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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승계]⑥효성, '황금분할' 묘수는?

  • 2015.01.20(화) 08:25

둘째 이탈 후 후계구도 촉각
지분율 : 장남 10.97%, 3남 10.61%

한국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주와 2세들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3·4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경영권 승계이후 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이들로의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의 또 다른 흥망성쇠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그룹 오너 3·4세들 경영참여 현황과 과거 사례, 바람직한 지배구조, 해외사례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효성그룹의 후계는 '경쟁'이 핵심이었다. 삼형제가 똑같은 지분으로 출발했다. 아버지 조석래 회장은 경쟁에서 이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터졌다. 둘째 아들이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효성그룹은 작년 내우외환을 겪었다. 가족을 등진 둘째 아들은 지속적으로 회사와 오너 일가 때리기에 나섰다. 조 회장은 세금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건강에도 이상이 생겨 투병중이다.

◇ 남부럽지 않았던 삼형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는 세 아들이 있다. 모두 국내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수재로 꼽힌다. 대학 졸업 후에도 각자 글로벌 기업이나 로펌,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남부럽지 않은 아들들이었다.

세 아들 모두 아버지인 조 회장의 부름을 받아 효성에 발을 들여놨다.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가장 먼저 입사했다. 조 사장은 지난 97년 입사 이후 지금까지 효성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둘째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99년, 막내 조현상 부사장은 2000년에 입사했다.

 

조 회장은 세 아들에게 효성의 각 부문을 맡겼다. 세 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효성을 뒤흔든 소위 '형제의 난'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세 아들은 외형상으로는 후계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듯 보였다.

 

▲ 효성家의 삼형제는 재계에서도 유명한 '수재'로 통한다. 삼형제 모두 국내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은 삼형제는 모두 효성에 입사, 각 부문에서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했다. 조석래 회장은 삼형제 중 가장 성과를 내는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둘째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회사와 가족을 등지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사진 왼쪽부터)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 둘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셋째 조현상 효성 부사장.

갈등이 수면 위로 나온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가족과 회사를 떠났다. 떠나면서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이 나눠줬던 효성의 지분 7% 가량을 모두 매각했다. 매각 대상은 가족, 회사가 아닌 제3자인 기관투자자들이었다.

그것도 시세보다 싸게 매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런 방식으로 효성과 척을 졌다. 효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업계에는 조 전 부사장이 아버지와 갈등 끝에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회사를 떠난 후 소송을 통해 회사와 오너 일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개략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들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도 과소평가 받았다고 밝혔다.
 
◇ 지분구조는 단순, 역관계는 복잡 
 
효성그룹은 그룹의 핵심이자 주력 계열사인 효성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는 구조다. 효성을 지배하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효성의 지분을 누가 가장 많이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효성그룹은 1997년말 그룹의 경영조직을 개편했다. 핵심 계열사였던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을 모두 효성으로 합병했다. 효성은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격이다. 대부분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신 각 부문을 총 7개의 퍼포먼스그룹(PG)으로 묶어 운영하고 있다. 각 PG에 모든 권한이 위임돼있다. 일종의 '소기업'형태다.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전략본부장 및 섬유·정보통신 PG장이다. 막내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 PG장·화학 CMO다. 등을 돌린 조현문 전 부사장은 중공업 PG장이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그룹을 지배하는 효성의 최대주주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다. 그는 최근까지 효성 지분을 매입해 총 10.9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조현상 부사장이 10.61%, 조석래 회장은 10.15%를 가지고 있다. 둘째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분을 모두 매각한 상태다.
 
오너 일가 보유 지분 31.73%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셈이다. 매우 단순한 구조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삼형제의 지분은 대동소이했다. 후계자로 결정된 아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면 됐다.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만 받으면 누구라도 효성그룹의 후계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 아들 모두 대권을 꿈꿀 수 있는 구조다. 조석래 회장은 이를 통한 시너지를 노렸다. 하지만 결과는 조 회장의 노림수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단순한 지배구조는 오히려 후계 구도 형성 과정 중 잡음을 일으켰다.

◇ 장자·막내 '황금분할' 택하나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자 효성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오너 일가의 공고한 지분 중 4분의 1이 제3자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 매각과 동시에 효성그룹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단순하게 짜여진 지배구조의 맹점을 파고들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이후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효성 지분 매입에 몰두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형제의 지분 매입을 후계구도 선점을 위한 경쟁으로 봤다.

효성은 부인했다.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매입일 뿐 형제간 경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효성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조현준 사장은 이미 아버지 조석래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하지만 후계 이야기는 아직 없다.
 
▲ 업계에서는 결국 효성그룹 후계 구도의 키는 조석래 회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효성 지분이 비슷한만큼 조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차남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현재 아들들이 맡고 있는 각 부문을 그대로 물려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조석래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누구에게 넘길 것인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이 낙점한 후계자에게 지분을 넘길 경우 후계 구도는 완전히 정리된다. 조현준 사장이든 조현상 부사장이든 조석래 회장의 '선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효성은 보수적인 가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창립자인 고 조홍제 회장도 세명의 아들을 뒀다. 장자인 조석래 회장에세는 그룹을 물려줬다. 둘째인 조양래 회장에게는 한국타이어를, 셋째인 조욱래씨에게는 대전피혁을 맡겼다. 조욱래씨는 현재 부동산 개발·임대업을 하는 DSDL 회장이다.
 
업계에서는 장자인 조현준 사장이 후계를 넘겨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풍과 더불어 현재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형제들에게 사업을 고루 나눠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효성가(家)에게 더 이상의 분란은 치명타가 된다.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또다시 형제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조석래 회장이 고심하는 지점이다. 업계에서는 장자 위주의 사업 분할을 진행하되, 셋째에게도 주력 사업의 일부를 넘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황금분할'이어야 한다는 점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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