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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소송, 현대차 일단 '웃었다'

  • 2015.01.16(금) 15:21

법원, 현대차 손 들어줘..인건비 부담 해소
노조 "이해할 수 없다"..항소 가능성 남아

현대차가 노조와 오랜 갈등을 빚었던 통상임금 문제에서 승기를 잡았다. 법원이 노조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사실상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행후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법원의 판결이 현대차의 완승이 아니었던 만큼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노조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다.

◇ 통상임금 갈등..왜

이번 현대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모두의 관심사였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말 통상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하급심 판결이다.

산업계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향후 진행될 각 기업 노사의 통상임금 범위 설정 기준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통상임금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노사간의 희비가 엇갈린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월급, 주급, 일급, 시간급 등을 총칭한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범위 산정의 조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제시했다. 문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여부다.

 

▲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는 지난 2년간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13년말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범위의 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고정성' 문제를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금액에 대해서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 고용 인원이 많을수록 부담해야 하는 액수도 더 커진다.

현대차 노사의 통상임금 갈등은 '고정성'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상여금 시행세칙에 '지급 제외자 규정'이 있는 만큼 고정성이 없다고 해석했다. 반면 노조는 퇴직자에게 상여금을 일할(日割) 계산해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어 고정성이 있다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섰다. 결국 현대차 노조는 영업직, 정비직, 기술직, 연구직, 일반직, 별정직, 임시직 등 직군별 대표를 선정 대표 소송에 나섰다. 그리고 법원은 노조의 요구 중 일부만 수용했다. 현대차의 승리였다.

◇ 가슴 쓸어내린 현대차

현대차는 법원의 판결을 반기는 입장이다. 만일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면 현대차로서는 막대한 금액을 부담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막대한 규모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만큼 기업가치 훼손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패소했을 경우 부담해야 할 금액을 직원 1인당 평균 8000만원씩 총 5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또 올해부터 노사 협상을 통해 현대차는 상여금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못 박아야 한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현대차를 비롯해 그룹 전 계열사까지 감안하면 3년치 소급분은 13조원에 달한다. 이럴 경우 최근 야심차게 81조원 투자를 선언했던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현대차그룹에겐 대형 악재다.


▲ 현대차그룹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만일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약 13조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만일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현대차의 1차 협력사들이 경영난을 겪게 되고 이는 곧 2차, 3차 업체로 전이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곧 인건비 상승을 의미한다. 자동차 업체에게 인건비 상승은 결정타다.

인건비가 상승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국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전력을 다해 이번 소송에 임한 까닭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그룹은 물론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 사실 무척 부담스러웠다"며 "다행이 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해줘 향후 계획을 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꺼지지 않은 불씨

현대차 노조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조합원 수는 2000~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금액도 당초 1인당 최대 8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대 389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노조가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여부다. 노조는 현재 신중한 입장이다. 향후 소송을 계속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법원이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해 아쉽다"며 "항소여부는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판결에 앞서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고민이 깊겠지만 결국 항소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비록 1심에서는 졌지만 이번 현대차 노사 통상임금 소송은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성격이 강한 만큼 다시 쟁점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사는 작년 임단협 당시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한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오는 3월까지 개선안을 도출키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협의체 논의도 현대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항소 여부와 별도로 협의체 논의에서도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해질 전망이다. 자칫 임금체계 논의 자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판결로 끝날 싸움이 아니다"면서 "특히 노조 입장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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