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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의 현대상선 구하기, 키는 '용선료'

  • 2016.02.05(금) 09:50

자산·계열사 매각으로 현금 마련에 전력
용선료 인하 여부가 관건..업계 "쉽지 않을 것"

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 2014년 그룹 차원의 자구안을 내놓은 지 2년만에 또 다시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추가 자구안의 내용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현대그룹은 이번 추가 자구안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그동안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아왔던 고가의 용선료 인하에도 나서기로 했다. 채권단도 용선료 인하를 추가 지원의 조건으로 걸었다. 결국 현대상선의 명운은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달린 셈이다. 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선주사들이 현대상선의 요구를 받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추가 자구안, 급한 불은 끄겠지만
 
현대그룹은 지난 2일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크게 세 부분이다. 자산매각, 현대상선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용선료 인하 협상 추진 등이다. 현대상선은 5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현대상선의 작년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785.9%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현대상선이 흔들리면 그룹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고 현대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까지 현대상선을 살리려는 이유다. 현대그룹으로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그룹은 추가 자구안 중 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략적으로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물론 계획대로 자구안이 진행됐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현대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과 계열사 등의 가치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 3사의 가격을 약 5000억~6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부산신항만 터미널 지분(50%+1주)은 1000억~1500억원선이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벌크전용선사업부문도 약 1000억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아산과 현대증권 주식 매각 및 담보대출로 700억원,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현 회장의 사재 출연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213만806주(8.65%) ▲현대증권 20만1048주(0.08%) ▲현대아산 96만6376주(4.04%) ▲현대글로벌 462만5728주(91.3%) ▲현대유엔아이 650만5236주(55.13%) ▲현대투자네트워크 8만주(40%)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만으로도 지난 3일 종가 기준 약 1069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섣불리 내놓을 수 없다. 지배구조와 관련돼 있어서다. 이에 따라 비상장 지분인 현대글로벌과 현대유엔아이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의 300억원 출연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자산 매각과 현 회장의 사재 출연 등으로 부족하나마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관건은 용선료 인하
 
작년 9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 규모는 약 4조8354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 채권은 은행차입금이 22%(1조656억원), 현대상선 발행 회사채가 38.6%(1조8658억원), 선박금융이 39.4%(1조9040억원)다. 여기에 오는 4월 약 1200억원, 7월 약 24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공모채는 채권자와 협상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한 내에 갚아야 한다.
 
자산과 계열사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약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돼 부채 상환에 나선다고 해도 현대상선의 부채는 여전히 4조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업황 부진 지속으로 향후 실적도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4분기 영업손실은 88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이렇게되면 작년 현대상선의 영업손실 규모는 2000억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그동안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용선료를 선주와의 협상을 통해 낮추겠다고 밝혔다. 해운사들은 통상적으로 화물운송을 위해 선박을 빌려 화물을 운반한다. 선박을 사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해서다. 용선료는 선박을 빌리는 값이다. 문제는 이 용선료가 매우 비싸다는 점이다. 해운업이 활황일 경우에는 괜찮지만 불황일때 고가의 용선료는 해운사에게 큰 부담이다. 
 
 
현대상선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84척에 불과했던 현대상선의 용선수는 2012년 133척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전체 125척 중 85척이 용선으로 용선비율은 68%에 달한다. 한진해운의 용선비율은 61.4%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0년 해운업이 활황이던 시절 선주들과 고가의 용선계약을 맺었다. 자금 부담이 적고 단기간 내에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계약은 해운업황이 꺾이면서 부메랑이 됐다. 1조원 규모였던 용선료 규모는 작년 2조103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장기용선 계약에 따라 1만3000TEU 컨테이너 선박을 하루 5만달러를 주고 빌려왔다. 시장 가격은 2만 달러에 못미친다. 하루에 3만달러를 더 내고 있는 셈이다. 업황 부진과 고가의 용선료 탓에 현대상선은 5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적자액만해도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오는 2025년에는 약 5조원 가량의 추가손실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상선이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이뤄낸다면 자율협약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해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등 의미있는 수익성 제고 방안을 확보해야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현대상선의 앞날은 용선료 인하에 달려있는 셈이다.
 
◇ 의지는 강하지만…'산넘어 산'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자구안을 내놓은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단 그룹 차원에서 현대상선을 살리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의지와 계획 실행 여부는 별개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의 추가 자구안이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우선 자산과 계열사 매각의 경우 현재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실제로 포스코도 계열사와 자산 등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작년 본사 사옥을 내놨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이 내놓은 추가 자구안의 핵심인 현대증권 재매각의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작년 오릭스와 매각 협상을 벌일 당시 현대증권의 가격은 약 6510억원이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현대증권의 가격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대증권의 매각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약 400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사활을 걸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용선 계약은 법적 계약이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를 선주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선주사와 법적 분쟁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 얼라이언스 탈퇴 압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용이 생명인 해운업계에서 계약 위반에 따른 신용하락은 치명적이다.
 
결국 현대상선은 선주사들을 상대로 현재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읍소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선주사들이 현대상선의 입장을 조건 없이 받아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최근 해운업황 침체로 그리스와 이스라엘의 해운사들이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에 합의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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