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했던 예감은 적중했다. 지난 2013년 정점을 찍었던 삼성전자 실적은 지난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무선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급격하게 커진 삼성전자 이익규모는 늘어난 속도만큼 다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서 전자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이었던 건설부문이 회복조짐을 보였다는 점은 위안거리로 평가된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SDS 실적 역시 전년보다 좋아졌다.
◇ 흔들리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25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이익규모가 줄었다. 지난 2011년 15조6500억원이었던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은 2012년 29조원으로 무려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3년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무려 36조7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역시 스마트폰이 문제였다. 2013년 3분기를 정점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1년만에 1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나마 반도체부문이 호조를 보이며 이익을 방어했다.
삼성전자 실적 변동은 대부분 스마트폰사업에서 이뤄졌다. 2013년 228조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206조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20조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IM부문 매출이 전년의 138조원 수준에서 올해 111조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전년 24조원 후반대를 기록했던 IM부문 영업이익은 14조원 중반대까지 하락했다. 전체 영업이익 감소분과 거의 일치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전분기에 비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변수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란 분석들이 많은 상황이다.
◇ 건설 회복은 위안
삼성전자가 부진하면서 전자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지 못했다. 과거 제일모직 소재부문과 합병한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5조4742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3%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기의 경우는 더 심했다. 지난해 7조14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에 그쳤다.
전자계열사 외에 중공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2조8791억, 영업이익 18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13.2%, 80% 감소했다. 1분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 1년내내 이어졌다. 4분기 영업이익은 1017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전년대비 13.8% 감소한 3조778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건설부문 실적은 조금 개선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28조4455억원, 영업이익 65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6% 늘었다. 특히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3.5% 증가한 5690억원, 매출은 10.7% 늘어난 14조87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 8조9115억원, 영업이익 1618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물산의 경우 신규수주가 당초 목표의 59%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은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체 수주잔고 역시 2013년말 41조2780억원에서 지난해말 38조52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편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실적은 개선됐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매출 5조1295억원, 영업이익 21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92.4% 증가했다. 삼성SDS는 매출 7조8977억원, 영업이익 5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매출은 12.08%, 영업이익은 17.36%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