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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다시 달리자!]SK네트웍스, 면세점 'All or Nothing'

  • 2015.11.10(화) 15:53

면세점 키워 '소비재' 분야 새 캐시카우로
워커힐 사수, 동대문 추가선정 '전력 투구'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종합상사는 늘 배가 고프다. 해외 신시장을 개척해 제조업 계열사의 상품을 수출하는 전통적인 트레이딩(무역) 사업으로는 배를 채우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종합상사들이 자원개발, 종합물류, 소비재·유통 등 다양한 신사업 기회를 찾는 배경이다.

 

SK네트웍스는 그 활로를 소비재에서 찾고 있다. 전통 상사부문은 작년 회사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6%에 그쳤다. 하지만 렌터카·패션·면세점을 축으로하는 소비재 분야는 매출이 전체의 9%에 지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의 25%를 벌어들일 만큼 '알짜'다.

 

특히 올해는 면세점이 관건이다.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및 특허 만료 면세점에 대한 재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커힐 면세점을 23년째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면세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아니면 그동안 쥐고 있던 밥그릇마저 빼앗길지 기로에 서 있다.

 

◇ 워커힐 면세점 2.5배로 확대

 

서울 광진구 아차산 기슭에 위치한 워커힐은 SK그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다. 1963년, 관광기반시설이 전무하다시피했던 당시 미군 측 요청으로 마련한 호텔형 리조트가 그 시작이다.

 

주로 일본으로 휴가를 떠나는 주한 미8군이 휴가를 보낼 휴양소를 서울 근교에 마련하면 병력 공백도 줄이고 외화벌이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호텔 명칭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8군 사령관 '월턴 워커'의 이름에서 땄다.

 

하지만 초기 사업은 어려웠다. 1973년 당시 선경개발(현 SK네트웍스)은 적자에 빠져있던 이 국영호텔을 인수했다. '워커힐쇼'를 키우고 쉐라톤이라는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도입(1978년)하는 등 자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워커힐은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치르고, 한중 수교 이전인 1983년 중국 민항기 불시착 때 중국 승객들이 워커힐에 투숙하게 된 일 등을 계기로 나라 안팎에 큰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호텔 사업만으로 수익을 올리긴 쉽지 않았다.

 

▲ 워커힐 면세점 내부 모습(사진: SK네트웍스)

 

워커힐이 사업 기반을 다진 것은 1992년 2월 이곳에 당시 'SKM면세점'(현재 워커힐 면세점)이 개장하면서부터다. 2000년 재개장을 거쳐 현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W호텔 내에 자리잡은 이 면세점은 한강이 내려다보여 서울 시내 면세점 중 가장 전망이 좋은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있다.

 

워커힐 면세점은 작년 매출 2632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하며 워커힐 전체 매출(5028억원)의 52.3%, 영업이익(147억원)의 73%를 벌어들였다.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46%, 영업이익은 24%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SK네트웍스의 설명이다.

 

◇ 동대문-워커힐-강원권 '관광벨트'

 

SK네트웍스는 작년부터 총 8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의 면적을 지금의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16일로 만료되는 면세점 특허 시한이 연장될 것을 기대한 선제적 투자다.


현재 4805㎡인 워커힐 면세점은 확장 후 1만2384㎡로 커진다. 이는 롯데월드타워점(1만990㎡)보다 크고 롯데 소공점(1만3355㎡)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금까지 겪었던 규모의 열세를 단번에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워커힐 호텔은 특히 중국인들에게 '화커산좡(華克山庄)'이란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또 이들이 선호하는 시계·보석 분야에서 사업 강점을 가지고 있어 요우커(遊客, 중국 관광객) 수요를 끌어들이는 데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워커힐에는 서울 최초의 외국인 카지노도 함께 있어 관광객들에게 숙박과 레저·쇼핑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 관광객보다 씀씀이가 5배 가량 큰 카지노 입장객이 면세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매출 신장 효과로 연결되는 상승효과(시너지)도 있다.

 

▲ SK네트웍스의 'East Seoul', 'East Korea' 프로젝트 개요

 

시장에서도 워커힐 면세점의 성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이 완료되면 SK네트웍스의 면세점 매출은 3년간 연 평균 35.9%씩 급증할 전망"이라며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와 중국 관광객 입국 증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입지가 서울 동쪽에 치우쳐 있어 인천·김포 등 국제공항에서 먼 입지는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해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낮은 서울 동부 및 강원도로 관광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가 추가 면세점 확보를 노리는 동대문부터 워커힐, 강원도까지 연결해 관광벨트로 연결하는 'East Seoul(동서울)', 'East Korea(동한국)' 프로젝트다. 관광 주요거점에 가칭 'SK행복여행센터'를 설치해 면세점 방문객을 유치하고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지원 효과까지 노린다는 설명이다.

 

◇ SK만 되는 '첨단 면세 쇼핑'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가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면세점 운영에 적극 활용해 고객들에게 'ICT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면세업계 최초로 올들어 스마트폰 기반 보세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물품 인도시간을 단축, 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혼잡하더라도 빠르게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상품 입고부터 인도장 인도까지의 모든 보세물류 관리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 관리 미흡으로 인한 배송사고를 차단하고, 보세 관리와 관련한 법규 준수도 극대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 SK네트웍스 면세점 직원이 스마트폰 기반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배송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SK네트웍스)

 

이 회사는 또 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ICT 기술로 1회성 쇼핑을 넘어서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경험이 지역 상권에서의 소비 확대와 국내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우선 관계사 SK텔레콤과 협력해 기존 워커힐과 새로 확보할 동대문 면세점 고객들에게 서울시내 전역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면세점 방문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브랜드 이벤트나 각종 할인쿠폰 등을 전달 받아 전단지 없이도 간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 키오스크(KIOSK, 무인단말기)'로 ▲간편 결제 ▲일괄 체크아웃 ▲일괄 픽업 등을 할 수 있게 해 결제나 상품 인도 대기시간을 현재의 5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방문객이 상품을 매장 내에서 들고 다니는 번거로움도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면세점 구매고객에게 주변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나눠주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주변상권을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계하는 지역 상생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SK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위해 밝힌 투자금액은 통틀어 8200억원 규모다. 이 중 5800억원은 면세점 구축과 운영자금에 사용되고 2400억원은 지역과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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