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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평판]⑬해외 인재들 "잠깐 거쳐가는 곳"

  • 2014.08.29(금) 10:28

일 배우기 좋아도 기업 문화에 '진땀'
엔씨소프트, 한진해운...경력에 '최악'

 
“이력서 경력란에 쓰기 좋은 회사. (그러나) 빨리 옮겨야.”
 
삼성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직원이 지난해 3월 29일 미국의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에 익명으로 남긴 글이다. 그가 삼성에서 쌓은 경력을 디딤돌 삼아 더 좋은 회사로 갈아타야 한다고 적은 이유는 상사의 모욕적인 말과 행동 등 주로 사내 문화 때문이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기업은 동료들로부터 일을 빠르게 배우기에는 안성맞춤인 직장이다. 그러나 눌러 앉기는 싫은 곳이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구글, 페이스북, 베인앤컴퍼니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직장으로 옮겨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진다.

 

◇ 멘토링은 좋지만

 

글래스도어(www.glassdoor.com)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에 대한 후기와 평가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모든 글은 익명으로 처리되므로 직장인과 구직자들이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약 30만개 기업의 리뷰와 평가가 사이트에 올랐다.

 

평가 점수는 만점이 5.0점이며, 1.0은 ‘불만족’ 3.0은 ‘만족’ 5.0은 ‘매우 만족’을 의미한다. 회사에 대한 ‘전체 평점’ 및 ▲기업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상사(관리자) ▲보상과 복지 ▲경력 기회 등 5가지 부문으로 세분화해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이 중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더 좋은 기회를 잡는 ‘경력 기회’ 항목에서 국내 30대 기업은 2.9점의 중간 이하 점수를 받았다.

 

▲ 글래스도어에 오른 국내 30대 대기업 '경력 기회' 점수. (지난 22일 기준)

 

‘경력 기회’ 점수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국내 30대 기업은 대체로 '일 배우기 좋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새로 들어온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한국의 독특한 ‘선후배 문화’에 기인한다. 이른바 멘토링 문화가 잘 발달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 기회 부족, 연차에 따른 자동 승진, 사내 정치 만연 등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현대차에서 일한다고 밝힌 한 직원은 "연봉과 지위는 나이와 연차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업무 성과를 냈는지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에서 이사로 일했다고 밝힌 한 직원은 "위계서열, 특정 직원에 대한 편애, 친족 등용 등이 매우 심하다"고 지적했다.

 

▲ '경력 기회'와 관련해 외국인 직원들이 글래스도어에 올린 후기.

 

 

아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에서 승진 길이 가로 막히기도 한다.

 

글로벌 인재 채용 컨설팅 회사인 '로버트 월터스'의 던컨 해리슨 한국 지사장은 "한국기업들은 외국인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는 데 매우 보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아니다. 던컨 해리슨 지사장은 "연봉은 해외 인재들이 한국 기업을 떠나는 주 원인이다"라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은 한국 대기업보다 최대 30% 더 준다"고 지적했다.

 

 

◇ 해외 인재 데려오면 뭐하나

 

그러다 보니 해외 인재들의 절반 이상은 3년이 채 못돼 짐을 꾸려 한국을 떠나고 있다. 공들여 채용한 외국인 인재들이 얼마 되지 않아 고국이나 타국 회사로 옮기는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외국인 채용에 필사적이다. 해외 시장이 커지면서 외국어에 능통하고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는 인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장들은 해외 출장의 절반을 인터뷰하는 데 쓴다. 인재개발실은 해외에서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6개월 이상을 미국, 중국, 인도 등 타국에서 보낸다. 삼성은 외국인 핵심 인사가 회사를 그만두면 그 상관에게 감점을 준다.

 

LG도 발벗고 나선지 오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2년부터 매년 인재를 찾아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있다. 현대차, 두산그룹 등 대기업의 총수들도 평소 인재 경영을 강조하며 해외 핵심 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깔아 놓지 않은 채 ‘일단 뽑고 본다’는 얘기다. 해외 인재와 더불어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이들을 키워서 회사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백종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돈과 복지만 잘 제공하며 일을 시킨다는 건 '전근대적'인 생각이다"라며 “이들이 오랫동안 한국 기업에서 일하도록 하려면 기업 내부의 인사·조직시스템, CEO 및 인사정책담당자의 ‘올드한 마인드’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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