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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를 바꾼 M&A] '잘못된 만남'..웅진과 LIG

  • 2014.12.01(월) 13:17

(②-1) 무리한 건설사 인수, 그룹 해체로 이어져

삼성-한화간 '빅딜'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빅 이슈였다. 두 그룹간 '윈-윈'전략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대세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경기전망을 감안할 때 방위산업과 유화업체 M&A(인수합병)에 2조원이나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재계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기업의 명운을 갈라놓은 M&A가 적지 않았다. 덩치가 큰 딜(Deal)일수록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재계 지형를 바꿔놓은 M&A의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 의미를 정리해본다.[편집자]

 

'건설회사'를 M&A했다가 그룹해체라는 운명을 맞은 사례들이 있다. 금호아시아나(대우건설), 웅진(극동건설), LIG(건영)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회사 인수 실패가  행운이 된 경우도 있다. 극동건설 입찰에 참여했던 STX,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지만 현대차에 물 먹은 현대그룹을 예로 들 수 있다. STX가 극동건설을 인수했더라면 좀 더 일찍 붕괴했을 것이다. 현대그룹 역시 지금보다 더 혹독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을 것이다. 

 

▲ 지난 2012년 10월 5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가졌다. 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무리한 투자와 확장이 후회스럽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 윤석금 회장의 '과감한 베팅'

 

웅진그룹을 보자. 윤석금 회장의 애초 타깃은 극동건설 정도가 아니었다. 건설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꿈은 빅3급 대우건설이나 적어도 당시 시공능력 15위권 쌍용건설 M&A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2005년 당시 웅진그룹은 자본금이 30억원에 불과한 소형 건설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윤 회장은 그룹 성장의 해답을 건설에서 찾았다며 중대형 건설사 M&A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곤 했다. 그는 대우, 쌍용, 건영, 극동 등 당시 매물로 나와있던 건설사 인수를 위해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필요하다면 여러 개 회사를 사들일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위해 개인재산과 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투자, 금융권 대출 등으로 1조원 자금동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흘렸다. 당시 웅진그룹 전체 연매출이 2조원을 좀 넘었는데, 1조원을 건설 M&A에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윤 회장의 욕심은 결국 2년 뒤 한국 M&A사에서 고가 인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지목받는 극동건설 인수로 이어진다.

대우건설까지 탐냈던 그에게 극동건설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장에서 3000억원~4000억원짜리 물건이라고 평가했지만 윤 회장은 6600억원을 질렀다. 시장 평가 가격의 2배 수준이었다. 당시 경쟁자였던 STX, 대한전선, 유진기업은 4000억~4500억원 안팎을 베팅하고서는 "우리가 승자일 것"이라며 마음놓고 있었다 한다. 


◇ '비싼 대가'..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무리 비싸게 사도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현대차가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000억원에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였지만 좋게 보는 사람은 좋게 본다. 극동건설 인수 때도 그랬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

학습지 정수기 사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웅진이 유통이나 건강식품에 진출한다면 몰라도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건설업체 진출하는 것은 무리한 공격경영이라는 지적이었다. 일부 M&A 전문가들은 "국내 M&A 사례 가운데 가장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회장도 비싸게 샀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시너지를 강조했다. 들인 가격 이상으로 충분히 뽑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결과론적 이야기이긴 하지만, 들인 가격 이상으로 뽑은 게 아니라 뽑혔다.

인수자금 6600억원 중 5000억원을 외부조달해야 했던 웅진은 인수자금 융통을 위해 계속 CP(기업어음)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극동건설 운영에도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닥치면서 극동건설 살리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됐다.

결국 자금난에 빠진 웅진그룹은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웅진패스원 등의 주력사들은 매각됐고, 윤 회장은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재기를 노리는 신세가 됐다. 

 



◇ LIG의 건영 인수..오너 일가의 몰락

 

LIG그룹의  ㈜건영 인수가 가져온 결과는 참혹하다. 그룹 해체 뿐 아니라 오너 가족들이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단초가 됐다. LIG그룹이 법정관리 건설회사 건영을 인수한 것은 2006년 말.(나중에 사명을 LIG건설로 바꿈). 이후 건설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LIG건설의 상황은 날로 악화됐다. 2010년부터는 CP를 자주 발행해야 했다.

2011년 들어서도 2월28일~3월10일까지 240여억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열흘뒤인 3월21일, LIG건설은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노후자금, 결혼자금, 생활자금이나 여유자금 등을 좀 더 불려보겠다고 CP를 샀던 개인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다.

금융감독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결론은 LIG건설의 법정관리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오너 일가들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오너 이익을 위해 '사기성' CP를 발행,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것. LIG건설 부도를 막아야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됐던 오너 일가들의 주식(LIG손해보험 지분 등)이 처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LIG건설 연명 목적으로 CP를 발행했고, 오너 일가들이 주식을 되찾자마자 회사를 법정관리로 보냈다는 것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이 사건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LIG그룹 오너 일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오너 일가는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LIG손해보험을 매물로 내놔야 했다. 그룹의 해체였다.

 

[재계를 바꾼 M&A] 금호의 무리수..'승자의 저주'로 이어집니다.

 

 

▲ LIG 그룹의 '사기성' CP 발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2012년 10월26일 구자원 회장이 서울 합정동 LIG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 투자자들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재계를 바꾼 M&A] 기획 시리즈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co-work)을 지향한다는 편집 방향에 맞춰 외부 기고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본 기사는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fntom@naver.com)가 취재 및 작성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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