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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10년 공든탑..'창세기' 다시 쓴다

  • 2015.11.04(수) 16:38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로 신시장 개척
정의선 부회장 진두 지휘..성과에 주목

"10년을 준비해왔습니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 출범을 선언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평소 차분하고 정돈된 말솜씨를 자랑하던 정 부회장의 얼굴이 약간 상기돼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차분함을 되찾았다. 특히 "새로운 도전이 될수 있겠지만 도전을 해야 변화할 수 있고, 바뀌어야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할 때에는 정 부회장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 '제네시스' 카드 빼든 이유

현대차는 이날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현대차가 새로운 브랜드. 그것도 글로벌 럭셔리 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따로 시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현대'라는 브랜드만으로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현대차는 성장 동력이 바닥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판매 대수는 차치하고라도 여기저기서 터지는 품질 문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들에게 밀리고 해외 시장에서는 환율을 등에 업은 경쟁업체들에게 치였다.

현대차는 고민했다. 그리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론칭은 꺼져가는 성장엔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정의선 부회장과 현대차의 고민의 산물이다. 정 부회장과 현대차는 더 이상 '현대'라는 대중 브랜드만으로는 도약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현대차는 더 이상 대중 브랜드인 '현대'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론칭은 '현대'라는 대중 브랜드가 키워 놓은 양적 토대를 바탕으로 또 다른 차원의 질적 도약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 브랜드는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차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톱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멘텀이 필요했다. '현대'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이젠 '제네시스'로 질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판단을 한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염두에 뒀다. 그리고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1세대 제네시스가 출시된 2008년 본격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고민했다.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럭셔리 세단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의 미국 모델에 '현대' 엠블럼을 떼고 '제네시스' 엠블럼을 붙이려 했었다.

하지만 좌절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또 복수의 라인업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는 럭셔리보다는 대중차로서 양적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후 정의선 부회장과 현대차는 마침내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 현대·제네시스, 역할 분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세밀한 전략을 짰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기존의 '현대' 브랜드와의 시너지다. 현대차에게 '현대'는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현대'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럭셔리 브랜드가 필요했다. 경쟁업체인 도요타가 '렉서스'를, 닛산이 '인피니티'를 갖고 있듯 현대차도 럭셔리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세운 전략이 두 브랜드의 양립이다. 현대차는 이날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유독 '차별화'를 강조했다. '차별화'에는 경쟁 럭셔리 브랜드와의 차별화 뿐만 아니라 '현대' 브랜드와의 차별화도 포함돼 있다. '현대'는 철저히 대중적인 브랜드로, '제네시스'는 더 철저히 럭셔리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는 현대차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있다. '제네시스'를 어정쩡하게 포지셔닝한다면 대중 브랜드도 아니면서 럭셔리 브랜드도 아닌 모호한 모습이 된다. 현대차가 이날 '제네시스' 브랜드에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화려한 수식어를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와 확실히 차이를 두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총 6개의 모델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했다. 세단에서 SUV, 친환경차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피터 슈라이어로 대변되는 현대차 디자인 드림팀이 다시 꾸려졌다. 오로지 '제네시스'만을 위한 팀이다. 팀 이름도 'G-Force'다. 여기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도 영입했다.

'제네시스'는 모델 명에서도 지금까지의 현대차와는 다른 길로 간다. '제네시스'의 영문 앞글자인 'G'로 시작하는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흔히 해외 럭셔리 세단들이 쓰는 모델 작명법이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에쿠스 후속 모델부터 'G90'으로 명명했다. 2세대 제네시스는 'G80'이다. '현대'브랜드와 완벽하게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제네시스'라는 새 브랜드는 현대차의 미래에서 핵심적 역할 담당할 것"이라며 "작고 섬세한 부분까지 정성이 가득 느껴지도록 해 고객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제네시스' 성공 가능성은

이날 브랜드 론칭 행사에는 현대차의 최고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정의선 부회장을 필두로 연구개발 담당인 양웅철 부회장, 디자인 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 마케팅 담당 조원홍 부사장, 국내 영업 담당 곽진 부사장, 해외 영업 담당 장원신 부사장 등 초호화 멤버들이었다. 이는 그만큼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은 정의선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현대' 브랜드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일구고 성장시켰다면 '제네시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성장시켜야 할 숙제이자 자식과도 같은 브랜드다. 그런만큼 현대차의 모든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최근 고성능 브랜드인 'N브랜드'도 론칭했다. '제네시스'와 'N'은 정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다.


▲ 자료:IHS.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진입을 노리는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판매 감소폭이 컸지만 최근에는 가파르게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차 판매량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0.5%씩 성장하고 있다. 이는 대중차 판매 증가율(6.0%)를 앞서는 속도다.

현대차는 이 속도에 주목했다. 대중차 시장의 성장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른 만큼 새로운 시장인 고급차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곳이다. 현대제철로부터 양질의 자동차 강판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가 수직계열화를 통해 양질의 구슬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꿰어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세밀함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최고의 기술이 맞붙는 경연장"이라면서 "현대차의 기술력이 그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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