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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동양 M&A]코너에 몰린 동양의 방어장치

  • 2016.03.21(월) 18:39

법정관리 졸업전 경영권 보호위해 정관 변경
자산 유동화, 경영진 교체 어렵게 '선수(先手)'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마친 ㈜동양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먹잇감이 됐다. 현재 동양 지분의 77%는 지분율 1% 미만의 소액주주들로 딱히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유진그룹은 오는 30일 동양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유 지분을 늘려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 10.01%)로 올라섰고, 인수합병 의지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동양 2대 주주(9.75%)인 파인트리자산운용도 경영권 참여를 전제로 최근까지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동양 경영진은 이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양은 유진과 파인트리의 경영권 참여 의도는 '단기 투자자금 회수'에 있을 뿐 회사의 성장이나 주주가치 제고에는 관심이 없는 세력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동양 최근 연혁

 

① 자산 매각에 족쇄

 

동양은 법정관리를 졸업을 앞둔 작년 말 회사 정관을 고쳐 주요 자산 매각 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특별결의' 조항을 만들어 뒀다.

 

향후 동양을 인수하는 곳에서 알짜배기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매력을 떨어뜨려 인수 의지를 사전에 꺾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앞서 동양은 법정관리 과정 중에 동양시멘트·동양매직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현금 약 5000억원을 보유한 기업으로 변모했다. 이후 이 자금으로 사옥 매입을 검토한 적도 있다. 이 역시 풍부한 내부 현금을 노린 M&A 세력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동양 정관에는 '본사 사옥'을 비롯해 장부가액이 전년 순자산액의 20%를 초과하는 자산을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유진과 파인트리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 '특별결의' 조항 삭제를 안건으로 내놓은 상태다.

 

동양 측은 "유진과 파인트리의 특별결의 조항 삭제 시도는 단기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액주주들에게 이 안건에 반대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② 이사 교체 어렵게

 

동양은 또 정관 변경을 통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문턱도 대폭 높여놨다. 이사회 멤버 숫자를 종전 16명이내에서 10명이내로 줄였고, 이후 곧바로 3년 임기인 사내이사 7명과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해 이사진 정원을 채워놨다.

 

이는 경영진 교체를 어렵게 한 것이다.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려면 현행 상법상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의 동의 ▲주총 참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기존 이사를 교체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최소 33.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진과 파인트리는 이 때문에 동양의 이사수를 10명에서 16명으로 다시 늘리는 안을 이번 주총에 상정한 상태다. 또 각각 3명씩의 이사 후보도 추천했다. 기존 인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자사 측 인사를 채우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동양 측은 "유진과 파인트리 측이 추천한 이사가 선임될 경우 단기적인 투자자금 회수에 치중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막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③ 배당금으로 주주 유인

 

동양은 이밖에도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당근으로 삼아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끌어 모은다는 계획이다. 동양은 지난 14일 보통주 한 주당 100원, 우선주 한 주당 150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46억원. 시가배당률은 3.7%로 전체 상장회사 평균인 1.3%의 약 2.8배인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법정관리 졸업 당시 김용건 대표이사(당시 관리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양 채권자나 소액주주 일부는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규모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보유현금을 감안하면 배당금은 보통주 주당 200원,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이번 주총에서 동양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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