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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킹딜?'...박삼구의 금호고속 활용법

  • 2015.10.01(목) 09:08

칸서스, 금호고속 담보잡고 FI 참여 유력
순환출자 피하지만 '파킹딜' 논란 예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추석 연휴 직전 금호고속을 한 사모펀드에 팔았다. 재계는 박삼구 회장이 그룹의 모태기업을 재인수 3개월만에 또다시 내다 판 것은 단순히 유동성 이슈 때문일 리 없다고 본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재인수를 위해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금호고속을 담보로 한 '파킹딜(Parking Deal)' 성격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 수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과의 계약 전후 금호산업 인수자금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겠다",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금호고속 매각을 활용하는 게 일종의 우회 전략이라곤 해도 사실상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어 논란거리로 지적된다.

 

◇ 박 회장, 칸서스KHB에 금호고속 판 이유

 

 

금호터미널은 지난달 25일 사모펀드 칸서스KHB 와 금호고속 지분 100%를 399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전날(24일)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주식 처분일은 2일이며, 금호터미널이나 금호터미널이 지정한 사람이 6개월 뒤부터 2년3개월 안에 주식을 되살 권리(콜옵션)가 붙었다.

 

금호터미널은 이와 함께 칸서스KHB가 농협,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캐피탈,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으로부터 빌린 700억원에 대해 코에프씨(KoFC)-IBK 사모펀드 출자지분과 예금 등으로 915억원 어치의 담보를 제공한다고도 밝혔다.

 

금호터미널은 이번 금호고속 매각에 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및 재무안정성 제고" 차원이라고만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도 "금호고속 재매각은 금호터미널 차입금 상환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금호고속 지분을 매각하면서 '처분금액을 기초로 당사자간에 합의한 방법'에 따라 향후 콜옵션 행사시 가격을 계산하기로 한 것과 칸서스에 금호터미널이 직접 담보를 제공한 것 때문이다.

 

칸서스KHB는 칸서스파트너스가 지난 8월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로 이미 설립 당시부터 목적으로 금호고속 인수를, 출자약정액으로 1805억원을 정해두고 있었다.

 

◇ 순환출자·배임 논란 피하려는 우회전략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이 금호고속을 매각 자금을 금호산업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채권단은 박 회장 측에 공문을 보내 "금호산업 인수자금(7228억원) 마련에 계열사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못박아뒀다.

 

금호터미널 몫인 금호고속 매각대금을 박 회장 측이 금호산업 인수에 동원하면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어기게 되고 배임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고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금호고속 매각 자금을 금호산업 인수에 쓰면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금호산업의 순환고리가 생기는 게 문제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지분율 12.6%)인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아시아나 주주들이 손자회사의 매각 및 매각대금 활용 등과 관련해 배임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호고속 매각대금을 직접 금호산업의 인수자금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금호고속을 인수한 칸서스가 특정 조건으로 박 회장과 계약을 맺고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대는 우회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 '파킹딜 방식' 채권단 인정할까

 

현재는 NH농협은행이 주도하는 인수금융에 칸서스가 FI로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방식이 인정되면 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금호산업을 인수하고 금호고속 등 나머지 계열사를 찾는데까지 최대 2년3개월이라는 시간을 벌게된다.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칸서스는 주로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되팔아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바이아웃(Buy-out) 방식의 토종 사모펀드다.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인수해 삼성전자에 높은 가격에 되판 거래로 시장에 이름을 알렸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나 박 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칸서스는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2010년에는 산업은행과 6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워크아웃 중이던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한 이력도 있다. 칸서스자산운용 김영재 회장은 박 회장과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금호고속을 매개로 한 일련의 거래가 일종의 '파킹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콜옵션을 감안하면 금호고속을 실제로 파는 것이 아니라 파는 시늉만 내고 맡겨놓은 모양새라는 점에서다.

 

파킹딜은 최근 오릭스PEF의 현대증권 인수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은 오릭스와 함께 2000억여원을 인수자금으로 투입하면서 조건이 맞으면 5년 뒤 현대증권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챙겼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호고속 역시 '진성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 해석이다. 이 경우 3900억원으로 산정된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는 칸서스가 박 회장 측을 대신해 자금을 조달할 담보의 기준가격이 된다. 칸서스는 금호고속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거나 투자자를 모집해 2000억~3000억원 가량의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터미널로 들어오는 매각대금은 일단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사용된 뒤 향후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시점에 금호고속 재인수 용도로 쓰일 공산이 크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금호고속 매각대금을 금호산업 인수에 쓰는 것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활용하는 방식일 것"이라며 "채권단이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내달 24일까지 금호산업 인수 자금조달 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해 검증받아야 한다. 나머지 금액은 전략적 투자자(SI)나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해 채울 전망이다. 이후 인수대금 7228억원을 12월30일까지 채권단에 납부해야 금호산업 인수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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