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동대문시장 살리는 실과 바늘되겠다"

  • 2015.10.26(월) 14:45

"동대문 상권 살리는 것은 두산의 책무"
"면세점과 무관..동대문 터줏대감 임무 다할 것"

"준비된 원고가 있지만 그냥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습니다."

단상에 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표정은 비장했다. 특히 과거 동대문 두산타워로 그룹 사옥을 이전했을 당시 이야기를 꺼낼 때는 추억에 젖는 모습이었다. 16년째 두타 생활을 해오고 있는 그에게 동대문은 또 하나의 집이나 마찬가지다.

26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열린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참석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행사 내내 '동대문 상권의 활성화'와 '두산의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서, 동대문에 뿌리를 박고 있는 기업으로서 무너져가는 동대문 상권을 되살리는 것은 두산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9년 말 두타로 그룹의 사옥을 이전했다"며 "하지만 당시는 IMF 파고를 넘은 직후인 데다 두산도 첫 구조조정을 끝낸 상태였다. 빌딩이 완성되는 걸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만큼 어려움의 깊이가 컸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예전 사무실은 롯데호텔 맞은 편에 있었다. 창문 가득 전형적인 선진국의 모습이었다. 거기서 보는 풍경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풍경이었다. 그런 풍경을 보면서 일했다"면서 "반면 두타로 이사오고 33층에서 창으로 보이는 첫 모습은 동대문 시장 모습이었다.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동대문 시장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라보며 기업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면서 "그것을 보며 예전 선진국의 모습만 바라보던 모습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동대문에 자리 잡고 난 이후 이 지역이 함께 발전하고 희망을 심어가는 것이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두산이 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대문 지역은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13개의 쇼핑몰이 운집해있다. 교통의 요지인 데다 대학로, 충무로 등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동대문, 낙산 성곽 등 문화재와 동대문 시장이 주는 정취 등이 결합되며 한때 서울의 주요 상권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맞으면서 동대문 상권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현재 동대문 지역 상가의 공실률은 30%에 달한다.

박 회장은 "동대문 지역은 잠재력이 많은 곳이고 그 한복판에 두타가 서 있다"며 "치열한 삶의 현장을 매일 보고 있다. 지역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대기업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동대문의 상황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면서 "현재 동대문 지역 상가의 공실률이 30%인데 이걸 모두 채우면 고용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동대문 지역 상가에 국내 내방객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했다. 대신 그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 등이 메우는 것을 보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동대문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을 보고 다시 희망의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 고민의 결과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대문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콘텐츠가 어느 곳보다 많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할 만큼 상공업에 대한 노하우와 철학을 다른 곳보다 깊고 넓게 보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미 구슬은 있다. 그 구슬을 꿸 수 있는 실과 바늘을 재단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은 최근 두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 회장이 본인의 사재 100억원을 재단에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두산 측의 설명이다.

그는 "면세점 유치전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재단 설립이 면세점 유치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고 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면세점 유치와 연결돼있고 그것도 인정한다. 면세점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면세점 유치와 상관없이 두산은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동대문의 터줏대감으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완수하는데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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