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난항'…막판 반전 가능성은?

  • 2016.05.19(목) 14:51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과 없어…법정관리설 대두
현대 "아직 끝나지 않았다" VS 업계 "이미 끝났다"

현대상선의 명운이 걸린 용선료 인하 협상이 마침내 종료됐다. 분위기는 일단 비관적이다. 현대상선측과 선주사들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과 함께 선주사 설득에 나섰지만 성과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주사들의 입장이 예상보다 훨씬 완강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상선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있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이 없는 만큼 성과를 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선주사들이 본국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 마라톤 협상…'평행선'만 그었다

현대상선은 지난 18일 선주사 4곳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였다. 지난 3개월여 간 진행해온 용선료 협상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현대상선은 전체 용선료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5곳의 선주사들과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 중 영국의 조디악이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상선은 그리스의 다나오스, 나비오스. CCC와 싱가포르 EPS 등 4곳과 협상을 진행했다. 그중 싱가포르 EPS는 화상회의로 참가했다. 이들 선주사들은 현대상선이 매년 지출하는 용선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들이다. 그런만큼 이들과의 원만한 협상 여부에 현대상선의 운명이 달려있다.
선주사들의 요구로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도 참석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산업은행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우리 정부가 현대상선의 회생에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지원사격의 성격이었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는 선주사들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질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향후 남은 계약 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지출하는 용선료 중 약 3000억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선주사들이 받아들인다면 현대상선에게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선주사들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상선이 요구한 용선료 인하폭에서 이견차가 컸다. 현대상선은 만일 용선료 인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선주사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압박했지만 선주사들의 입장은 완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4시간에 걸친 협상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산업은행까지 나서 현대상선을 도왔지만 사실상 계약 파기와 다름 없는 용선료 인하 요구에 선주사들은 끝내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선주사들과 용선료 인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선주사들과 용선료 협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추가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 첫 단추에 모두를 걸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용선료 인하가 채권단의 현대상선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이어서다. 용선료 인하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면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부도 현대상선에 대해 "용선료 인하를 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국 법정관리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달리 일찌감치 용선료 인하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한진해운이 해운 얼라이언스 참여에 공을 들일 때도 현대상선의 우선 순위는 용선료 인하였다. 그 결과 현대상선은 새로운 해운동맹인 'THE 얼라이언스'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현대상선에게는 해운 얼라이언스 참여보다 용선료 인하가 더욱 시급한 과제였다.
 
▲ 현대상선은 선주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모든 것을 걸었다.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 이어서 진행될 여타 다른 회생 계획들을 진행할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배제를 두고 업계와 시장 등에서는 현대상선에게 악재라고 평가했다. 해운사에게 얼라이언스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과 같은 컨테이너선사는 전적으로 얼라이언스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얼라이언스에 포함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배제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생각은 달랐다. 순서와 전략의 차이라고 봤다. 현대상선의 생존 여부는 모두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에 달려있다. 그런 만큼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후에 얼라이언스 편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용선료 인하가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첫 단추이자 핵심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선료 인하 협상은 현대상선의 모든 것이 걸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아울러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는 한진해운 등 여러 해운업체들에게도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은 현대상선 뿐만 아니라 선주사들에게도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제 시작" vs "게임은 끝났다"

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정부가 제시한 시한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협상 결과를 내놓으라고 한 상태다. 채권단 등은 선주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협의할 시간 등을 고려해 다음 주쯤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있다. 이제 공은 선주사들에게 넘어갔다.

이제 여러 정황상이 불리하지만 현대상선은 최선을 다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각 선주사들과도 최대한 개별적으로 접촉해 용선료 인하에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만일 선주사들이 현대상선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현대상선으로서는 기사회생할 수 있다.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면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6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채무재조정안을 현대상선 협약 채권단 앞에 부의했다. 협약채권단 차입금 60%를 출자전환하고 대출이자 금리를 1~2%대로 낮춰주는 것이 골자다. 또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는 50%를 출자전환하는 방식이다. 
 
▲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은 일단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선을 다해 용선료 인하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상선은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고 50%인 34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안을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협약채권단과 회사채 채권단이 약 1조2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승인할 경우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작년 말 1500%대에서 200%대로 낮아진다.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선주사들의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주사들은 보통 선가가 낮을때 선박을 발주해 용선료가 비쌀때 용선을 해주고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용선료를 낮추게 되면 선주사도 손해를 보게 된다. 여기에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인하해줄 경우 다른 해운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선주사들이 현대상선에게 더욱 큰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선주사들이 현대상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여러차례 의지를 밝힌 만큼 협상 결렬은 곧 현대상선의 법정관리로 봐도 무방하다. 아울러 현재 용선료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한진해운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선주사들이 현대상선으로부터 받은 공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국적 선사들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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