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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빅뱅!]④중후장대에 칼끝 겨누다

  • 2015.11.09(월) 11:17

정부, 구조조정 돌입..철강·조선·해운·석화에 초점
산업 경쟁력 강화..정부 주도 구조조정 폐해 우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두 축이 흔들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대기업들은 한계사업을 재편하고,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변화의 움직임, 정부의 대응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한화종합화학 주도 PTA 구조조정 추진설 (9월 16일)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 추진설 (10월 27일)

SK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설 (11월 4일)

최근 조선·철강·해운·화학 등 소위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논의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다. 정부는 산업경쟁력이 약화된 중후장대 산업을 재편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부실기업들이 양산되고 이는 결국 한국 경제 시스템을 마비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중후장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해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해당 산업의 주체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반면 외환위기 시절 진행됐던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폐해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해운 = 현대상선을 어찌할꼬

정부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는 산업들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공식화 했다. 그중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상이 조선, 철강, 해운업이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은 경기 민감 업종이라는 점이다. 경기에 따라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산업들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들 업종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산업에 칼을 대려는 이유다.

가장 먼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드러난 곳은 해운업이다. 정부는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을 타진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표적인 국적 선사다. 정부의 이런 계획이 밝혀지자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 정부는 부진한 해운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합병에 난색을 표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황은 최근 수년간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박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결국 독자경영 노선을 포기했다. 한진그룹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으며 계열로 편입됐다.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상선은 상황이 다르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간신히 영업이익을 거두는가 싶더니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진해운과 달리 벌크선 비중이 높은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2년 5000억원이 넘던 영업적자가 작년 2000억원대로 줄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은 700%대를 육박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불발로 자금 수혈이 어려워진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강제 합병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정부의 제안에 양사 모두 난색을 표하자 이번에는 정부가 강제로 합병에 나선 셈이다. 이미 정부 실무선에서 논의를 마쳤고 구조조정 차관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 조선 = 대우조선해양을 어찌할꼬 

조선업도 정부가 눈여겨 보는 곳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2분기 연속 조(兆)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5조원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조2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상태다. 채권단은 자금을 투입하면서 노조로부터 무파업과 임금동결에 찬성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제 칼자루는 완전히 채권단이 쥔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을 조속히 정상화시켜 매각할 계획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고강도 구조조정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본사 사옥 매각부터 각종 비핵심 자산 매각, 인원 감축에 돌입한 상태다. 최대한 몸집을 줄이고 자생력을 키운 이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확고한 의지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 누구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도 이미 조단위의 손실을 입은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들어 이미 5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신규로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대신 노조로부터 임금동결과 무파업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생사여탈권이 채권단으로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뿐만이 아니다.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STX조선해양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힌다. 대규모 자금투입에도 불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더욱 구조조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밖에도 삼성중공업의 위탁경영을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도 정부의 구조조정 타깃에 포함돼 있다.
 
◇ 석유화학 = PTA를 어찌할꼬

철강업의 경우 본연 경쟁력 강화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이미 작년부터 비핵심 자산 및 계열사 정리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는 포스코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통해 비철강 부문을 줄이고 확보한 자금을 철강업에 투자토록 하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수직계열화를 이룬 만큼 자동차 강판에 집중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워크아웃에 돌입한 동부제철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은 가동을 중단한 포항 제2 후판공장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정부는 강관, 합금철 사업과 관련해 현대제철, 동부메탈, 세아제강, 휴스틸, 동양철관 등에 대한 구조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 업계도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삼성이 한화, 롯데 등과 자발적 빅딜을 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폴리스틸렌(PS), 폴리카보네이트(PC) 등 합성수지와 고순도테레프탈산(TPA), 카프로락탐(CTL) 등 합성섬유 분야가 그 대상으로 꼽힌다. 정부는 금호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롯데케미칼, 효성 등의 추가 빅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관제 빅딜 = '제2 대우사태' 우려

부실이 만연화돼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한정된 재원이 '생존 가능한 기업'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 구조조정의 원칙이다.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은행의 여신제도를 뜯어고쳐 부실 기업을 솎아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두 차례의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80년대 산업 합리화조치와 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이다. 특히 외환 위기 당시의 빅딜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갖고 있는 명암(明暗)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외환 위기 당시 정부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지휘 아래 부채비율 200%라는 기준에 따라 기업들의 생사를 결정했다. 당시 정부는 상위 5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문어발식 확장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 결과 30대 기업의 계열사 수는 98년 804개에서 지난 2001년 624개로 22% 감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 지난 99년 대우그룹의 해체는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가진 폐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시 '제2의 대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이 오히려 부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성과주의에 매몰돼 산업 특성을 고려치 않고 시간에 쫓겨 무분별하게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금융위원회가 91개 기업의 지분을 3년 안에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의 폐해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는 대우그룹 해체다. 지난 97년 정부는 대우그룹에게 쌍용차를 인수토록 했는데 이는 결국 대우그룹 해체(99년)의 도화선이 됐다.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98년 정부가 제시한 방향대로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했지만 2년만에 두손을 들었다. LG그룹도 LG반도체 매각 대금으로 데이콤을 인수했지만 데이콤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면서 손해보는 장사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산업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큰틀을 짜고 그 안에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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