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 '친환경차' 등으로 추앙받던 경유차량이 한 순간에 미세먼지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이 때문에 연료인 경유가격을 인상해 경유차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했던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대기오염 원인이 경유차 뿐 아니라 다양한 만큼 경유가격 인상만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녹색성장' 주역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경유차 비율은 39.5%로 집계됐다. 2000년과 비교하면 9.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과거 경유차는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에 한정됐다. 특히 경유차는 큰 소음과 주행 시 내뿜는 시커먼 매연 등으로 인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면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 엔진 기술 발달로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럽에선 이미 디젤 엔진의 단점을 보완해 승용차 모델에 장착했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디젤 승용차를 개발했다. 이에 힘입어 2005년에는 국내에서도 경유 승용차가 허용, 경유차 시장 성장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경유차는 클린 디젤로 불리며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됐다. 경유차가 높은 연비를 바탕으로 휘발유차보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듬해인 2010년 하반기부터는 유로5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는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해주며 경유차 보급률을 늘려나갔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경유차를 바라보던 클린 디젤이란 소비자들의 시각은 사라졌다. 이에 더해 노후화된 경유차가 많은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 환경 문제 해결 위한 근본 대책 마련 필요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많은데, 질소화합물 중 질산염(NO3-)은 초미세먼지 구성 성분 중 하나다.
경유차 보급률을 늘리기 위해 혜택을 아끼지 않았던 정부 정책 역시 미세먼지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보는 이유다.
▲ 미세먼지는 노후된 경유차를 비롯해 도로변 비산먼지, 연료 연소 배출원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
하지만 경유차에게 미세먼지 발생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 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0~2012년 서울지역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발생원으로는 도로변 비산먼지와 해염입자가 오염물질과 결합된 형태, 자동차 배출원, 연료연소 배출원과 생체 연소 등 인위적 오염원을 포함한 8종의 발생원으로 추정됐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 미세먼지 원인부터 철저히 파악해 대안을 마련해야지 당장 마련한 정책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노후화된 경유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 관점에서 점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유차를 클린 디젤로 평가했던 환경부가 몇 년 만에 더티디젤로 재평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유가격 인상 등 새로운 규제는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