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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문화 재창조]①'꼰대'와 '무개념'

  • 2016.07.06(수) 18:01

기존 성장모델 한계..조직문화부터 달라져야
소통과 조율기능 중요..'위로부터의 변화' 시급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직급체계를 허물고, 호칭을 바꾸는 등 오랜시간 굳어진 연공서열식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에 국한됐던 이런 변화들은 최근 삼성이 '컬처혁신'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발 기업문화 변화가 재계 전체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도 관심이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에 대한 배경과 주요 내용, 의미 등을 진단해본다.[편집자]

 

"하면된다 정신으로 무장한 임원급 세대는 Y세대를 무개념이라 무시한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Y세대는 임원급 세대를 꼰대라 불신한다"

 

지난달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주제강연에 나선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가 꼬집은 국내 기업문화의 문제점이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입사한 임원들 세대와 젊은 직원들간 소통이 단절되면서 조직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진단이다.

 

대기업들이 기업문화 개선에 나선 것도 지금과 같은 조직 문화로는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선진국 성장모델 답습으로는 더이상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성장공식 안통한다

 

그동안 한국 대기업들은 선진기업들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빠르게 따라잡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전자나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업종 대부분이 이같은 성장모델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강조된 조직문화는 연공서열 조직에 기반한 '상명하복(上命下服)' 정신이었다. 선두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위에서 목표를 정하면, 조금이라고 빠르게 이를 달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조직 경쟁력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산업구조 고도화가 이뤄지고,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기존 기업들의 성장모델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한·중 양국의 기업 경쟁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8개중 5개에서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추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선도기술 등에서도 중국은 한국기업들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선 상태다. 한경연 분석에 따르면 저기술 수준 기업의 경우 2007년 8개 지표중 중국이 6개, 한국이 2개가 앞섰지만 2014년에는 중국 7개, 한국 1개로 한국이 우위에 있는 지표수가 감소했다.

 

중기술 수준 기업은 2007년 중국 4개, 한국 4개로 비슷했지만 2014년에는 중국 6개 한국 2개로 나타났다. 특히 고기술·하이테크 수준 기업은 2007년 중국 3개, 한국 5개였지만 2014년에는 중국 4개, 한국 4개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주요 기업들도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사업재편 등을 통해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경직된 조직문화 역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 '일하는 방식·문화 바꿔라'

 

실제 대한상의가 컨퍼런스에 참석한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4%가 '기업경쟁력은 기업문화에 영향받는다'고 답했다. 91.0%는 '현재 기업문화로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최원식 대표도 이날 강연에서 "빠른 실행력에 기반한 과거 성공공식만으론 저성장시대 극복이 힘들다"며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조직내 불통을 해소하기 위해선 팀장급 '낀 세대'의 적극적인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불필요한 야근이나 잔업을 없애는 것은 물론 휴가 소진도 쉽지 않은 근무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위로부터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연공서열식 조직구조의 변화, 성과에 기반한 보수체계로의 개선 등도 동시에 변해야 하는 문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해외기업들처럼 자율적인 기업문화를 도입하는 것도 단기간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개인에게 최대한 자율적인 권한을 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조직 문화 자체를 만들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상의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구글코리아는 "구글의 경쟁력은 개개인이 가치를 공유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나누며 소통하는 문화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문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기존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율이나 창의성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며 "오랜 시간 만들어진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기업문화라는 것이 단시간내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특히 최고경영자나 임원진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조직에 대한 생각들을 상당부분 버려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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