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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 강조했던 고 구태회 명예회장

  • 2016.05.09(월) 18:00

잡음없는 계열분리..범LG가 가족경영 기틀 마련
`소박했던` 기업가이자 정치인..국회 부의장 역임

"욕심 부리지 마라. 순리에 따르라"

 

LG그룹이 지금의 LG와 GS, LS로 계열분리를 추진하던 지난 2003년 고 구태회 명예회장이 동생인 고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을 불렀다. 당시 재계에서는 기존의 사업들이 어떻게 나눠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자칫 동업자는 물론 가족들간의 우애도 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생들을 불러모은 구 명예회장이 이 자리에서 강조한 것은 바로 '순리'. 계열분리 과정에서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욕심을 내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그 결과 구태회 회장을 비롯한 3형제는 현재 LS전선과 LS산전, 동제련, E1 등의 사업을 가지고 LS그룹으로 새출발하게 된다.

 

▲ LS그룹으로 새출발한 후 입주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고 구평회 명예회장, 고 구태회 명예회장, 고 구두회 명예회장.

 

구 회장은 영면에 들어갔지만 그가 계열분리 과정에서 강조했던 '순리'는 이후 LS그룹 경영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태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LS그룹 초대회장을 지낸후 지난 2013년 이 자리를 사촌인 구자열 회장에서 넘겨주며 '사촌경영' 시대를 열었다. 구자열 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 과정에서도 일체의 잡음은 없었다. 재계에서 현재의 LG그룹은 물론 LS그룹을 가족경영의 모범사례로 꼽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룹 경영권이나 사업분할 등을 놓고 형제간 갈등을 겪는 많은 그룹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순리를 기반으로 범 LG그룹 가족경영의 기반을 다졌던 구태회 회장이 지난 7일 별세하며 구인회 LG 창업주와 같이 '회(會)'자 돌림을 사용하던 세대가 저물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창업주의 넷째 동생이었다.

 

▲ 국회의원 의정활동 모습(사진 오른쪽).

 

구 명예회장은 기업가이자 정치인이었다. 일본 후쿠오카고등학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후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에서 경영수업을 하던 그는 1958년 4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 의원을 지냈다. 70년대에는 지금의 정무장관격인 무임소 장관과 국회 부의장도 역임했다.

 

1982년 LG그룹으로 복귀한 구 명예회장은 이후 LS그룹으로 독립하기전까지 가문의 큰 어른 역할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소박하고, 자상한' 성격을 가졌던 것으로 회고된다. 구 명예회장의 조카인 구자열 현 LS그룹 회장은 "'회'자 돌립의 큰 어른께서 돌아가셨다"며 "아주 자상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조문을 왔던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고인께서 많이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다복했던 LS그룹 가족들과도 1인당 3만원 한도의 식사모임을 즐기기도 했다. 건강이 악화되기 이전에는 LS그룹 임원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도 자주 가졌다는 후문이다.

 

구 명예회장은 한살 연상인 부인 고 최무 여사와 반세기 이상 해로하며 지난 2009년 결혼 70주년을 맞기도 했다. 고인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두분이 반세기 이상 해로 하고 영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존경과 배려의 힘이 큰 것 같다"며 "앞으로도 가족 모두가 이러한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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