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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SM6) 살고 너(SM5) 죽자

  • 2016.03.03(목) 16:07

'SM6' 대기수요로 판매량 급감..간섭효과 커
르노삼성 'SM6'에만 집중..르노 진출 포석 분석

르노삼성은 지난 2월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유일하게 내수시장에서 전년대비 판매가 감소했다. 해외 시장에서 고전한 현대·기아차는 물론 쌍용차와 한국GM도 내수 시장 판매량만큼은 전년대비 증가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기간 연장' 덕분이었다. 

 

하지만 르노삼성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르노삼성의 2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18%나 감소했다. 이유는 'SM6'탓이다. 'SM6'에 대한 대기수요로 주력인 'SM5'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르노삼성 역주행의 원인이다.

◇ 주저 앉은 'SM5' 판매량

르노삼성 'SM5'의 지난 2월 판매량은 전년대비 46.7% 감소한 1304대를 기록했다. 작년 SM5의 총 판매량은 2만3866대다. 월평균 1988대가 판매됐다. 지난 2월에는 개소세 인하 혜택에도 불구하고 작년 월평균 판매 대수에도 훨씬 못미치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SM5는 르노삼성의 주력 모델이다. SUV모델에 QM3가 있다면 승용 모델에는 SM5가 전체 판매 실적을 이끈다. 작년 SM5의 판매량은 르노삼성 전체 내수 판매의 29.8%를 차지했다. QM3(30.6%)에 이어 르노삼성에서 두번째로 많이 판매된 모델이다.

 


SM5의 판매부진은 결국 르노삼성의 2월 내수 판매 역주행의 원인이 됐다. 심지어 SM5가 지난 2월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었다. 지난 2월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모델 중 전년대비 판매가 증가한 것은 QM3(1036대), SM7(639대), SM3 Z.E.(20대)뿐이다. 이마저도 의미있는 증가는 아니었다.

르노삼성의 주력인 SM5의 판매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SM6 때문이다. SM6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SM5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SM6가 르노삼성의 중형차 수요를 대부분 가져간 셈이다. 르노삼성이 SM6를 선보이면서 SM5의 판매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현상이다.

◇ '애매한' SM6

SM6는 SM5와 SM7의 중간에 위치한다. 차체 등은 분명 중형차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경쟁상대로 준대형을 꼽는다. 중형차이지만 각종 사양 등은 준대형급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은 SM6의 경쟁 상대로 기아차의 신형 K7을 꼽았다. 신형 K7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편의사양 등은 동일하거나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한다.

르노삼성은 SM6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내수 시장을 되찾아야 한다.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르노삼성이 과도하게 SM6에만 집중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SM6의 애매한 포지셔닝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SM5와 SM7의 시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에 SM6의 애매한 포지셔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자칫 SM5와 SM7의 시장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SM6는 SM5 후속도, SM7의 대체자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르노삼성이 판매 확대에만 급급해 SM6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를 하지 않아 SM5와 SM7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SM6가 SM5의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모델 개념과 차의 형태가 다르기 떄문에 간섭 효과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SM6와 SM5는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르노삼성의 입장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잡았다. 이중 5만대를 SM6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나머지 5만대가 문제다. 현재 르노삼성의 주력은 SM5와 QM3다. 이 두개의 라인업으로만는 나머지 5만대를 채우기가 버겁다. 기존의 SM5와 SM7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 한 10만대 달성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SM6, 약(藥)일까 독(毒)일까?

소비자들이 SM6에 몰리는 것은 가격과 성능 때문이다. SM6는 SM5에 비해 85만~211만원가량 비싸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비숫한 가격에 한단계 아래급인 SM5를 선택할 리 없다. SM7과는 비슷한 사양이다. 하지만 가격은 낮다. SM6 자체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SM6가 등장함에 따라 SM5와 SM7 뿐만 아니라 여타 르노삼성의 모델들의 판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고질적인 라인업 부재와 모델 노후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차인 SM6가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은 모두 SM6에 쏠리고 있다. 사전 계약대수가 1만1000대를 넘어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뜩이나 전체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하나의 모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전체 판매 실적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향후 중형 모델을 SM6로 단일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SM5의 후속 모델에 대한 출시 계획이 없다. SM6 판매를 확대해 자연스럽게 SM5를 도태시키려는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 업계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SM6를 투입, SM5와 SM7의 판매 감소를 유발시켜 자연스럽게 도태시키는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빈자리에는 르노의 신차들을 투입해 궁극적으로는 르노의 국내 진출을 이끌어 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M7도 마찬가지다. SM7의 작년 판매량은 8485대였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의 그랜저(8만7182대), 기아차의 K7(2만805대)에 한참 못미친다. 국내 준대형차 시장에서 SM7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따라서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는 SM6를 통해 SM5와 나아가 SM7까지 아우르는 전략을 가져갈 수도 있다. SM5와 마찬가지로 SM7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전기차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중형 SM3도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전년대비 26% 감소한 2만614대를 판매했다. QM5도 전년대비 24% 줄어든 6804대 판매에 그쳤다. 전 모델이 판매 부진에 신음하고 있는 상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SI교체 작업을 단행했다. 현재 르노 본사와 SUV 등 신차 투입을 논의 중이다. SM6를 기점으로 판매가 부진한 SM5와 SM7을 버리고 전체 라인업을 르노 차량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도 르노삼성이 삼성 브랜드를 떼고 르노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 QM3로 가능성을 봤고 SM6가 성공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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