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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Shift]⑬ 요우커가 불러온 전방위 공급개혁

  • 2016.02.23(화) 09:50

<르포>시내 쇼핑몰 '썰렁' 공항엔 쇼핑 관광객 '북적'
中, 빠져나간 수요 회복하기 위해 '제조업 업그레이드'

[베이징 = 윤도진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중심가 궈마오(國貿·국제무역센터) 인근 대형 쇼핑몰 케리센터(Kerry Centerr·嘉里中心). 랄프로렌, 타이틀리스트 등 수입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했지만 분위기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간간이 통로를 지나쳐가는 행인들뿐 매장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 쇼핑센터인 포춘센터(Fortune Center·財富中心)도 마찬가지. 고급 의류 매장은 물론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인 휴대폰 매장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점심시간 무렵이었지만 매대를 지켜본 30분여 동안 상품을 보러 들른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 하루 뒤인 18일 오전 베이징의 해외 관문 서우두(首都)국제공항. 시내 상업 중심가와는 딴판이었다. 해외에서 춘제(春節·설) 연휴를 보내고 입국 게이트로 들어서는 관광객들은 제각각 캐리어나 박스 포장된 짐을 두세개씩 실은 운반용 카트를 밀고 있었다.

 

귀국하는 대부분 관광객들의 손에 들린 한국·일본·태국 등의 면세점 비닐백에는 터질듯 많은 쇼핑물품들이 담겨 있었다. 두살배기 아들을 짐 위에 앉히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던 천팡성(陳方勝·34) 씨는 "한국에서 산 아내 화장품과 아이 옷이 대부분"이라며 "품질을 신뢰할 수 있고 가격도 적당해서 여행비를 뽑을 만큼 넉넉히 사왔다"고 말했다.

 

▲ 18일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해외 구매품을 가득 들고 귀국하고 있다.


◇ 구매력 높아졌지만 품질 개선에선 한계

 

활기가 떨어진 중국 대도시 시내 상가의 분위기와 갈수록 뜨거워지는 해외 요우커(遊客·관광객)들의 소비열풍은 최근 이 나라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대조적 단면이다.

 

정광영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국내 제품으론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높아진 중산층 수요 수준이 해외에서의 사재기로 이어진 것"이라며 "수요에 맞춰 공급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과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은 감속을 시작했다. 성장세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통화·외환정책 등 모든 수단의 부양책을 동원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고 대중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내수 수요는 급속도로 커졌다.

 

하지만 중국의 공급 수준은 이를 따라가질 못했다. 초기만 해도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등에 업은 가전제품이나 소비재, 자동차 등이 재고 쌓일 틈없이 팔려나갔다. 

 

그러나 품질이나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 기업의 내수상품들은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요우커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일본 등에서 이른바 '싹쓸이 쇼핑'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부양책 약발이 떨어진 2012년 무렵부터다.

 

▲ 17일 오후 베이징 시내 쇼핑몰 케리센터의 한산한 풍경.

 

◇ "대륙 밖으로 빠져나간 수요 안으로 돌려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작년 요우커들은 1억2000만명이 해외로 나가 한 사람이 평균 1만위안씩 쓰고 왔다. 한해 소비액은 약 1조2000억위안(227조원) 규모로 재작년보다 19%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작년 중국 통계국의 내수 소비판매 증가율이 10.7%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이른바 '해외 직구'가 급속도로 느는 것을 감안하면 해외 소비규모는 이보다 더 크고, 증가세도 더욱 가파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불균형은 중국 내에서도 골칫거리가 됐다. 수요는 커지고 제품을 보는 수준도 높아졌지만 공급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흐름에 대응해 '공급 측면에서의 개혁(供給側 改革)'이 절실함을 호소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작년 12월 경제전문가 좌담회에서 "중국은 매년 380억개의 볼펜을 생산하고 세계 수요의 80%를 충당하고 있지만, 잉크 90%는 일본 독일 스위스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부드럽게 써지는 볼펜을 직접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앞서 11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인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해외여행을 나가 좋은 물건을 사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인 만큼, 중국의 소비재 산업을 인민들의 수요에 맞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제조업은 중국을 G2(주요 양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 산업은 저가 대량생산의 틀에서 벗어나 품질과 브랜드를 키우고, 한편으로는 확실한 미래 신수종 산업을 육성하는 게 절실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 베이징 시내 중심상업지구 전경.

 

◇ 전방위적 공급 개혁..韓기업 생존하려면

 

결국 '인민 대중이 사고 싶어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해, 내수를 다시 부양하고 성장률 저하에도 대응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공급측 개혁이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산업 전방위적 개혁이 필요하다. 5대 과제로  ▲공급과잉 해소(去産能) ▲재고 소진(去庫存) ▲디레버리징(去杠杆) ▲기업비용 절감(降成本) ▲취약점 보강(補短板)이 꼽히는 이유다.

 

중국 정부로서는 우선 제품의 품질과 기술 수준을 높이는 한편, 감세와 유통구조 개선 및 금융비용 절감 등을 통해 비효율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눈앞의 목표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수요를 다시 끌어와야 대륙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요우커 특수(特需)를 오래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국영 켐차이나(Chemchina·중국화공)가 스위스 종자 기업 신젠타를 463억달러(52조원)에 인수한 것도 눈여겨 볼 사례다. 농업·환경 측면에서의 내부 수요를 맞추는 측면에서 공급 측면의 경쟁력을 일거에 확보한 인수합병(M&A)이기 때문이다.

 

경제통상전문가인 이미연 주중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비효율적 공급 과잉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 공급측 개혁의 핵심"이라며 "다만 자국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지원이 외자기업에게는 역차별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중국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공사참사관은 "산업의 핵심경쟁력을 키워 외부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시장 구조를 정비해 세계 경제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게 중국의 중장기 목적"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 2년차를 맞은 한국 기업들도 이런 변화 속에서 경쟁 우위를 놓치지 않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에서 국제경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중국 대전환, 한국경제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는 한중 양국의 석학과 경제·산업·금융 전문가들이 참석해 중국의 경제·산업 구조 변화를 진단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경착륙 우려, 주가·환율 급변동, 빠르게 성장하는 제조업 경쟁력 등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고, 올들어 중국 변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국 13차5개년 계획(13.5규획)의 첫 해로 시진핑 정부가 ‘공급측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구조개혁과 혁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과 자본시장 등 각 분야에서 전환기를 맞은 시진핑 정부가 어떻게 경제·산업 구조를 바꿔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거시경제연구원의 황한취안(黃漢權) 산업경제연구소장이 ‘전환기 맞은 중국, 산업경제 틀이 바뀐다’는 주제발표를 한다. 산업분야의 대표적 중국 전문가인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제조업 경쟁력과 한국기업 대응전략’을,  홍창표 코트라(KOTRA) 중국지역부본부장은 ‘중국 내수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이슈와 한국 금융의 과제에 대해,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차이나데스크 팀장은 차이나머니와 자본시장 영향을 주제로 각각 강연에 나선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종합토론은 주중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진행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를 통해 사전 신청하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6년 2월24일(수) 오후 2시~6시

▲ 장소 :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 2층 그랜드볼룸
▲ 후원 : 산업통상자원부, KOTRA, 금융투자협회

▲ 문의 : 비즈니스워치 국제경제세미나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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