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시장선도(市場先導). LG의 화두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선도를 강조했다.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전략으로는 더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올레드 TV다. LG전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 패널을 탑재한 올레드 TV를 선보였다.
LCD패널이 석권하고 있는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인공이 OLED로 바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전자는 UHD TV와 올레드 TV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 LG전자, 퍼스트 무버가 되다
세계 TV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미국이 앞섰고, 일본이 미국을 추월했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그 뒤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평판TV 시장에서의 주인공 자리는 한국기업들의 몫이 됐다. LCD TV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올레드TV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동안 세계 TV시장에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물던 LG전자가 '시장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하는 사례가 됐다는 점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이미 형성된 시장에 진입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LG전자는 올레드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올레드TV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초고화질(UHD) TV와 올레드 TV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UHD TV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본 소니도 파나소닉과 함께 OLED 공동개발에 나섰지만 최근 개발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LG전자는 차세대 시장을 보고 과감한 결정을 했다. 올레드 TV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삼성과는 약 2년 가량의 기술격차를 벌렸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가 현재 올레드 TV시장의 주인공인 셈이다.
최근에는 스카이워스, TCL, 창홍 등 중국 주요 TV업체들도 올레드 TV 출시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중국에서 올레드 TV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 독자기술 탑재..가격도 대중화
LG전자가 올레드 TV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유의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WRGB 방식'이다. WRGB방식은 기존 ‘RGB 방식’에 적용하던 RGB(Red, Green, Blue) 픽셀에 W(White) 픽셀을 추가, 4컬러(Color) 픽셀을 통해 보다 밝고 화려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LG전자도 지난 2009년 RGB방식을 적용한 15인치 올레드 TV를 출시했었다. 하지만 화질이나 시야각, 발열, 생산효율 등을 고려해 WRGB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WRGB 방식이 상대적으로 발열이 낮고 불량률도 적어 대형TV 제작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특히 흰색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RGB 픽셀을 한꺼번에 모두 켜야 하는 RGB방식과 달리 White 픽셀이 추가된 WRGB 방식은 흰색을 직접 구현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 및 제품 수명 측면에서도 탁월한 우위에 있다.
또 4컬러 픽셀에서 나오는 빛을 한번 더 정제해 고르게 분산시키는 ‘컬러 리파이너(Color Refiner)’ 기술도 적용됐다. 어느 위치에서 시청해도 화질 손실이 거의없는 폭넓은 시야각이 구현됐다. 자체 발광하는 소자를 통해 무한대의 명암비를 구현, 어두운 영역부터 밝은 영역까지 정확하고 깊은 색상을 표현한다.

이런 기술들이 집약된 올레드 TV는 기존 LED TV보다 100배 이상 빠른 응답속도로 잔상 없는 자연스런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올레드 TV시장 확대에 가장 문제로 지적됐던 비싼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말 55형 곡면 올레드 TV를 399만원에 출시했다. 지난해초 가격 1500만원에 비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당연히 판매량은 급증했다. 출시 한달만에 국내에서만 1000대 이상이 팔렸다.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때문에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