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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스캔들]④지각변동 일어난다

  • 2015.10.08(목) 08:52

디젤의 빈 자리 친환경차가 채울 듯
자동차 업계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기극의 후폭풍이 메가톤급이다. 당사자인 폭스바겐은 수십 조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디젤 진영의 약세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 도요타, GM과 함께 구축해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빅3 판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이 틈새를 얼마나 파고들 것인지도 관심사다. 폭스바겐 사태의 원인과 배경, 업계에 미치는 파장,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폭스바겐 사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번 사태로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시장은 가솔린 주도 시장이었다. 디젤은 유럽 업체들 주도로 그 뒤를 맹렬히 추격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디젤이 가솔린을 추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디젤의 빈자리를 친환경차가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친환경차를 개발해왔지만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친환경차가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 무너진 '디젤'이 남긴 것은

그동안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가솔린과 디젤이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연기관을 통해 움직이는 자동차에서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의 지위는 독보적이었다. 특히 가솔린 엔진은 비록 출력에 있어서는 디젤 엔진에 못미치지만 특유의 정숙성과 친환경성으로 오랜 기간 각광을 받았고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반면 디젤은 친환경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꽤 오랜시간동안 외면 받았다. 하지만 유럽 업체들을 중심으로 디젤 엔진은 새롭게 거듭났다. 출력이 좋다는 장점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기술 개발을 통해 가솔린 엔진만이 갖춘 것으로 알려졌던 친환경성까지 확보했다고 선전했다. 그 덕에 유럽 시장은 전체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디젤 차량이 됐을 만큼 디젤 시장의 파이는 나날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유럽 업체들이 내세웠던 디젤 엔진의 '친환경성'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오히려 디젤 엔진은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 결국 유럽 업체들이 만들어낸 디젤 시장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그 결정타는 미국이 날렸다.

▲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디젤 차량을 확산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미국 시장에서의 디젤 차량 확대 전략은 무산됐다.

유럽 업체들에게 미국 시장은 마지막으로 남은 디젤 미개척 시장이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자동차 업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 시장은 이미 유럽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GM, 포드 등으로 대변되는 막강한 미국 업체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업체들은 가솔린 중심의 시장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을 필두로 유럽 업체들은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최근 2년간 미국 테네시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디젤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였다. 성과도 있었다. 비록 미국 시장에서 디젤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1%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점진적으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유럽 업체들이 디젤 모델들의 판매량이 늘려가는 시점에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유럽 업체들에게 큰 타격이 됐다. 유럽자동차협회 회장이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인 카를로스 곤 회장이 '미국 음모론'을 제기한 이유다. 결국 미국의 직격탄에 디젤은 그동안 차지했던 자리를 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 디젤 빈 자리 '친환경차'가 메운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디젤의 빈 자리를 친환경차가 채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젤 시장이 친환경성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무너진 만큼 다음 자동차 시장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친환경차가 꿰찰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별한 성장 모멘텀이 없었던 친환경차가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는 이미 상용화가 됐고,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력도 갖춘 상태여서 빠른 시간 내에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에 나서고 있는 등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어 디젤의 유력한 대체자로 꼽힌다.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트렌드를 의식한 듯 이미 친환경차 확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과 신형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GM도 내년에 2세대 볼트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디젤 수요 위축을 친환경차로 일정 부분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

▲ 자료 : IHS.

폭스바겐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유럽 업체들도 이런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디젤 중심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BMW는 내년 액티브 투어러와 3시리즈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친환경차를 선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도 C클래스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친환경차의 선두주자인 도요타는 프리우스 PHEV 판매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10만56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소비자 비율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사태 이후 하이브리드카 구입 의향 비율은 35%로 급증했다. 반면 디젤차 구입 의사를 가진 소비자의 비율은 7월 40%에서 이번 사태 이후 19%로 급감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기존에 디젤 점유율이 낮던 국가에서는 승용 디젤차가 낮은 점유율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자동차 업체들의 연비 개선 경쟁에서 디젤이 탈락하고 하이브리드 기술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시기 상조' 지적도

하지만 디젤의 몰락으로 그 자리를 친환경차가 재빨리 꿰찰 것이라는 분석은 섣부르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친환경차들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던 것은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도 친환경차 성장의 저해 요소로 꼽혀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그동안 친환경차 성장을 저해해왔던 요소들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이야기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젤차에 대한 인식과 규제 장벽이 강화되면서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의 전동차들의 점유율이 일정부분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각국의 이해 관계가 복잡한 만큼 당장 어떤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인가 아닌가를 논할 국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로 디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디젤의 장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일정부분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미 디젤 차량의 점유율이 높은 유럽과 한국, 인도 등의 시장에서는 상당기간 디젤이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 폭스바겐 사태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당장 친환경차가 디젤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친환경차 확산의 걸림돌이었던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반사이익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각국의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테스트도 조만간 실제 주행 인증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각종 환경 규제와 절차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각종 인증 비용과 부품 원가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렇게 되면 디젤 차량의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각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친환경차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면 시장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오는 2020년부터 파리에서 디젤차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디젤차에게 불리한 환경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시발점으로 디젤의 영역이 크게 축소되고 친환경차의 영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수십년간 지속됐던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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