도 쓸 수 없다면서 제로로 처리한 것이 많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놓은 수치예요. 인위적으로 만든 거지요.

신장섭
'워크아웃은 기업을 살린다는 전제에서 진행되는 기업개선작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정부에서 워크아웃을 한다면서 기업가치를 청산가치로 평가하고, 받을 수 있는 채권도 그렇게 많이 손실 처리를 했습니까?

김우중
우리 관계사 사장이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가 있냐'고 금감위에 항의하니까 '가만있어라, 이렇게 해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그래야 돈을 많이 받아 잘 정리가 된다. 그것이 당신들이 경영을 맡더라도 사업하는 데 도움되지 않겠냐'고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그게 말이 됩니까? 기업을 그렇게 나쁘다고 평가해놓으면 기업의 신뢰가 떨어져서 오히려 살아나올 수가 없어요. 우리 대우 경영인들이 그렇게 부실하고 부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외부에서) 어떻게 그 기업을 믿을 수 있습니까?

신장섭
당시 금감위는 워크아웃 보도자료를 통해 "실사기관들이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실사에 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수적인 실사는 부실실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해 대우문제 처리에 대한 대내외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김우중
자기들이 기준을 다 정해준 건데 왜 회계법인들 핑계를 대지요? 그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기업들을 청산가치로 실사한 것이 어떻게 시장의 우려를 해소합니까? 궤변이지…. 워크아웃은 잘되면 경영권을 원래 경영자에게 돌려주는 거예요. 우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려고 했을 때 못하도록 막고 워크아웃을 권했을 때에는 정부에서 그 원칙을 얘기했어요. 그런 다음에 청산가치로 실사하는 의도가 뭡니까? 우리가 그렇게 부실하게 경영했다고 뒤집어씌워서 다 내쫓으려고 그랬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요.

신장섭
그리고 김 회장님은 1999년 10월11일 유럽·아프리카 출장을 떠난 뒤 2005년까지 귀국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일반적으로는 '해외 도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 측에서 권유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김우중
채권단이 자금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계속 항의하니까 여러 경로를 통해 '김 회장이 있으니까 안된다고 하니 해외에 좀 나가 있어라'는 얘기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DJ에게 전화해서 확인했어요. '3~6개월만 나가 있으면 정리해서 잘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기호 경제수석과도 만났어요. '잘 처리하겠다'고 다짐을 받았고요.

신장섭
정확하게 어떤 다짐을 받은 건가요?

김우중
자구계획을 내놓았을 때에 8개 계열사를 경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거지요. 나는 그것만 돼도 관계없다고 생각했어요.

신장섭
당시에 그 약속을 믿을 수 있었습니까?

김우중
정부가 다 발표하고 신문에도 냈는데, 당연하지요. DJ가 나가면 잘 해결해주겠다고 직접 얘기한 것도 있고…. 아주 나빠져버리니까 지치기도 했어요.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억울하잖아요?

신장섭
김 회장님이 출국하자마자 정부는 회계법인들의 대우그룹 실사결과를 공식 발표합니다. 무슨 의도였을까요? 이에 대해 이헌재 씨는 "무척 공교로운 일이다. 나는 이 발표가 경솔했다고 생각했다. 결론이 너무 빨랐고,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회장 문책론이 불거지고 대우 워크아웃은 궤도를 크게 벗어나고 만다"라고 얘기합니다.

김우중
나보고 나가 있으면 해결해주겠다고 해서 나갔는데, 그래 놓고 무슨 딴소리에요? (김 회장은 여기에서 또 흥분했다.) 그때 나는 다 내놓았는데, (대우그룹을) 어떻게 함부로 하겠냐는 심정이었어요. '당신들이 해봐라. 정말 손해 나봐야 안다' 그런 오기도 들었고…. 어떻게 '경솔하게 해서 문책론이 불거졌다'고 얘기합니까? 내가 돌아올 수 없도록 문책론을 일부러 만든 걸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어요.

신장섭
해외에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김우중
그때 내가 그걸 알았으면 (한국에) 들어왔을 겁니다.

신장섭
그러면 국내 소식을 몰랐습니까?

김우중
독일에 갔다가 병원에 가보니 심장이 나쁘다고 해서 바로 입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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